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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 당신의 뜻을 이루려 제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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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8-20 ㅣ No.205

[수도 영성]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 당신의 뜻을 이루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성자이신 말씀께서는 세상에 생명을 주고자 성령 안에서, “보십시오,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10)라고 하시며 자신의 전 존재를 성부께 드렸다. 그 메아리처럼 나자렛의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에 조건 없이 ‘예’라고 답함으로써 성자의 ‘예’에 일치하여 세상 구원에 협력하셨다.

 

1877년 복녀 마리 드 라 빠시옹(Marie de la Passion, 프랑스)이 창립한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자매들은 말씀의 ‘예’와 성모님의 ‘예’를 되풀이하면서 지상에서 성모님의 사명을 계속하도록 부름 받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인류를 위하여 제물이 되고 축성되며, 쪼개어지고 먹히는 빵이 되신 그리스도를 관상하면서 ‘예’로 표현되는 온전한 자기 봉헌과 선교 활동에 필요한 힘을 길어낸다. 또한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으로, 공동체 안에서 단순하고 기쁘게 복음을 생활화하면서 모든 이가 형제자매가 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하여 봉사한다.

 

 

그리스도의 ‘예’에 참여하면서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영성의 중심에는 하느님의 선교와, 그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고자 온 존재를 던지신 말씀의 아들다운 순종이 있다. 성자는 성부를 향한 존재이시기에 세상에 생명을 나누고, 당신 사랑의 친교 안에 불러 모으고자 하시는 성부의 계획에 늘 “보십시오, 당신의 뜻을 이루려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하신다. 삼위일체의 친교와 일치 가운데 드리는 이 ‘예’야말로 육화와 지상 삶과 십자가상 죽음, 마침내 부활을 통해 온 인류를 당신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조배로(필리 1,10) 초대하시는 성자의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태도이다.

 

말씀의 ‘예’는 마리아의 ‘예’로 이어졌다(루카 1,38 참조).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성령의 활동을 통한 마리아의 봉헌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렇게 마리아는 말씀의 첫 제자로서, 어떻게 인간이 하느님께 ‘예’를 드릴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신다. 창립자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마리아는 ‘예’를 통하여 성령의 활동에 그 어떤 장애도 없이 온전히 협력함으로써 세상의 얼굴을 새롭게 하는 데 협력하는 법을 보여주시는, ‘길 속의 길’ 이시다.

 

마리아처럼,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자매들 역시 신성을 벗어버리시고 나약한 인간 조건을 받아들이셨던 그리스도를 관상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비우고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의 계획에 ‘예’라고 응답하신 성자의 봉헌과 일치한다.

 

2008년 총회는 자매들의 봉헌이 이 시대에 유효하려면 무엇보다 “겸손하게 종이 되어 오신, 그리고 인간 한계와 약함과 무력함을 지니고 오신 이 하느님의 모습”과 “넘치는 생명의 원천이신 그분의 사랑”을 맞아들이고, “고통이 만연한 세상에서 작음과 섬김의 삶을 살고 생명을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이 사명을 계속하시도록” 이끌고 계시는 성령의 초대에 응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성체적 관상

 

프란치스칸으로서,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자매들은 “온갖 종류의 폭력과 착취로 고통을 당하는 창조계와 평범한 남녀의 두려움과 아픔, 눈물에서” 그리고 “믿음과 연대의 다양한 길을 가면서 정의와 평화와 사람들 사이에서 친교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2008년 총회 문서)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과 활동을 관상한다. 특히 미사성제와, 그 연장인 성체조배는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또 재창조하기를 계속하시는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을 알아보고 찬미하는 탁월한 장이다.

 

매일 성체 앞에서 드리는 조배 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회원은 마리아처럼 “성령께서 자신 안에 성부의 일을 완성하시도록 전적인 사랑의 순응성으로, 또한 신앙과 겸손한 봉사로 자신의 존재를 변모시키도록”(회헌 2항) 하느님의 계획에 자신을 내어드릴 힘을 얻는다. 한마디로, “여기서 관상하는 그리스도는 우리를 형제들에게 가게 하시고, 우리는 그들 안에 숨어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형제들은 그리스도를 관상하도록 우리를 그분께로 되돌려 보낸다”(회헌 3항).

 

 

보편적 선교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보편적 선교에 봉헌된 첫 여성 수도회이다.

 

창립자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하느님의 광대하심, 교회의 보편성의 표징인 이 보편성은 창립 초기부터 지리적 경계나 인종,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교황청이 원하는 곳, 가장 멀고 위험한 곳”(1885년 교회 인준을 받은 첫 회헌)에 우선적으로 나가려는 선택으로 드러났다.

 

선교가 본래 온 인류를 한데 모으시려고 성자를 파견하신 ‘하느님의 선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선교란 성부의 계획에 “예”라고 응답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했다.

 

이렇게 어느 특정한 사도직에 매이지 않고 모든 장벽, 종교와 종파, 문화와 계층을 뛰어넘어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 하느님께 봉사하는 것, 이것이 마리드 라 빠시옹이 직관한 보편적 선교이다. 2008년 총회 문서는 자매들이 “작음의 정신으로 협력하고 파괴와 갈등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며 특히 화해를 위해 일하고정의 평화 환경을 위한 일에 헌신하면서 오늘날 보편적 선교라는 이 은사를 실천하도록 권고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딸로서

 

모든 인류, 더 나아가 피조물이 오직 한 아버지와 형제 그리스도를 둔 형제자매라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통찰은 그 영성을 따르는 모든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 이상은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모든 장벽, 곧 국적과 문화, 인종, 언어의 차이를 넘어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한마음 한영혼을 이루면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증언하는 국제적 공동체로 드러났다.특히 오늘날과 같이 종교와 인종, 국적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국제적, 다문화적 공동체는 화해와 일치의 소중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하여 자신을 포기하는 자세,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지 않고 다른 이와 대화하고 연대하고자 기꺼이 나아가려는 자세”(2008년 총회 문서) 역시 프란치스코의 향기를 풍기게 한다.

 

 

오늘날 하느님의 선물을 생활하면서

 

130년 전 하느님이 마리 드 라 빠시옹에게 맡기셨고, 그 뒤 수많은 자매들이 일상에서, 때로는 생명을 바쳐가면서 영웅적으로 생활해 온 이 영성은 최근 세상 많은 곳에서 평신도들도 생활화하고 있다.

 

이 현상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자매들에게는 자신들의 은사가 세상과 교회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임을 확신시키고, 그 선물을 더 큰 활력으로 살 자극을 주는 계기이자 평신도에게는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보편적인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생활하려는 자신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풍요롭고도 새로운 길이 되고 있다.

 

* 홍현정 사비나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

 

[경향잡지, 2009년 8월호, 홍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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