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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삶의 동반자, 부부: 부부사랑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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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2-21 ㅣ No.600

[삶의 동반자, 부부] 부부사랑 POST


갈무리할 시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행복한 부부로 사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주님의 뜻에 맞갖은 부부로 살아가고자 실천해야 할 ‘부부사랑 P.O.S.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부사랑 P.O.S.T.는 ‘Pray, OK, Smile, Talk’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입니다.

① 기도하자!(Pray)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나 자신이 원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부부의 모습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사랑, 감사, 용서의 이름으로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왠지 닭살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지시는지요? 사실은 이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는지요.

② 인정하자!(OK)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물은 길을 가던 사람들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에 그 사람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사지를 잡아 늘여 길이를 맞추고, 너무 길면 사지를 그냥 잘라낸다고 합니다. 이 신화는 모든 것을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만 살아가는 이기주의자를 풍자한 내용입니다. 어쩌면 내 안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물이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배우자가 나의 필요와 편리에 맞게 변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상 배우자가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보니 부부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우자가 아닌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③ 미소짓자!(Smile)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우리가 슬퍼지는 건 슬프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흐르기 때문에 슬퍼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화가 나는 것 또한 화가 나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붉어지기 때문에 화가 난다고 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진짜 기뻐서 웃을 때의 뇌의 움직임과 기쁜 척하며 웃을 때의 뇌의 움직임은 매우 비슷합니다.

웃는 얼굴 안에 부부행복의 열쇠가 숨어있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칭찬과 격려, 감사의 표현을 생활화하며, 의식적으로 계속 웃으려고 노력한다면 어느새 미소가 얼굴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미소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징표입니다.

④ 대화하자!(Talk)

“마음속의 근심은 사람을 짓누르지만 좋은 말 한마디가 그를 기쁘게 한다”(잠언 12,25)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망각합니다.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30cm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데 30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가슴에서 손끝까지 30년이 더 걸릴 때도 있고, 가슴에서 입술까지 30년이 더 걸릴 때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속에는 알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부간의 대화입니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어가려면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때로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행복의 길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길을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걸어가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부부사랑 P.O.S.T.’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하나의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POST’라는 단어는 ‘기둥, 우체통, 다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곧 “그리스도인 가정의 중심축인 부부가 교회의 튼튼한 기둥이 되고, 온 세상에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우체통이 되며, 다음 세대인 우리 자녀들에게 참사랑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삶의 변화는 1그램의 실천으로부터

필자는 서울대교구에서 5주간의 부부관계 성장 프로그램 ‘부부여정’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참으로 다양한 부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들도 있었지만 부부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부부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속으로는 곪아있지만 겉으로는 잉꼬부부의 가면을 쓴 부부, 섹스리스 부부,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부부, 이혼숙려 과정을 거치고 있는 부부, 이혼했다가 재결합을 합의했지만 혼인신고를 망설이는 부부, 외도로 생긴 상처로 괴로워하는 부부, 경제적인 문제로 위장 이혼을 했다가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기 직전인 부부, 혼인과 동시에 생긴 자녀 때문에 1년도 되지 않아 위기가 찾아온 젊은 부부 등 저마다의 아픈 사연들을 간직한 부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부들도 변화를 체험합니다. 심지어는 마치 신혼으로 되돌아가는 느낌까지 들게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론 모든 부부에게서 100% 일어나는 변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부부 서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의탁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주님께서 분명한 응답을 주십니다. 없던 부부사랑을 다시 만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부부사랑을 다시금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셰익스피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이 최악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아직 최악은 아니다!” 부부는 사랑이라는 서약과 아름다운 추억으로 맺어진 관계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서로가 한 팀이 되어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문제를 함께 협공해 나간다면 관계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여러분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 제가 직접 저의 두 눈으로 목격한 체험담입니다.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그 한 사람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중에서).

온 인류를 사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을 깊이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가족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저 자신이 될 것을 오늘도 다짐해 봅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1,000톤의 지식이 아니라 1그램의 작은 실천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12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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