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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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사도직 불꽃으로 밝혀주기(주간 활동에 시간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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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67

[레지오와 마음읽기] 사도직 불꽃으로 밝혀주기(주간 활동에 시간 내기)



한 마리의 물고기가 모래사장으로 밀려나왔다. 물고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사람은 자선모임에 간다고 지나치고, 다른 사람은 도와줄까 망설이다가 그냥 가버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문제에 빠져서 물고기를 보지 못하고 급기야 또 다른 여인은 물고기 스스로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나중을 약속하고 사라진다. 결국 물고기는 죽어 바다로 떠밀려갔지만, 다시 돌아온 여인은 물고기가 사라진 것을 보고 그 물고기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갔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선다.

동화 <지나쳐 간 사람들> 내용이다. 왠지 우리 현실을 잘 드러낸 이야기 같아 씁쓸하다.


이에 반하여 ‘착한 사마리아인’은 신자가 아닌 사람도 다 알만한 좋은 이웃이다.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이웃사랑 실천의무가 강한 레위인이나 율법학자조차도 지나쳐간 어려운 사람을, 아무 관계도 없는 이방인이 도와주었으니 그 착함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음직하다. 그런데 이 사마리아인은 과연 어떤 동기로 이웃을 도왔던 것일까?

이 비유적 성경 속 이야기를 실제 실험을 통해 그 마음을 엿본 심리학자들이 있다. 미국 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으로, 그들은 사람들이 남을 도울 때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를 알아보고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먼저 그들은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의 ‘신학생’ 67명을 대상으로 연설을 부탁했다. 한 집단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주제를, 다른 집단에게는 일반적 주제를 주었다. 그리고 주어진 주제와는 무관하게 그들을 강연장으로 보내면서 (강연해야할 곳은 바로 옆 건물이었다) 한 집단은 강연장까지 가는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재촉을 하고, 한 집단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하며 여유 있게 보냈다. 그리고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신음소리를 내며 엎드린 사람(물론 이 사람은 실험을 위해 미리 배치해둔 사람이다)을 두어 그들이 도움을 주는지를 알아보았다.

과연 몇 명의 어떤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었을까? 실험결과, 그를 도와준 사람들의 비율은 연설 주제와는 상관없었고, 다만 시간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랐다. 즉 시간이 있다고 통보받은 집단에서는 60% 넘게, 시간이 없다고 통보받은 집단에서는 불과 10%만이 그를 도왔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실험의 결론은 사람들이 타인을 돕는 것은 기질보다는 상황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고, ‘착한 사마리아인’은 선(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바쁘지 않아서 도와주었을 수도 있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추정이 가능해졌다.


타인 돕기는 기질보다 상황이 더 강하게 작용

교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그러나 신앙생활 때문에 바쁜 것이 아니며, 정작 신앙과 관련된 일은 맨 마지막 순위에 들어 있다.”(교본 274쪽)라고 되어 있고, 요즘 들어 심리치유 프로그램에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 작성이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시간에 쫒기며 살지만 그 시간을 그리 의미 있게 쓰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남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선행(善行)의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교본에 “이미 떠내려가 버린 영혼들을 구할 수는 없다. 영원한 깊은 심연이 그 영혼들을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교본471쪽)라고 하고 “사람들이 그릇된 가치 척도에 따라 살고 있음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은 사실상 그들에게 영원한 선물을 주는 것과 같은 일이다.”(교본274쪽)라고 하니 우리가 시간이 없다고, 상황이 안 된다고 이웃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의 활동을 통해 구원되어야 할 많은 영혼들이 지옥에 빠지게 되고, 시간을 내어 도움을 주는 순간, 그들을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이 된다. 

레지오에는 “레지오 단원은 한 주간에 두 시간을 실제로 활동에 바쳐야 한다.”(교본 289쪽)는 주간 활동의무가 있다. 이 의무는 요즘은 그리 강조되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도 아주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봉사를 위해 일 주일에 최소한 두 시간은 의도적으로 내야한다는 이 의무는 이런 의미에서 좋은 일을 하는데 도움 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항상 하느님의 일 찾고 그 일에 모든 시간 바쳐야

A자매는 매우 열심한 레지오 단원으로 특별히 활동결과를 많이 내는 자매이다. 그녀가 이렇게 되기까지 그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그녀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어느 날, 아끼던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사연인즉 그 후배가 실연당하여 그 충격과 외로움에 선배언니인 A자매와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A자매는 그날따라 남편이 일찍 온다는 말도 있었고, 후배 나름대로 잘 견디어 보라는 의중도 있어 후배를 적당히 위로하고 다음 날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연락을 하였을 때 그 후배는 이미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병원에 실려 간 뒤였다. 그때부터 그녀는 도움에는 무조건 시간을 내어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 작은 도움이라도 원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도록 노력해왔다. 그녀는 이런 태도가 지금의 활동 결실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시간이 있을 때 착한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결과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바쁜 와중에도 아픈 사람을 도와준 사람들, 즉 자신의 현재 상황에 무관하게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 사람들 10%이다. 그 10%는 어떤 사람들일까? 바로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교본에 “레지오는 단원들이 활동에 바치는 이러한 시간적 제약(주간활동으로 두 시간 할애)을 넘어서서 한 주간의 모든 시간을 레지오의 벽난로에서 타오르고 있는 사도직 불꽃으로 밝혀 주기를 희망한다.”(교본 116쪽)라고도 되어 있으니 레지오 단원은 주간 활동을 위한 시간만으로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항상 하느님의 일을 찾고, 그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

“사도직 정신은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어 우리들의 생각과 말과 행실을 모두 다스리며,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그 불꽃을 밖으로 드러내 보인다.”(교본116쪽)

<참고도서>
내 마음을 읽는 28가지 심리실험(로버트 에이벌슨 외 지음) - 북로드 -
지나쳐 간 사람들(앧 슬리밴 지음) - 분도출판사 -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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