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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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하느님을 닮은 인간(자존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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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05 ㅣ No.464

[레지오와 마음읽기] 하느님을 닮은 인간(자존감 1)

 

 

한 제자가 스승이 지니고 있는 보석의 가치가 궁금해서 그 가치를 스승에게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그것을 직접 알아보라고 보석을 내 주었고 제자는 여러 가게를 돌면서 물어보았다. 보석을 본 야채가게 아저씨는 배추 열 상자를 주겠다고 했고, 고깃간 주인은 고기 열 근을 주겠다고 했다. 제자는 마지막으로 보석상 주인에게 보석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 주인은 보석 가게에 있는 모든 보석을 줄 테니 교환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 정도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 평가에 의해 살맛이 나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평가가 자기를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이유는 ‘자기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을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자신을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마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일상의 여러 가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은 학업성적, 대인관계 등 삶 전반에 영향

 

일전에 모방송국에서 8세에서 1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존감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다. 먼저 자존감 검사로 자존감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들을 구별하고, 그 후 아이들의 행동을 다방면에서 관찰한 연구로, 결과는 자존감 차이가 모든 영역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즉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고,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나 남의 생각을 잘 알아채고 읽어낼 줄 알았다. 또한 의사소통 능력도 남달라 남을 이해하거나, 자신을 이해시키기도 잘하였다. 나아가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았고, 실제로 주어진 과업을 잘 완수해 내었다. 따라서 자존감은 학업 성적이나 리더십, 대인관계, 위기극복능력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경험들이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성취 등의 긍정적 경험, 가까운 사람들의 인정과 믿음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크게 만들고, 특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 주는 대상’에 대한 경험은, 자신의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수용하게 하여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B형제는 무엇이든 잘하는 형과 비교당하며 자랐다. 부모는 형이 잘하면 동생도 잘 따라갈 것이라 생각하고, 형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동생에게는 늘 형을 본받으라 다그쳤다. 하지만 그는 형과 달리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학창시절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 그러다 졸업 후 주일학교 교사가 되면서 조금씩 달라져 지금은 아주 행복한 청년이 되어 있다. 교사로 봉사하는 것이 그에게 긍정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없던 학창 시절은 정말 힘들었어요. 늘 열등감으로 우울했으며 불안이 심해서 밤에 잠을 설치기도 했어요. 그나마 성당에서 소년레지오 단장님께서 소심한 제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저의 실수에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주시는 등 많은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게 숨통을 트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한 것은 그 단장님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교사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커져가는 저를 보곤 합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도 사랑하게 되고요. 지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게도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많이 변했습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신경이 쓰이고 그 평가에 기분이 좌우되는가? 남들이 칭찬하면 왠지 빈말이라고 여겨지는가?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 걱정되고, 실수를 하면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가? 혹은 활동보고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부풀리게 되거나, 동료 단원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되면 화가 나서 참기가 힘든가? 이 모든 것은 나의 자존감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은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나 가치관 혹은 살면서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들로 인해, 능력이 있거나 착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조건적 사랑의 경험에서 온다. 그래서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완전을 추구하면서,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으로 위축되게 된다. 그 결과로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거나,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에 더 나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성서에 “눈이 손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머리가 발더러 ‘너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1고린 12, 21)라고 되어있고 교본에 “신체의 모든 부분은 서로 의존하며, 하나의 생명이 신체의 모든 부분을 함께 살린다.”(85쪽)라고 되어 있으니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거나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1, 27),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신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지혜서11.24)는 말씀에서 우리 모두는 능력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은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이므로 사랑하신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의 진정한 자존감, 즉 자신이 진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에게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아직도 하느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표지일 수 있다.

 

“하느님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가 죄인이라 해도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7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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