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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난민, 돌아갈 수 없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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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2 ㅣ No.938

[이 시대의 징표] 난민, 돌아갈 수 없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하여

 

 

“한국이 민족적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영토 내에 거주하는 다른 민족 집단 간의 이해, 관용, 우의를 증진시키는 데 저해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는 ‘순혈’과 ‘혼혈’과 같은 용어, 그리고 그러한 용어가 야기할 수 있는 인종우월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2007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우리에게 다가온 시리아 난민들

 

2015년, ‘시리아 난민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유럽의 시리아 난민 사태 중 한 시리아 난민아동의 죽음을 보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파리 테러를 거치면서 정부와 언론에 의해 시리아 난민은 반드시 도와줘야 할 피해자에서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돌변했다. “한국 찾은 시리아 난민 75% ‘인도적 체류’ 허가받았다.”(머니투데이 2015년 9월 8일자)며 법무부는 한국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테러분자’ 유입 루트 시리아 난민 국내 200명 유입”(파이낸셜뉴스 2015년 11월 18일)했다며 국정원은 시리아 난민들을 피하거나 배제해야 할 감시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중순 현재 약 30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단지 시리아 출신 성인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반년 가까이 억류되어 있다. 난민, 돌아갈 수 없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난민협약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한다. 난민은 결국 종교, 정치적 견해 때문에 자국 내에서 박해에 이르는 차별을 받고, 그와 같은 박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난민협약 가입국

 

난민협약의 가입국은 이들 난민을 보호해야 할 국제법적인 의무를 진다. 난민의 ‘보호’란 난민협약의 당사국이 국제적 및 국내적 법제를 활용하여 ① 난민신청자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추방되거나 강제송환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② 모든 난민이 그가 난민으로서 부여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며, ③ 모든 난민의 인권을 보장함을 그 내용으로 하고, 난민에 대한 영구해결책, 즉 자발적 본국귀환, 비호국내의 정착, 그리고 제3국에서의 재정착 중 하나를 협약당사국이 난민에게 제공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출입국관리법 관련 조항을 거쳐 난민법을 제정했다. 현행 난민법령과 관행에 의하면 난민인정심사의 절차는 난민신청자의 신청서의 제출 ⇒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면담과 조사 ⇒ 출입국관리 사무소장의 1차 결정 ⇒ 난민인정협의회의 권고에 의한 법무부장관의 이의신청 결정 ⇒ 출입국관리 사무소장의 난민인정불허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등의 수순을 밟도록 되어있다.

 

대한민국은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2001년에 비로소 최초의 난민을 인정하는 등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부담하게 된 최소한의 의무를 인식하고 이행하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 후에도 난민과 난민신청자에 대한 보호는 체류를 허용하는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민인권,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

 

2015년말 현재 지난 20년간 난민신청자는 약 15,000명이고, 이 중 약 600명만이 난민인정을 받았고 현재 5,000여 명이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기초한 한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난민수용의 정도는 전 세계에서 1인당 GDP 대비 132위, 국민수 대비 154위, 영토면적 대비 112위다. 난민보호, 인권을 논하기에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난민신청자를 일단 제도를 악용하는 소위 ‘불법체류자’라는 바라보는 인식은 난민 관련 행정을 지배하고 있다. “원고들은 … 불법체류자로서 본국에 송환되면 더 이상 대한민국 내에서의 경제적 활동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염려에서 이 사건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추단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판례의 내용이다. 난민으로서 본국에서 박해가능성이 있는지만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짜 난민신청자로 이들을 낙인찍고 이들에게 2차적인 가해를 가한다.

 

여러 유엔인권기구에서도 한국의 난민 상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대표적으로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는 2009년 채택한 최종견해에서 “난민신청처리절차의 심사기간이 길기 때문에 난민신청자들이 직면하는 어려움”, 그리고 “난민인정비율이 지극히 낮다는 점과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아직도 오래 걸린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다.

 

본 위원회는 더 나아가 “ⓐ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증원을 포함하여, 개정된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령의 이행을 위한 적절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 ⓑ 난민절차를 표준화하는 것, ⓒ 난민과 난민신청자에 대한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 등을 통하여 “난민지위인정의 심사기간을 줄이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하고 “난민지위부여에 관한 통계를 포함하여 이와 관련하여 채택한 조치들에 관한 정보를 다음 정기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난민보호와 관련된 법제와 관행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난민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에 최소한의 절차만 규정하였다가 아시아 최초라는 난민법이 만들어졌다. 난민인정자의 수도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처음 두 명 정도의 담당 직원이 있던 시스템에서 현재는 법무부 및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과가 존재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서울행정법원에는 전담재판부도 생겼고, 한두 명의 변호사가 난민사건에 관여하던 시기가 상당 기간 계속되어는데 지금은 수백 명의 변호사들이 난민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도 소수 직원의 일본사무소 연락사무소에서 수십 명 직원의 한국사무소가 됐다. 판례와 논문도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팽배하는 외국인혐오주의와 인종주의

 

그런데 한국사회는 점점 외국인혐오주의와 인종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 2012년 10월 네이버에 ‘난민법’이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난민법은 2011년 말에 국회를 통과하여 2013년 7월 시행 예정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난민법’이 급상승 검색어가 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 혐오주의 경향이 강한 온라인 카페 일간베스트저장소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개입한 결과였고, 며칠 동안 인터넷과 트위터 등 SNS에 “난민은 성범죄자들이다.”, “난민은 AIDS를 한국에 퍼뜨린다.” 등의 수만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난민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관련 인권단체들에 대한 욕설과 협박성 글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법무부는 지역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생각해 반대하거나 반대할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지역이 아닌 헬기장, 하수처리장이 위치한 외딴 곳에 난민지원센터의 설치를 진행해 왔고, 그나마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그 명칭도 ‘출입국’지원센터로 둔갑시켰다. 완공 전 주민들의 반발이 있자 센터 입소자는 두 단계에 걸쳐 ‘위해성’을 검증한 사람들이라며 난민신청자의 공항 입국심사와 시설이용 심사를 ‘위해성’ 심사로 둔갑시켰다.

 

대한민국은 정치적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난민들이 만든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나라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의 공식 난민지원기구 중 하나인 유엔한국재건기구(UHKRA: 1950~1960년) 등이 국내난민 · 피난민 보호에 나서주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계속 존립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정치적 난민이었던 김대중 씨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탈북자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헌법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다수의 난민을 계속 양산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대한민국이 난민을 대하는 법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평신도, 2016년 여름(계간 52호),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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