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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39: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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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18 ㅣ No.1009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39)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


빛과 돌로 빚어낸 단순하면서도 거룩한 로마네스크 ‘걸작’

 

 

-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 정면(서쪽)과 측면(남쪽). 출처=Wikimedia Commons

 

 

돌만을 건축 재료로 내외부 장식 전혀 없어

 

11세기에 창립되어 1세기 동안 시토회는 유럽 전토로 퍼졌다. 12세기 말에는 남자 수도원이 742개, 여자 수녀원이 761개나 되었다. 그야말로 12세기는 시토회의 세기였다. 그들은 거친 땅을 개간하고 농사하며 관상의 생활을 보냈다. 시토회의 모든 수도원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립되어 수도 생활의 중심, 학문의 중심, 농업 기술과 공업 기술 개발의 중심이 되었다.

 

시토회는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을 엄밀히 지키며 성 베르나르도의 가르침에 따라 회화나 조각 등의 모든 장식을 금지했다. 그들은 1134년 ‘건축 및 예술 관련 관례 참사회 규정’에 따라 건축에 관한 규칙을 정했다. 수도원은 도시나 성채나 촌락에 세워서는 안 되며 왕래하기 어려운 먼 곳에 세워야 하고, 성당과 수도원 방에는 회화나 조각을 걸어서는 안 되고, 유리창은 투명하게 하거나 십자가나 도상을 그려서도 안 된다. 동물 헛간 외에는 수도원의 문밖에 건조물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토회 건물 중 가장 완벽한 수도원인 르 토로네 수도원(L‘abbaye du Thoronet, 1160~1190)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te d’Azur)의 바(Var)에 있다. 이 수도원은 시토회의 규칙에 따라 엄격하고 단순하게 지어진 세낭크(Snanque)와 실바칸(Silvacane)의 수도원과 함께 ‘프로방스의 시토회 세 자매’라 부른다. 그중에서 르 토로네 수도원은 한적한 언덕 기슭에, 돌만을 건축 재료로 하고 내외부 모두 장식이 전혀 없는 가장 소박한 건물로 최고의 로마네스크 건축의 전형이 되었다.

 

르 토로네 수도원 회랑. 출처=Wikimedia Commons

 

 

수도원 전체가 같은 채석장의 돌로 지어져

 

르 토로네 수도원은 완만한 경사지, 넉넉한 숲, 풍부한 수원, 충분한 암석 등 생존을 보장하는 모두가 조달되는 땅에 세워졌다. 성당은 남쪽의 가장 높은 자리에 놓였다. 그리고 정확히 동서축을 가진 길이 40m, 너비가 20m인 라틴십자 평면 위에 내외부가 명확한 기하학적 볼륨으로 구성되었다. 서쪽 정면에는 가운데 문이 없이 측랑으로 이어지는 문이 좌우에 두 개 있다. 남측면의 문은 수도자의 장례 미사에만 사용했다. 북측에는 안뜰을 둘러싸는 회랑에 여러 시설이 놓여 북서쪽의 계곡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언덕의 경사를 이용한 취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성당의 중랑은 4개 베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3개는 대(大) 아케이드를 통해 측랑으로 이어진다. 중랑의 마지막 베이 좌우에는 횡랑의 팔이 있고, 각각의 팔에는 두 개의 반원 경당이 열려 있다. 동쪽 끝 반원 제단은 1/4 구(球)의 둥근 천장이 덮여 있다. 당시의 다른 성당과는 달리 시토(Cteaux)와 클레르보(Clairvaux)의 창립 수도원 성당을 따라, 횡랑에 작은 반원 경당이 제단과 나란히 정렬해 있다.

 

중랑은 끝이 뾰족한 원통 볼트로 덮여 있으며, 원통 볼트는 1/4 원형 수평 이음매로 벽과 구분된다. 볼트를 횡단하는 아치는 피어에 붙은 반원 기둥 위에 얹히는데, 반원 기둥의 기초는 피어 위에 돌출해 있다. 이 돌출한 반원 기둥의 기초는 횡랑의 경당의 벽 높이와 같아 건물의 통일성을 주고 있다.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에서 창은 두께 1.6~1.8m인 벽을 뚫어 만들었는데, 마장(Mazan)의 모원(母院)처럼 창문이 두 개, 둥근 창이 한 개 있다. 이 제단 위의 둥근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공간 전체에 확산하는데, 그 모습은 그야말로 이 성당 건축의 백미다.

 

-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 제단 창. 출처=o. p. elbs

 

 

제일 먼저 개울 쪽을 향한 창고를 짓고 임시 경당과 침실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가장 중요한 건물인 성당과 함께 북쪽으로 직접 이어진 숙사와 그 밑의 수사실이 지어졌고, 그 후에 사다리꼴 모양의 회랑이 지어졌으며, 다시 창고 옆의 평수사동이 지어졌다. 이 수도원을 만들려면 4만㎥의 돌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채석장은 원형 제단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더욱이 수도원은 암석이 노출된 노두(露頭) 위에 지어졌다. 이렇게 수도원 전체가 같은 채석장의 돌로 지었으므로 전체가 훌륭하게 통합될 수 있었다. 다만 그 돌은 꽤 단단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석회암이어서 작업하기에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돌은 건물과 땅을 연결했고, 회색과 황토색으로 반사되는 빛을 담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이 돌을 달리 쌓았다. 전통적 방식으로 안쪽을 막으면서 외관을 형성하도록 두꺼운 모르타르로 돌을 쌓으면 이음매가 수축하여 안과 밖의 조건이 달라진다. 이에 르 토로네의 석공들은 돌을 비스듬히 깎아 바깥 이음매는 얇게 하고 안쪽 이음매는 두툼하게 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안팎의 돌들은 세심하게 치장되어 있으나 쌓인 켜는 고르지 않다. 그러나 평행으로 쌓도록 위아래 켜가 수직으로 이어진 이음매는 거의 만들지 않았다.

 

수도원의 중심인 회랑은 1175년경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간명하면서도 힘 있는 아케이드 위를 높이 덮은 이 회랑의 볼트는 오후가 되면 빛으로 가득 찬다. 이때 볼트에서 빛이 생겨나고, 빛에서 돌로 쌓은 볼트가 생겨난다. 그야말로 빛이 만들어낸 볼트의 형태다. 또한 다른 수도원의 회랑은 좌우 대칭이고 정적이지만, 르 토로네의 회랑은 사다리꼴이고 도중에 계단이 붙어 있다. 지형의 고저 차를 그대로 이용하며 움직임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동측 경당의 작은 제대 뒤에는 매우 두꺼운 돌벽을 나팔처럼 안쪽으로 비스듬히 벌리며 돌의 경사면마저도 밝은 빛이 되어버린 창문이 있다. 바로 이 창에 로마네스크 성당 건축의 모든 특징이 집약되어 있다. 빛은 창을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는 쇠시리 장식을 타고 더 넓은 벽면을 향해 차례로 번진다. 이렇게 하여 따뜻하고 엷은 황갈색의 거친 돌 표면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황금의 빛으로 성당 안을 가득 채운다. 9세기가 지난 지금과 미래에도 투명한 빛의 존재와 기하학이 최고의 장식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바로 빛이 만들어 낸 장식 아닌 장식이다. 그것은 벽 두께가 얇거나 유리같이 투명한 재료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빛이 무거운 돌로 만들어져 있다.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 내부. 출처=o. p. elbs

 

 

거룩한 가톨릭 공간의 변함없는 원형

 

1964년 수도원 건축의 대가였던 건축가 페르낭 푸이용(Fernand Pouillon)은 12세기 토로네 수도원 건설 이야기를 수도원 공사 감독자인 수사의 일기 형식으로 상상하며 쓴 소설 「거친 돌(Les Pierres sauvage)」을 썼다. 그는 돌을 자르고 쌓는 고된 노동에서 느끼는 감정을 매우 생생하게 이렇게 표현한다. “돌은 대부분 대충대충 거칠게 잘라낼 뿐입니다. 그러면 시간을 벌겠지요. 해가 거칠거칠한 면과 갈라진 곳에서 반사하여 반짝이는 돌이 보석처럼 보일 겁니다. 각도나 접합부는 마감하며 깎으면 정갈한 윤곽을 그립니다. 너무 많은 회반죽에 눈이 속지 않게 정교하게 짜 맞추면 이 윤곽은 정갈하게 복잡해집니다. 결국 바탕이 되는 그물코의 실이 되는 거지요.”

 

르 토로네 수도원 성당은 이렇게 빛과 돌로 로마네스크의 걸작이 되었고, 공간의 순수성, 기하학적 단순한 형태 그리고 빛의 투명성은 거룩한 가톨릭 공간의 변함없는 원형이 되고 있다. 석공이 되어 노동한 수사들의 감성과 신앙을 통해.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15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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