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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38: 베즐레의 생트 마리 마들렌 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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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11 ㅣ No.1007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38) 베즐레의 생트 마리 마들렌 대성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팀파눔 지닌 로마네스크 예술의 ‘보고(寶庫)’

 

 

- 베즐레의 생트마리마들렌 대성전 제단 부분. 출처=Martin M. Miles

 

 

지하 경당에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 유해 안치

 

프랑스 베즐레 마을의 언덕 위에 ‘베즐레의 생 마리 마들렌 수도원(Abbaye Sainte-Marie-Madeleine de Vzelay)’이 있다. 이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은 861년에 지어져 ‘구세주와 성모,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에게 바쳐졌다. 그런데 11세기 중엽 갑자기 이 수도원이 마리아 막달레나의 성해를 모시면서 유명한 곳에 되었다. 전승에 의하면 878년에 유백색 대리석의 일종인 앨러배스터(alabaster)로 만든 관에 있던 성녀의 유해가 엑상프로방스에서 베즐레로 ‘이장(移葬)’되어 지금의 지하 경당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성녀의 유해가 공개되고 많은 기적을 일으키자 수많은 순례자가 이 성당에 모여들었다.

 

번성하기 시작한 수도회는 1096년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이 언덕 위에 세워진 생트 마리 마들렌 대성전(Basilica of Sainte-Marie-Madeleine)은 이렇게 시작하여 12세기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향한 4개 출발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로써 언덕 아래에 있던 아름다운 베즐레 마을이 12세기 당시 인구가 8000~1만 명인 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나 1120년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전날 큰불이 나서 1127명이나 되는 목숨을 잃었다. 이 대화재로 공사 중인 성당이 모두 타버렸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통설로는 이 대화재 직후 재건 공사가 착수되었다고 한다. 회중석은 1135년경에 완성되었고, 이어서 서쪽 나르텍스가 건조되었다. 성당 정면의 포털 위에 아름다운 조각은 이때 새겨졌다.

 

- 베즐레의 생트마리마들렌 대성전 문랑 팀파눔의 그리스도. 출처=Wikimedia Commons

 

 

1146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가 군중 앞에서 제2차 십자군을 호소한 곳이 바로 이곳 베즐레였다. 따라서 공사는 이보다 조금 앞서 완성되었을 것이다. 또한 1190년에는 이 성당의 바로 옆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왕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십자군이 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베즐레에 있어야 할 성녀의 유해가 1279년에 생 막씨망-라-생트 봄므(Saint-Maximin-la-Sainte-Baume)에서 발견되고 1281년에 공식 인정되자, 생트 마리마 들렌 성당의 인기는 쇠퇴하게 되었다.

 

생트 마리 마들렌 대성전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결합해 있고, 제단 위의 장엄한 빛과 풍부한 조각을 담고 있는 로마네스크 예술의 걸작이다. 성당 전체는 3베이로 된 나르텍스, 그다음에는 베이가 10개인 회중석,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주보랑이 있는 횡랑과 성가대석으로 이루어진다. 남쪽에는 유일하게 보존된 수도원 건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앙 포털 팀파눔

 

성당의 정면은 12세기 중반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19세기까지 여러 가지가 합성되고 훼손되고 복원되었다. 아래에 있는 3개의 포털은 처음부터 있던 것이지만, 포털 위의 팀파눔(tympanum)은 긴 역사를 지나며 일부 단편을 제외하고는 훼손되거나 없어졌다. 정면 좌우에는 두 탑의 기부(基部)가 있으며 그것에는 12세기의 아케이드가 있다. 다만 남쪽 탑만 완성되었다. 두 탑의 기부 사이에 있는 중앙부는 13세기 중반의 것으로,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천사, 성인이 조각되어 있다. 그러나 중앙 포털의 ‘최후의 심판’ 팀파눔은 1856년에 수복 공사 때 제작되었다.

 

- 베즐레의 생트 마리 마들렌 대성전 문랑 포탈. 출처=Wikimedia Commons

 

 

정면의 포털을 지나면 ‘갈릴래아’라고 부르는 장대한 문랑(門廊, 나르텍스)이 나타난다. 순례자들을 위한 준비의 장소로서 1140~1150년경에 추가되었다. 베이가 세 개이고 높은 교차 볼트 천장으로 덮여 있다. 그 교차 볼트의 능선은 십자형 피어(pier) 위로 이어진다. 회중석 쪽 중랑의 한 베이와 측랑은 위에서 ㄷ자로 이어져 있다.

 

서쪽 정면의 포털처럼 문랑에서는 중랑과 측랑으로 통하는 세 개의 포털이 다시 나타난다. 각 포털에는 3부 구성의 팀파눔이 훌륭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중앙 포털은 베즐레 성전의 하이라이트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팀파눔이다. 1125~1130년경에 조각되었다. 팀파눔에는 그리스도께서 두 손을 뻗어 복음 전파를 위해 파견하시는 열두 사도의 머리로 빛을 보내고 계시다. ‘성령 강림’의 순간이다. 사도들의 옷 무늬는 몸을 암시하지만, 세밀한 선으로 묘사된 그리스도의 옷 무늬는 갑자기 하늘에서 부는 거센 바람(사도 2,2)을 표현하듯이 무릎과 허리에서 강한 소용돌이가 새겨져 있다.

 

성 베네딕도회의 수도원장이자 신학자였던 도이츠의 루페르트(Rupert of Deutz)는 1111년에 이 문랑을 이렇게 말했다. “사제들이 행렬하며 나아갈 때 우리는 항상 마치 갈릴래아로 가시는 주님인 것 같이 그들을 따릅니다. 그러니 가장 높은 곳에서 행렬을 멈추는 이 장소를 갈릴래아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이처럼 베즐레의 문랑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만나시겠다고 말씀하신 현실의 땅이며, 성령 강림과 사도의 사명을 일깨우는 곳이고 천상의 예루살렘인 교회의 몸에 들어가는 장소라는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문랑은 받아들이고 거르고 넘어가며 전례가 행해지는 곳이다.

 

- 베즐레의 생트마리마들렌 대성전 내부. 출처=Martin M. Miles

 

 

대화재 이후 1180년경 고딕 양식으로 개축

 

이 포털을 지나면 나르텍스보다 먼저 1120년에서 1140년 사이에 세워진 커다란 회중석이 나타난다. 그때가 아침이라면 문랑은 아직 어둑하지만, 한 걸음만 들어가면 중랑은 갑자기 밝게 보인다. 특히 동쪽의 제단은 주보랑을 둘러싼 창과 고창에서 아침 햇빛이 가득 쏟아져 내려온다. 풍부하고 신비로운 빛이 스며드는 경이로운 로마네스크 성당이다. 1165년 화재가 일어난 다음, 로마네스크 양식의 반원 제단이 1180년경에 당시 파리 주변 일드프랑스 지방에서 유행하던 최신의 고딕 양식으로 개축되었다. 고딕 건축의 시작인 생드니 성당(Basilique de Saint-Denis)이 1144년에 개축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일찍 고딕 양식으로 개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제단 위는 6분할 리브 볼트로 덮였으며 벽면은 수직으로 높게 확장되었다. 제단은 높은 원기둥과 뾰족한 아치의 아케이드와 밝은 창으로 이루어진 주보랑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 위로의 얇고 가볍게 보이는 트리뷴 위에 높고 넓은 고창이 제단에 빛을 비추고 있다.

 

중랑과 측랑은 베이 10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교차 볼트로 덮여 있다. 특히 문랑의 중앙 포털에서 보면 중랑이 원통 볼트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베이마다 얕은 4분할 교차 볼트로 되어 있다. 이 볼트는 밝고 어두운 두 가지 색의 아치 홍예석을 번갈아 가며 사용한 횡단 아치로 보강했으므로 원통 볼트는 더 분명히 분절되었다. 그 덕분이 고창은 더 커졌고, 같은 시대의 클리뉘 양식의 회중석과 비교하면 훨씬 밝아 아치 안둘레 띠, 아케이드 바로 위의 수평 띠인 코니스, 아케이드의 복합 피어의 세 면에 붙은 주두, 그리고 주초의 장식까지도 잘 보인다.

 

중랑과 측랑에는 고창 근방의 작은 주두를 제외하고 99개의 주두가 있는데, 그중 69개가 성경, 성인전, 악마, 괴물을 그린 ‘이야기’ 주두이며, 나머지 30개가 잎 장식 주두다. 이만큼 ‘이야기’ 주두가 있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데, 이 주두 장식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인 로마네스크 예술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8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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