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회문헌ㅣ메시지

현대 문헌 읽기: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베네딕토 16세 회칙,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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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03 ㅣ No.1171

[현대 문헌 읽기]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베네딕토 16세 회칙, 2006.)

 

 

지난호(숲정이 제2645호)에 「오늘의 신학」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왜 현대 교회 문헌들을 읽어야 하는지를 다루었다면, 이번호는 올해 ‘사랑의 실천’이라는 주제에 맞는 교회 문헌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얼마 전 선종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첫 번째 문헌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는 사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교황 선출 이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워낙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셨기에, 아마도 첫 회칙은 생명 윤리나 교리적인 내용이 되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은 사회 교리적인 측면도 담고 있는 사랑 실천에 대한 회칙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믿음과 희망에 관한 내용을 연이어 발표하시면서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삶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문헌들을 읽다 보면 베네딕토 교황님의 참다운 신학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목이기도 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말씀은 곧 사랑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알 수 없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1항). 교황님은 신학자로서 하느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오직 사랑 안에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사람들의 삶에 자리 잡은 육체적인 사랑에도 연관이 있음을 얘기하십니다. 이는 전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의 ‘몸의 신학’과도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영혼만도 육체만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통합된 피조물 곧 인간인 것입니다(5항).

 

이러한 사랑의 완성을 우리는 강생 하신 하느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실질적인 새로움은 새로운 개념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개념들에 살과 피를 부여하시는 그리스도 자신의 모습에 있습니다(12항).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랑은 사람의 행위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사랑은 거룩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체성사를 통하여 사랑은 지금 우리에게도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행위에 우리를 끌어들입니다(13항). 또한 이 성사의 ‘신비’가 사회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14항)을 통하여 이 사랑을 확장시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나가 되었습니다(15항). 따라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특히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회칙의 2부는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사랑 실천, 곧 카리타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사랑을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움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공동체가 됩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오늘날 개종 권유라고 하는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31항). 우리가 사랑을 다른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결국 하느님도 그렇게 될 것임을 기억합시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을 알고, 우리가 오로지 사랑을 실천하는 바로 그때에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31항).

 

따라서 교황님은 이 문헌의 결론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랑을 체험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의 빛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게 하십시오(39항). ‘사랑을 실천하십시오’가 아니라 ‘사랑을 체험하십시오’라는 표현이 마음에 닿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우리의 능력을 통한 봉사가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임을 기억합시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말씀처럼 사랑의 실천이 하느님 은총의 순간이 될 수 있기를 이 교회 문헌을 통하여 기원합니다.

 

[2023년 4월 2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박찬희 다니엘 신부(천호성당 · 천호피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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