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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스마트폰 소통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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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26 ㅣ No.943

[경향돋보기 - 스마트폰과 소통의 부재] 스마트폰 소통의 진실

 

 

대기업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홍길동 씨의 출근길에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늘 함께한다. 주말에 방영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출근의 중압감을 떨쳐버린다. 반복적인 업무에 싫증이 날 때면 스마트폰을 꺼내 누리소통망(SNS)에 접속하여 인맥 쌓기에 열중한다. 점심식사를 할 때도 왼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포털 사이트의 기사를 읽으며 댓글도 확인한다.

 

휴게실에서는 음악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를 실행시켜 최신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 동료, 선후배들과 마주치면 인사만 할뿐 의미 있는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퇴근길 버스에서는 새로 나온 게임에 열중하다가 정작 내려야할 정거장을 지나치기 일쑤다.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족과 식사를 하고, 궁금한 사항은 스마트폰의 실시간 검색으로 확인한다. 잠들기 전에 누운 채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검색하고 화제 영상을 본다. 내일 날씨를 확인한 뒤에야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웃지 못할 풍경이 홍길동 씨만의 모습일까?

 

국내 무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4,418만 명(2016년 2월 현재)으로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모르는 것은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것에 익숙하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업무 중에도 포털 사이트 기사와 SNS를 수시로 확인하며, 자랑할 일이 생기면 친구와 가족보다 SNS를 먼저 떠올린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대신 스마트폰에 눈과 손을 두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고민이 생기면 인터넷 카페나 SNS에 글을 올려 조언을 구한다.

 

버스 창가에 앉아 익숙한 풍경을 눈으로 감상하고, 회사 동료와 정감 있는 대화는 사라진 가운데 어느새 스마트폰이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을 대신하는 것 같다. 실질적인 대화가 부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친구나 동료, 가족의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의 과의존 실태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과의존 실태를 살펴보려고 해마다 조사하고 있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을 합하면 3-59세의 16.2%가 해당한다. 과의존 위험군은 성인(20-59세)이 13.5%, 유아동(3-9세)이 12.4%이며, 청소년(10-19세)은 무려 31.6%나 된다. 이러한 위험군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스마트폰의 사용 역기능 유형(단위 %)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4.6시간(275분)이지만, 위험군은 5.0-5.2시간(299-315분)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역기능은 수면 장애, 안구 건조증, 거북목 등인데 10명의 이용자 가운데 7명(71.0%)이 신체적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분노와 짜증,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불편을 겪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6명(65.9%)이다. 이러한 불편에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려고, 재미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습관적으로, 또는 시간 보내기 등의 오락적 이유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오락과 놀이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동네 또래와 형제자매들과 오락적 욕구를 충족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우리와 자녀들의 가장 훌륭한 놀잇감으로 선택된다. 앞으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세계를 이용한 기기들이 대신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의 사례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스마트폰이 무조건 문제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편리함과 신속성으로 무장한 데다 내 손안의 세상을 이룰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불통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소통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메신저와 SNS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국경 없는 소통이 가능하고, 끊겼던 인간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 단문만 가능했던 문자 메시지가 장문 메시지로 발전하고, 메신저와 SNS가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과 동시다발적으로, 또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유명 인사,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선수와 SNS를 통해 소통하고 직접 대화도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정보를 교환하면서 소통의 장으로 진화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 많은 기업과 공공의 영역에서 SNS를 이용하여 홍보의 창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경찰과 지자체가 대표적이다. 공적 영역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들의 정책과 성과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시민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얻기도 한다. 이는 일방적인 통보와 공지가 아닌 시민들과 상호 교감을 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이다.

 

신체가 불편해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장애인에게는 삶의 영역 자체를 확장하게 하는 구실도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신체 기능의 보조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원격 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고, 교육과 사회, 심리 재활의 기능도 이루어지고 있다. 청각 장애인들은 영상 통화를 통해 수화로 소통하고, 시각 장애인들은 글자를 읽어주는 기능을 통해 그들의 눈이 되어주기도 한다. 또 다양한 장애인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장애인 전용 요금제도 보급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불통의 사례

 

이렇듯 스마트폰은 단순히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을 넘어 공적인 부분과 소외된 계층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여전히 스마트폰은 소통을 가장한 불통의 물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특히 사이버 명예 훼손과 모욕, 사이버 스토킹 등 일면식이 없는 대상에게 죄책감 없이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되는 사이버 왕따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날에는 왕따를 당하더라도 이사나 전학을 가는 것이 해결책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SNS를 통해 단시간에 특정 인물을 추적할 수 있고, 왕따였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진다. 여럿이 모여있을 때도 ‘카카오톡’을 통해 한 명만 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욕하고 비웃으며 소외시킨다. SNS에서 저격글을 올리거나 친구의 엽기 사진을 올려 웃음거리로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듯 온라인상에서는 상당히 교묘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괴롭히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들이 알아채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러한 사이버상의 괴롭힘을 ‘사이버 불링’이라고 한다. 정확한 정의는 특정인을 사이버상에서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청소년들은 폭력의 일종인 사이버 불링을 하나의 놀이나 일상의 소통수단처럼 가볍게 생각한다. 또 현실이 아닌 사이버상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폭력 행위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해자의 도덕성을 혼미하게 하고 피해자에게는 더욱더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게 된다. 그래서 사이버 불링을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개인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가족과의 대화 단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대로 된 대화 대신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자녀들, 게임을 하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들, 심각한 얼굴로 뉴스를 읽는 부모뿐 아니라 서너 살 어린아이도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주중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청소년이 절반 이상인 56.5%에 달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중고 학부모 1천5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부모 자녀교육과 학교 참여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부모와 자녀의 하루 대화 시간은 25분 이하가 26.5%, 26-50분 이하가 42.7%, 51-100분 미만이 20.2%, 100분 이상이 10.6%로 집계되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은 인성과 예절 교육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부모마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는 현실에서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몇 달 전 김승우라는 배우가 영화 촬영장에서 후배 배우들에게 스마트폰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젊은 배우들을 직접 혼내기도 했다고 한다. 후배 배우들의 모습에 실망도 하고 세대 차이를 느끼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금지령을 내린 이유는 연기에 집중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겠지만, 영화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배우들의 눈빛, 손짓, 표정을 통해 관객은 울고 웃으며 감동한다. 아마 김승우는 진솔한 연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이는 연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정한 소통사회로 가는 길

 

스마트폰에 따른 불통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나 정부의 정책, 기업의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사람과 세대,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고 일상생활의 습관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사회적인 대처가 필요한 사안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유되어야 한다. 개인과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함께 걸을 때 우리의 소통은 조금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 개개인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이익과 해악을 분명히 알고, 해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편리함에 의존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의존 상태에 이르게 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친구, 이웃과 진실한 소통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이 아닐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푯대를 향해 올바로 나아갈 수 있다.

 

* 남길우 -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팀장으로 지난 20여 년간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정보사회 발전을 연구하며 건전하고 생산적인 이용문화를 조성하고자 소명을 다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7월호, 남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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