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토)
(녹)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코로나를 이기는 레지오 마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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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07 ㅣ No.695

[레지오 영성] 코로나를 이기는 레지오 마리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유행은 갑작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빠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습니다. 더구나 감염되었으나 불편함이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공포에 떨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멀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실록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고 형형색색의 꽃이 빛을 발하며 춤을 추는 아름다운 봄이 찾아 왔지만 우리는 그 봄을 빼앗겼습니다. 학교가 학기를 시작하지 못해 학생들은 학교에 갈수도 없었고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병에 감염되어 입원한 이들은 가족과 친구들의 방문과 격려를 받지 못했고 외로움의 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병이 심해져서 삶을 마감해야 하는 이들은 자기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마저도 빼앗긴 채 마지막 가쁜 숨을 거두었습니다. 상점들은 손님이 없자 문을 닫았고, 물건이 팔리지 않자 공장들도 멈추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많은 이들이 직장과 일터를 잃었고 그 어느 때보다 푸른 하늘이 우리 곁을 찾아왔건만 우리에겐 그 하늘이 노랗게 보일뿐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의 오랜 전통까지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습니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었습니다. 성전에서 장엄하게 선포되던 주님의 복음을 더 이상 듣지 못하였고, 새로운 삶의 천상 양식인 성체를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오던 신자들에게는 미사에 함께하지 못하는 삶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슬픔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신부님 홀로 미사를 봉헌하는 성전 뒤편에 한 신자가 혼자 마스크를 쓰고 들어와 앉아서 미사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나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마치 굶주린 자식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는데 부모가 자신은 밥을 먹으면서 자녀에게는 밥을 주지 못하는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이나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도 어떻게든 레지오 주회만큼은 빠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많은 레지오 단원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다행이 신속하게 레지아에서 감염증 전염을 막으면서도 주회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대처를 했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로 이루어진 쁘레시디움에서는 오프라인 주회가 불가능했고 온라인 주회 역시도 힘들었습니다. 단원수가 적고 그나마 연세가 많으신 분들로 이루어졌던 쁘레시디움은 결국 해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분명히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같은 삶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고, 올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다시 감염증의 대유행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멀지 않아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니 이제 교회도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미사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과 사람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사람들이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누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서로 간의 숨결을 느끼는 만남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영상으로 미사를 보는 것이 직접 미사에 참례하여 함께 성가를 부르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제단 앞으로 나아가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 성급하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에 앞서서 차분히 우리가 삶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왜 우리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생태학자들과 기후학자들이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세계적인 전염병의 확산은 지구의 생태 환경의 변화, 특별히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모든 자원을 다 끌어다가 남들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먹고 마시고 놀면서 즐기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너희들의 날수가 다 찼으니 살고 싶거든 옛 삶을 버리고 새 삶으로 회개하라는 하느님의 간곡한 요청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제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의 삶을 멈추고 잿더미 위에서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하느님 앞에서 깊이 뉘우치고 반성해야 합니다. 오죽하면 ‘지구에겐 인간이 바이러스이고 코로나가 백신이다’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하느님 아버지는 인간만이 아니라 그분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들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 그것은 곧 모든 생명들이 우리의 형제요 자매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이신 지구의 품에서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을 형제님 자매님으로 대하는 새로운 삶의 출발에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선봉에 서야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회개의 삶을 시작하지 않으면 이제 우리는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결코 되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7월호,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제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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