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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코로나19 이후 한국 가톨릭 교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회적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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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21 ㅣ No.1215

[경향 돋보기 - 코로나19 이후 한국 가톨릭 교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회적 사명

 

 

악을 대면하자

 

코로나19와 함께 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한다. 팬데믹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다. 전염병 유행 시대에 교회는 인류에게 어떤 빛이 되어야 할까?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들에게 주목한다. 해고된 노동자, 비대면 일상의 확장으로 소득이 줄어들 자영업자, 경제가 뒷걸음치면서 더욱 어려움에 놓이게 될 사람들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염병 시대의 ‘악’을 대면하는 일이 먼저일 듯싶다. 어려워진 사람들에 대한 도움과 사회정책들은 문제를 사후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악을 대면하는 일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교회는 20세기 최고의 악을 ‘홀로코스트’라고 지적한 바 있다. 팬데믹은 21세기 최고의 악이라 불릴 만하다. 악은 전염병 바이러스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숙주 동물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종종 창궐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많은 경우 전염병은 기근, 홍수, 혹한 등 이상기후와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전염병을 자연재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전염병은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다. 자연재해는 고통을 가져오지만 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행위로 발생하는 재해는 명백한 악이다.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코로나19 등 2000년대 전염병은 ‘수인성전염병’이 아닌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이전에 동물 숙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바이러스는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사람에게 옮겨 왔다. 자본은 더 싼 자본을 얻고자, 도시는 개발 명목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숲을 파괴한다. 그들은 살 곳을 찾아 사람의 주거지로 들어온다. 그들의 바이러스도 함께 들어온다.

 

숲이 파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더 많이 배출된다. 기후와 생태 위기는 지구를 점점 더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든다. 경제 중심 논리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는 말은 변명이다. 이미 기후변화는 생태계 위기를 경고하고 있었다. 알면서도 성장에 눈먼 인류가 애써 별일 아닌 것으로 넘겨 버린 행위는 공멸을 초래하는 악이다.

 

 

하나의 건강, 하나의 생명, 하나의 공동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가 인류에게 ‘한배를 난 운명 공동체’임을 깨닫게 한다고 언급했다. 너의 건강이 나의 건강을, 나의 건강이 너의 건강을 지켜 주는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하나의 사슬에 묶여있다.

 

빌 게이츠는 ‘생물학적 운명 공동체’라고 표현했다. 운명 공동체의 주체는 인간 종만이 아니다. 더는 그럴 수 없다. 동물과 물, 토양, 공기,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은 하나의 운명 공동체에 속한다. ‘지구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통찰이 지금처럼 경종을 울린 적이 없다.

 

근대 인간중심주의 문명은 인간 종을 최고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계몽주의의 ‘인간 존엄성’ 철학과 ‘인간은 하느님 모상’이라는 신학은 사람을 지배자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자연에 대한 지배는 인간의 행복과 성공을 보장해 주는 듯했다. 물신주의와 과학만능주의가 합리적 이성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합리적 이성은 동물과 인간만을 차별하지 않았다. 비합리적 인간 범주를 규정하고 차별했다. 인종을 차별하고, 여성과 남성을,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가진 자와 없는 자를 차별하고, 이제 면역력이 강한 유전자와 약한 유전자를 차별하기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생명공학은 인간의 완전성을 꿈꾼다. 더는 병들지 않고, 늙지도 않으며, 심지어 죽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의 유전자를 창조하고자 한다.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발명하는 데 혼신을 다한다. 생명과학은 인류의 구원자로 등장한다. 많은 전문가는 그 백신이 나올 즈음이면, 더 강한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하리라고 예측한다. 바이러스의 변종이 더 빠르다.

 

지금은 인간의 교만을 깨달아야 할 때다. 인간은 바이러스보다 약하다. 그들과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활동을 멈춘 동안 돌아온 생명체들을 생각한다. 베네치아 운하로 돌아온 돌고래와 백조, 루브르 광장의 청둥오리, 타이 해변의 멸종 위기 장수거북 등. 대기도 청명해지고, 소음도 잦아들었다.

 

아퀴나스의 뜻으로 표현하면,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그분의 이성을 나누어 받은 존재다. 지구가 합리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존재다. 지구의 공동선은 우리가 차별하는 모든 존재가 하나라고 고백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지구의 건강은 하나이고 생명도 하나이다.

 

 

교회의 협력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도덕적 이성을 지닌 인류에게 호소한다. 생태계 파괴, 인간 삶의 질 저하, 사회 붕괴, 세계적 불평등을 만드는 발전 모델을 새로운 ‘세계적인 개발 모델’로 바꾸어야 한다고(194항 참조), 경제성장만을 목적으로 삼는 도구적 이성의 논리를 멈추고 생태적 회개(217-219항)를 통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려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모든 피조물과의 보편적 친교를 이루는 일이다(220항).

 

교황이 제안하는 ‘통합 생태론’의 관점에서 주목할 사안이 몇 가지 있다. 하나, 5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지시했다. 저탄소 경제구조를 추진하면서 친환경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녹색 성장을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계 기후변화 성과 지표에서 한국은 61개국 가운데 58위에 불과하다. 마침 내년 한국에서 P4G(녹색 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정상 회의가 개최된다. 한국의 새로운 그린 뉴딜 정책은 전 세계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교회도 지난해 10월 6-27일 교황청에서 아마존 시노드를 개최했다. ‘아마존: 교회와 통합생태론을 위한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되었고, 「사랑하는 아마존」이란 후속 교황 권고를 냈다. 교회는 이 두 회의의 논의에 주목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새롭게 채워 한국 교회가 실천할 사항을 구체화하면 좋을 것이다. 본당 차원에서는 전 신자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교구 차원에서는 지방정부와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 과학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학계에 있는 사람의 개인 경험을 말하면, 과학은 종교와의 대화를 기꺼워하지 않는다. 종교는 이미 정해진 답을 가지고 있다. 과학은 목적을 모른 채 세상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려 한다.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의 비밀은 종교에게는 신비요, 과학에게는 연구 거리다. 대화가 평행선이다.

 

그러나 새로운 발전 모델과 문명을 창조하려면 과학의 역할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왔고, 유전공학은 미처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영역에 적용된다. 질병을 예방하는 필수적 수단이기도 하다. 점차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자연적 생명과 인위적 생명의 경계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제 교회는 자연과 문화가 연속체가 되어 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통합 생태론은 생물학적 결정주의나 근본주의적 자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의 독주를 모두 함께 통제하며 그 유익한 기술을 공공 재화로 활용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전염병 시대에 하느님 찬미

 

모든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하느님께 대한 찬미는 기로에 놓인 현대문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낙원의 모든 것을 사람에게 주셨다. 단 하나, 금단의 열매를 제외하고, 그것은 사람은 먹을 수 있으나 먹지 말아야 할 것, 곧 할 수는 있으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상징한다.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구별은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지배한 시대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먼저, 동물과 사람, 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라는 원헨스(ome-health)의 관점을 일상화해야 한다. 그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종, 인종, 성, 빈부 등에 따라 차별했던 모든 존재에게 그들의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예로부터 ‘정의’라고 불려 왔다.

 

다음으로, 생명과학 기술을 하나의 생명을 존속시킬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자본주의의 결탁을 막아야 한다. 전염병 시대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생명공학은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변형시킬 것이다. 사람 또한 유전자 정보체로 추락시키며, 완전한 존재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만의 바이러스를 퍼뜨릴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교회가 먼저 해야 하는 사명은, 나와 너, 사람과 동물, 자연과 인공 등 모든 차별적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 ‘하나의 생명’을 추구하는 ‘찬미’여야 한다.

 

* 심현주 율리아나 –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회교리학교에서 강의한다. 독일 주교회의 산하 사회윤리 국제 네트워크(Ordo Socialis)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가톨릭 신학과 사회윤리를 전공하였다.

 

[경향잡지, 2020년 7월호, 심현주 율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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