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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사목] 한국교회 노인사목, 액티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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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5-14 ㅣ No.616

브라보 액티브 시니어(Bravoa Active Senior) - 한국교회 노인사목, 액티브한가?

노인들에 시간 · 재능 바칠 기회 제공해야


2012년 한국의 대도시에 사는 아브라함 할아버지. 70대의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족들을 위해 근면성실하게 일을 했고, 10여 년 전 은퇴했다. 새로운 삶을 즐기고 싶었다. 특히 바쁘다는 핑계로 열심히 못했던 신앙생활에 매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딱히 누군가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위축이 된다. 앞에 나서고 싶어도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이 너무 나서시는 거 아니야?” “에효, 또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성당에는 할아버지가 참여할만한 사도직도 없다. 아브라함 할아버지는 교회 사도직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오늘도 아쉬운 마음으로 미사 참례 후 집으로 향한다. 


늙은 교회의 늙은 사목,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의 노인사목은 말 그대로 ‘늙은’ 상태다. 사목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채로운 사목 프로그램을 내놓는 청소년ㆍ청년 분야와는 상당히 비교되는 상황이다. 교구의 노인사목 활동을 살펴보면 이런 사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교구에서 청소년 관련 사목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노인사목부를 개설한 곳은 서울대교구와 대전교구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인사목부의 활동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노인사목부를 만든 교구답게 서울대교구가 노년기와 관련된 도서 발간과 심포지엄, 노인신자 대상 욕구조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편이다. 그나마 있던 프로그램들은 홍보와 관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교구 ME의 시니어 주말, 필리핀교회에서 개발한 ‘오름회’ 등 노년신자들에게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 수화노래 공연 봉사대 어르신들이 성동노인종합복지관 강의실에서 열린 수화노래 강의에 참여해 열심히 수화를 배우고 있다.

 

 

모든 교구에서 ‘노인사목’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막상 눈에 띄는 사목적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 노인사목의 실태다.

교구가 노인사목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위해서는 노인신자에 대한 사목자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담당 홍근표 신부는 “실질적으로 노인사목의 가장 큰 문제는 사목자들의 인식 부족이다”라며 “사제들의 관심도에 따라 본당 노인사목의 편차가 크다”고 강조했다. 홍 신부는 이어 “노인신자들을 사회복지 대상으로만 인식해 온 것, 각 본당에서 실천해야 할 노인사목의 방향이 올바로 세워지지 않은 것 등 노인사목의 한계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한 본당 사목자는 “교회에서 노인신자들이 교무금과 봉헌금을 많이 내지 못하는 ‘비생산적 세대’로 인식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러한 사실은 2007년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가 실시한 ‘노인사목 실태 및 욕구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사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목 분야는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ㆍ청년사목이며, 다양한 노인사목 프로그램 개발 및 이행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39.1%, 전혀 그렇지 않다 6.3%로 부정적 답변이 우세했다. 또한 노인사목에서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47.7%가 ‘복지’라고 응답해, 한쪽 분야로 치우친 노인사목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인신자들에 대한 사제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한 신부가 미사 중에 “오늘 본당에 손님들이 오시는데 이왕이면 젊고 예쁘신 분들이 봉사를 해주시는 것이 좋으니 어르신 분들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며, 속상해하는 노인신자를 취재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목자들은 노인신자들이 청소년ㆍ청년과 차이가 없는 사목 대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노인신자들은 사도직 참여를 절실히 원하지만 참여가능한 사도직이 없어, 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한 본당의 노인대학에 소속된 어르신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나가는게 그렇게 기다려진다”며 “그런데 이렇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전례에 내가 봉사자로서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수정(카타리나ㆍ61ㆍ서울 신월동본당) 씨는 “본당에서 활동하면서 소속감, 성취감도 느끼고 활기차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신자 스스로의 변화도 중요하다. 김종구(베르나르도ㆍ67ㆍ서울 노량진본당)씨는 “시니어들이 어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관념을 버릴 때가 왔다”며 “노인대학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만 참여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노인들이 본당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1~2회 복지관 컴퓨터반 강사를 지원하고 있는 컴퓨터 봉사대. 이들은 문서작성, 인터넷 활용, 엑셀 등의 실력을 인정받아 선발됐다. 원활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생각이 젊은 교회로 변신 어렵지 않아요

한국교회는 사회와 서양교회에 비해 고령화 대비가 늦었다. 하지만 보편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1998년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1998년 문헌 「교회와 세상 안에서 노인의 존엄과 사명」(La Dignit1 dell’ Anziano e la Sua Missione nella Chiesa e nel Mondo)을 발표한 이후, 세계교회가 본격적으로 노인사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9년 ‘노인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교회가 노인들의 사도직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전하며, “매우 많은 가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와 손녀들에게 신앙의 바탕을 가르치고 있다(13항)”며 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회는 성경을 통해서도 노인의 존재를 강조하고 있다. 노인을 공경과 존경의 대상으로, 긍정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으며, 또한 노년은 삶에 완성을 가져다주는 시기이자 하느님 은총의 징표로 상징됐다.

그렇다면 고령교회에 접어든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노인신자를 사목적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에서도 벗어나 주체적 사도직 활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경희 교수(이화여대 교육과학연구소)는 2005년 ‘고령화 사회와 가톨릭교회 노인사목의 방향’ 포럼에서 “이제까지 돌봄의 대상으로만 간주됐던 노인들은 과거와는 다르며, 미래의 노인들 역시 현재의 노인들과 비교할 때 질적 차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범(한국천주교 주교회의)씨는 “많은 노인들은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바칠 충분히 육체적ㆍ정신적 힘을 가지고 있다”며 노인신자의 봉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문헌 「교회와 세상 안에서 노인의 존엄과 사명」에서는 자선활동, 교리교사, 전례봉사, 등 노인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도직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베이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앞두고, 시니어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노년의 욕구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사목부 영시니어아카데미 김원휘(베네딕도ㆍ65) 부학장은 “노인대학을 기반으로 노(老)-노(老) 봉사가 이뤄지면 좋겠다”며 “건강한 노인들의 경우 주일학교 교리교육, 성경 읽어주기 봉사, 병자 말벗되어주기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학장은 또 “교회 안에서는 노년기 맞춤형 일자리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노인신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교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2년 5월 13일,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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