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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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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90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 (1)

 

 

1. 사목자의 어려움

 

수많은 사람들을 사목하면서 사목자들이 겪게 되는 가장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 가운데 하나는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신자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때가 아닐까? 신자들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목자에게 의지하며 영적인 은총은 물론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도움을 희망하기도 한다.

 

물론 사목자는 신자들이 겪고 있는 그러한 모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예를 들면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부적응, 부부간의 갈등, 자녀 교육의 문제, 성격문제, 대인관계 등) 일일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만능해결사가 아니기에 강박적으로 신자들의 요구에 부합해야만 한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문제해결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은 사목자에게 요청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는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해결의 방향성은 언제나 그 문제 자체의 현실적인 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늘 신앙과 영성을 지향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정신과 관련된 사항은 사실 상당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수많은 임상적인 경험을 요구하기에 경험이 부족한 사목자들, 또는 연륜은 있지만 정신의학이나 이상심리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목자들에게는 여간 다루기 힘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목자는 이 정신적 문제에 대해 어떤 전문가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이 어떻게 하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과 길을 제시해 줄 수는 있어야 한다. 특히 사목 상담자들에게 이러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분별력과 지식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신경증과 정신분열증에 대한 구별

 

이러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분별력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신경증(neurosis)과 정신병, 곧 정신분열증(psychosis)에 대한 구별에 있다. 혹자는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정신병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 자체는 잘못된 표현이다. 만일 누가 이 표현이 맞다고 공감한다면 이때 ‘정신병’이란 용어는 사실 ‘정신의 병’이라고 써야 한다. 왜냐하면 정신병이란 정신분열증과 같은 뜻을 지닌 의학적 고유명사로서 생물학적 뇌의 이상으로 발병한 병을 뜻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수많은 스트레스와 긴장의 환경 속에 살면서 건강한 정신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뜻에서의 ‘정신의 병’, 곧 ‘신경증’과는 엄밀히 구별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말은 “현대인들은 거의 어느 정도의 신경증은 조금씩 가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어느 정도 정신의 병을 앓고 있다.” 또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많이 건강하지 못하다.”라는 정도의 표현으로 옮긴다면 원래의 의미와 같아질 것이다. 

 

이러한 두 단어의 구별을 굳이 짚고 넘어가는 것은 앞으로 제시할 몇몇 예와 같은 상황에서 사목자들이 신경증과 정신분열증을 구별하지 못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별의 능력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신앙과 연계된 초자연적인 빙의현상이나 계시 또는 마귀들림과 같은 현상 안에서 바라보지 않도록 해주며 반대로 그들을 단순히 신경증적인 정신적 쇠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처럼 취급하지도 않게 해준다.

 

이제 몇몇 실례를 통해 어떤 경우가 정신병이며 어떤 경우가 신경증인지, 이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정신병 환자들 중 아주 드물게 마귀들림(obsession) 현상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물론 정신병을 약물요법 중심으로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나 신경증을 주로 다루는 심리치료사들에게조차 완벽한 진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정신 영역이다. 하지만 의학적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진 최소한의 분별법은, 사목 상담자들이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신자들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 채 정신적 장애를 치료하고 치유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3. 구체적인 사례

 

1) 30대 초반의 여인: 가족들은 단순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말함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자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을 때의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순례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나는 구체적으로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30대 초반의 미카엘라라는 본명을 가진 자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그녀는, 표정은 어둡고 피부가 밝지 못했으며 눈동자 또한 맑지 못했다. 여행 첫날 저녁, 순례를 함께 떠나는 지도 신부님들은 호텔 로비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때 이 자매가 나타나 신부님들의 자리에 자신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친근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점차 상식 밖의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신부님들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이 자매가 신부님들과 함께 자신도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오롯한 이유는 바로 자신도 신학을 공부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따라서 신부님들과 자기는 동창이므로 함께 회의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이 자매의 이와 같은 자기만의 논리는 여행이 진행되면서도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버스에서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는데 갑자기 뛰어나와 막 웃다가 다시 표정이 굳어지면서 자기 기분이 지금 안 좋으니까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라고 다시 환기를 시켜주니 그제서야 자기는 마리아(본래 본명은 미카엘라임)라고 불리는 게 싫다고 하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 도무지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자매의 횡설수설은 계속되어 차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어 버렸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이 자매가 부담스러웠다. 점차로 얼굴은 표정이 없어져가고 말수가 적어졌다. 그러다 자신이 맘에 드는 신부님을 찾아가 담배 좀 같이 피자고 하거나 밤늦게 신부님 방에 전화를 걸어 커피 한 잔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신자들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여행을 함께하는 한 가족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 자매의 짝(여행 파트너)이 된 자매는 혹시 길이라도 잃어버릴까봐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관심있게 대해주었다.

 

그런 어느 날 미사 중 성찬 전례가 한창일 때 한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갑자기 성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정신적으로 이상한 증상을 보였던 이 자매가 결국 사고를 친 것이다. 비명소리가 난 곳으로 머리를 돌리니 이미 이 자매가 평소 자신의 여행 파트너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 그 여인의 머리를 낚아채 바닥으로 쓰러뜨린 뒤 발로 가슴을 밟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이 재빨리 달려와 제지했는데도 그 힘이 보통이 넘어 쉽게 떼어놓을 수 없었다. 무력으로 두 사람을 떼어놓은 뒤에도 이 자매는 고함을 질러가며 자신의 짝에게 심한 욕을 퍼부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성령께서 자신에게 그 여자를 만인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성령의 그 말씀을 따랐을 뿐이라고 하며 어떤 죄책감이나 후회도 없는 듯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부님들은 이 자매를 될 수 있는 한 여행 중간에라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일단 집으로 전화를 해서 병력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 자매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는데, 자신의 딸은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단지 6년 전에 우울증에 걸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약을 중단한 상태라고 했다. 

 

결국 이 자매는 여행을 마치지 못하였지만 다행히 한국으로 잘 돌아갔다. 이 자매의 증상을 놓고 어떤 신자들은 우리가 좀 더 따뜻하게 잘 대해주고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저렇게까지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좀 더 잘 달래어 여행을 잘 마쳤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폭행 사건 이후 신부님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며 대해주어서 그런지 그 자매는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을 찾아가며 점차로 정상인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모습을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면 얼마든지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어떤 신자들은 그 자매에게 우울증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면 결국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분노의 감정으로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과연 이 자매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울증 때문에 생긴 심리적 불안정 증상과 소외당하거나 무시당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겪는 노이로제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일까? 

 

2) 50대 중년의 여인: 사람들은 마귀들린 여자 또는 미친 여자로 봄

 

신학생 때 새벽미사에 참여한 뒤 아침기도를 끝마치고 나올 때였다. 신자들이 다 빠져나간 뒤라 혼자서 성당을 나서는데 멀리서 중년의 여인이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초점이 없는 눈으로 성당으로 마구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그 여인 옆을 지나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여인은 나를 앞에서 강하게 끌어안으며 마귀가 자기를 쫓아오고 있는데 빨리 자기를 구원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도무지 보통 몸부림으로는 그 여인의 품을 빠져나올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몸과 입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으며 머리카락에는 여러 이물질들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그 여인은 계속해서 나에게 빨리 예수님한테 말해서 저 마귀가 자신을 잡아가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했으며, 나만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거절하면 자기는 마귀한테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마귀를 쫓아주지 않으면 절대 나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무장님의 도움으로 나는 간신히 그 여인으로부터 풀려나올 수 있었다. 참으로 보통 힘이 아니었다. 몇 주 뒤 성당에 다시 그 여인이 나타났다. 내가 기겁을 하고 도망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을 즈음 그 여인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나는 또 봉변을 당할까 걱정을 했지만 곧 그녀의 눈을 본 후에는 염려를 거둘 수 있었다. 그 당시 초점이 없던 눈이 아니라 보통의 정상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인은 나에게 와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그때의 사건에 대해 용서를 청했다. 

 

이 여인의 남편은 무능한 사람이었다. 또한 폭력을 휘두르며 아내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집안의 돈을 모두 걷어가서 딴 살림을 차린 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집으로 와서 아내에게 돈을 요구했다. 남편이 집에 올 때면 늘 폭력을 행사했다. 어느 날 집에 가져갈 돈도 없고 모든 것이 절망적일 때 남편은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이 여인을 때리고 쫓아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발가벗겨서 쫓아내기가 일쑤였다. 길거리에 발가벗긴 채 내쫓긴 몸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여 늘 경찰서에서 도움을 받곤 하였다. 그런 사건이 계속되면서 강간도 당하고 임신도 하게 되었으나 곧 유산되었다. 수없는 유산으로 이미 자궁은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그 여인을 처음 만나게 되었던 그 아침, 그 여인은 바로 그 전날 밤에 여느 때처럼 남편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내쫓긴 뒤 밤새 추위에 떨다가 성당으로 들어오면서 나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이 여인이 이렇게 맞고 내쫓겨 살아갈 때 유일하게 그녀의 생명을 지켜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셨다. 예수님은 어느 날 집밖에서 떨고 있었던 자신을 안아주시며 모든 고통을 치유해 주셨다고 한다. 또한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천국의 모습도 보여주셨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고통을 당하지만 이 십자가 뒤에는 큰 상급이 주어질 것이라는 계시를 듣고 자신의 십자가를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으며, 이 계시의 위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삶의 힘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귀가 이 행복을 앗아가려고 찾아오기 시작했으며 자신 안으로 들어와서 자기를 조정하려고 했다. 마귀가 조정을 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마귀가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 빨리 마귀를 떼어내려고 성당으로 달려가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성당으로 달려가면 예수님께서 늘 어떻게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고 했다. 그날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 나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경험하는 이 자매는 정신병을 앓는 것일까 아니면 혹시라도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 것일까? 

 

3) 40대의 여성: 사람들은 신이 내렸다고 이야기함

 

40대 초반의 이 여인은 똑같은 꿈을 벌써 2주째 꾼다고 하면서 두려움에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꿈에 벌거벗은 남자가 자기 앞에 나타나 자기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꿈은 똑같이 매일 반복되었다. 벌거벗은 남자가 꿈에 나타나 자신을 유혹할 당시 계속해서 이 여인은 그 유혹을 거부했다. 그런데 나중엔 이 남자가 신이라는 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전해 듣고 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반신반의했던 이 여인에게 결국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든가 알 수 없는 고열이 며칠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 여인은 그 남자를 꿈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 꿈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며 점차로 이 여인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곧 가끔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하며 행동하다 곧 어느 순간이 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데 그 이전에 했던 소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여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주변인들의 과거를 맞추고 미래까지 이야기하는데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은 거의가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일은 이러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경우 외에는 이 여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사회적 일을 원만히 잘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당한 지적 수준을 지닌,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말고는 평상시에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것이다. 

 

이 여인은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이 가끔 그런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겠다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이 여인이 가톨릭 신앙을 가진 뒤 그러한 현상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주변사람들의 말로는 귀신의 노예가 되느니 하느님의 자녀가 되겠다고 하면서, 어떤 고통이나 병이 온다고 해도, 죽어도 무당은 되기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여인의 경우 이러한 경험이 정말 빙의현상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다중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일까?

 

 

4. 조심스러운 이해의 시작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정신적 현상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 가득 메워져 있다. 나는 어린 소년시절에 새까맣게 불타버린 교회를 보고 깜짝 놀라 어른들에게 왜 교회가 불타버렸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한 아저씨는 저 교회의 목사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동네 어떤 사람이 그 교회에 불을 질렀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고서 나를 데려간 곳은 그 교회에서 몇 십 미터 떨어진 어떤 집이었는데 그곳에서 넋이 나간 듯한 이상한 눈을 하고 부엌을 서성이는 한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이 여인은 이상한 현상을 체험하는 남편을 치유해 주려고 목사에게 안수기도를 청했다. 남편의 상태를 확인한 목사는 이 사람이 마귀들렸다고 판단하여 온몸을 밧줄로 묶고 몽둥이로 두들겨서 마귀를 쫓다가 결국 그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 여인의 눈빛을 아직도 내 뇌리에서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이야 이런 우를 범하는 사목자는 없겠지만 아직도 개신교에서는 마귀들림 현상에 집착하는 목사님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건강을 통해 영적 성숙으로 신자들을 더 잘 이끌려면 사목자들은 이 분야에 더 성숙한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 호에서는 이런 사안을 염두에 두면서 몇 가지 정신병적 기준들을 위의 예를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사목, 2004년 12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본지 주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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