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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북한인권법 제정과 민족화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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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1 ㅣ No.918

[특별기고] 북한인권법 제정과 민족화해의 길


북한 취약계층 생존권 보장… 인도적 지원 필요

 

 

북한인권법이 2005년 발의된 지 11년 만인 2016년 3월 2일 19대 국회 말에 통과됐다. 북한정부의 인권탄압이 매우 뿌리 깊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공유하게 됐고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법안을 제정하게 돼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효과적이면서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기까지

 

북한의 인권 탄압은 뿌리 깊으며 우리 교회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소련 군정에 이어 수립된 북한정권은 교회시설 몰수는 물론 사제와 수녀들을 재판도 없이 인권탄압의 상징인 교화소와 정치범수용소에 감금하고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그 탄압이 극에 달해 북한교회의 주요 지도자들을 평양교화소에, 일반 사제와 수녀들은 옥사덕수용소에 감금했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 받지 못한 상태에서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와 덕원자치수도원구 보니파시오 주교 아빠스는 1950년 평양교화소에서 선종했다. 홍용호 주교의 최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1950년 선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유엔군이 북진하자 북한군은 평양교화소에 수감된 사제들을 살해하고 옥사덕수용소에 수감됐던 사제와 수녀들을 ‘죽음의 행진’을 통해 만포와 중강진수용소로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신앙의 수호자들이 희생됐다. 한국교회는 북한에서 신앙을 수호하고자 순교한 평양교구의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 그리고 함흥교구의 보니파시오 아빠스와 동료 순교자 37위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먼저 제기하고 공론화했다. 1997년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3년 4월 유엔 인권위원회(유엔 인권이사회 전신)는 북한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를 최초로 채택했다.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는 매년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했고 2004년에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임명됐다. 유엔총회는 2005년 처음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하기 시작해 역시 매년 같은 결의를 내놓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04년 10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협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을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17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차,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 속에 여·야간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와중에 2013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북한 내 인권침해가 국제사회가 규정한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구성돼 1년간 조사활동을 전개했다. 조사를 마친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를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하고 이러한 범죄로부터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책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2014년 북한인권문제는 단순한 ‘감시’에서 ‘책임자 규명’이라는 정책의제로 변화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면서, 국내적 합의도 빠르게 진척돼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것이다.

 

 

■ 북한인권법의 내용

 

이번에 통과된 북한인권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조는 북한인권법의 목적을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국제인권규약에 규정된 자유권과 생존권을 추구함으로써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함으로 정하고 있다. 제2조는 국가는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기본원칙을 규정했다.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제5조에 북한인권 증진 정책에 관한 자문을 위하여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했고, 제6조에 통일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 제8조에 국제적 인도(引渡) 기준에 따른 투명한 추진과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이 명시됐다.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해 외교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를 둘 수 있도록 9조에 규정했다. 그리고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과 인권증진을 위한 정보의 수집·기록을 위해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두도록 했고, 수집·기록된 자료는 매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도록 제13조에 명시했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고 바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는 것이 아닌 만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실천해 나가면서 발견되는 법안의 문제점을 수정·발전시켜 실효적인 법률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 북한인권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

 

11년간 다양한 논의를 거친 북한인권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더 이상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법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시각과 이 법이 북한을 압박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북한인권 그 자체다. 북한 주민도 우리와 동등한 인격체이자 인간으로서 마땅히 향유해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한민족 한형제인 우리에게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돼 왔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되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한 논의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 통일의 당사국인 한국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만큼 대북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기화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인권탄압의 주체인 북한정권이 북한을 지배하고 있고 인권탄압의 객체인 북한주민들과 외부 세계의 접촉이 극히 제한돼 그 방안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렇지만 북한인권 개선은 통일기반을 조성하고 통일 후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논의하면서 대북인권 정책은 단계별 접근이 불가피하고 북한정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 인도적 사안의 해결과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능이 정지된 북녘 땅 57개 본당의 부활을 목표로 삼고 있는 평양교구장 서리 겸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 지침을 내렸다. 추기경의 지시를 받은 서울 민족화해위원회는 대북교류를 제한하는 5.24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매개로 북한의 산모와 영아들을 위한 의료지원을 2015년 시작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지원이 핵개발로 전용되지 않고 북한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염 추기경의 지침에 따라 결핵진료소 지원, 해외파견 북한근로자 의료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만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더욱 활발한 노력을 교회가 경주할 때다.

 

오규열 박사는…중국 북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가톨릭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국무총리실 경제사회인문연구회 기획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0일, 오규열(크로마시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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