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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꼬박꼬박 미사참례 해도 신앙생활 형식화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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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5 ㅣ No.296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7)

 

 

질문 : 꼬박꼬박 미사참례 해도 신앙생활 형식화되는 듯

 

저는 주일미사도 빠지지 않고, 고해성사도 꼬박꼬박 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예전에는 묵주기도도 매일 바쳤는데요. 바쁘다는 핑계로 묵주기도를 빼먹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기도를 시작하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듭니다. 그 때문인지 미사 중에도 ‘멍 때리기’ 일쑤고, 점점 제 신앙생활이 형식화되는 느낌입니다.

 

 

답변 : 신앙생활도 리듬 있어… ‘믿음과 회의’ 반복 통해 성장하길

 

질문자의 상태가 참으로 답답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묵주기도 같은 단순한 염경기도도 힘들고 미사 때도 멍하고 신앙생활의 리듬이 다 깨어져 버린 상태이니까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지 생생하게 전해지네요. 우리들의 신앙생활에도 리듬이 있는 것 같으니 우선 안심하세요. 왜냐하면, 신앙인들이 모두 다 순교자 같은 열정과 사랑에 불타서 신앙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니까요. 

 

신앙생활에도 리듬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내가 받은 많은 것이 모두 은혜로 느껴지고,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뤄지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모두 나를 위한 희생으로 느껴져 나도 이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에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신앙 때문에 모든 것이 신나고 기쁘며 신앙만이 줄 수 있는 참된 행복을 자신의 삶 안에서 깊이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지요. 자연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여러 가지 자선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기쁘게 살아가지요.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도 때로는 질문자처럼 신앙으로부터 오는 모든 것이 별 의미가 없이 느껴지고, 단순한 기도도 힘들고 모든 것이 형식화된 것 같은 느낌으로 회의와 실의에 빠지는 때도 있습니다.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앙은 바로 믿음과 회의의 반복이다.” 

 

믿음과 회의의 반복적인 체험을 통해서 우리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해 쓸데없는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진정한 생명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죠. 고지대의 가문비나무는 천천히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들을 스스로 떨궈냅니다. 그런 나무가 바로 바이올린의 울림통이 되어 고운 소리를 만들어내죠. 가문비나무는 우리에게 죽은 것을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사순절의 독서에서도, 우리 앞에 놓인 ‘생명과 죽음’, 그중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시기가 바로 사순절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성탄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덕담을 하던 관례를 깨고 교황청 직원들에게 독설 같은 질책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말로만 신앙인이 아닌 행동하는 진정한 신앙인이 되길 촉구했습니다. 그중에 몇 가지 증상을 소개해보면 ‘자기중심 구세주 망상증’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주님 곁에서 쉬지 못하는 일 중독증’ ‘돌처럼 굳어버린 정신과 영성’ ‘주님과 만난 기억을 잃어버리고 욕망과 변덕과 강박에 빠진 영적 치매’ 등등. 참으로 무서운 질책이고 독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청 직원들에게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질책은 바로, 우리 모든 신앙인들에게 들려주신 교황님의 훈화입니다. 

 

질문자는 현재 어떤 증상을 앓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자신이 빠져있는 무기력상태에서 벗어나, 활기찬 예전의 신앙인으로 되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시면 좋겠네요.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고 고해성사도 꼬박꼬박 보신다니, 희망이 있습니다. 우선 묵주를 들고 저녁 산책을 나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체된 나의 신앙이 새해에는 더 깊이 있는 영성을 길러낼 수 있는 자비와 은총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지향하면서 묵주기도를 시작하십시오. 그리고 좋은 책을 골라 ‘영적독서’를 시작하십시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인 마틴 슐레스케가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끌어올린 깊은 영적 체험들을 모아, 우리의 신앙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하는 주옥같은 글들로 엮어진 책입니다. 

 

올해는 ‘하느님 자비’의 해입니다. 질문자가 빠져있는 신앙의 정체상태가, 끝없이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통해 한걸음 더 전진하고 깊어지는 새로운 신앙생활로 바뀌어 지는 은총을 주시도록 저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2월 21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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