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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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트라우마 사건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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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4 ㅣ No.1098

[박예진의 토닥토닥] (43) 트라우마 사건은 없습니다 (상)

 

 

최근 이태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심리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대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란 시간이 지나도 같은 영향을 주는 감정적 충격으로 작게는 친구들 간의 놀림이나 장난, 크게는 사고 및 사건 목격 등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사건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장기적인 심리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5~30% 정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재현되는 것 같고, 고통과 공포를 느끼게 되며,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기억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즉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병행해야 합니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랜 시간 남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굿 윌 헌팅’이란 영화를 보셨나요? 주인공인 윌은 정식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수학, 법학, 역사학,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지요. 그런 그는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받은 학대로 마음의 상처가 무척이나 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윌은 학창 시절 자신을 놀렸던 친구를 폭행하고 체포당한 후 심리학 교수인 숀을 만나게 됩니다. 늘 반항적이고 부정적인 윌의 태도에 숀은 ‘그럴 수 있다’고 깊은 공감을 해줍니다. 윌은 숀 교수를 통해 안전한 대상과 관계를 체험하게 되지요.

 

숀 교수는 윌에게 말합니다.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해. 그러나 책 따위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네 자신이 누군지 말이야.” 자신에게 부정적인 윌을 인정해주는 말입니다. 또한, 숀 교수는 윌의 폭력적이고 세상과의 단절적인 태도에 대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며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합니다. 이는 고통 속에서 투쟁한 윌의 행동을 정당화해주지요. 숀 교수의 진정성은 윌을 변하게 합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트라우마 사건은 이제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건 객관적인 사실(사건)보다 생각과 감정과 같은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란 의미입니다. 즉 사건은 이미 지나갔기에, 사건에 대한 공포와 무기력이 트라우마의 요인이라는 뜻이지요. 나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한 중요합니다. 사건을 계속 부정적이거나 위협이 되는 요소로 남겨둘 것인지, 또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자원들에 초점을 맞추며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는지에 따라 트라우마로 발전할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사건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그건 다음 주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1월 13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44) 트라우마 사건은 없습니다 (중)

 

 

이번 주도 트라우마에 관한 내용입니다. 개인마다 트라우마 증상, 상태, 기간 등이 달라서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안전’입니다.

 

‘안전한 대상과 장소’로 신뢰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장 즐거웠던 경험을 상상해 보세요. 이미지를 그려보셔도 좋습니다. 그때 느낀 감정도 기억해보세요. 항상 두렵고 위협적인 상황이 오면, 바로 대응하지 말고 그 기억과 감정을 꺼내어 회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내 안에 깊이 넣어 둔다면 어디에다 두시겠습니까? 저라면 ‘가슴 깊이’ 두겠습니다. ‘심장’일 수도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내쉬면서 즐거운 경험의 기억과 감정이 온몸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때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은 음악을 틀어놓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그려보세요.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기쁨과 평화의 순간을 사진 찍은 이미지처럼 내 안의 깊은 곳에 저장해두세요. 그곳은 ‘늘 안전한 곳(방)’입니다. 그러니 위협적이고 두려운 상황이 몰려오면, 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시 멈추어보세요. 호흡을 깊게 하면서, 익숙해진 ‘안전한 장소와 편안한 감정’에 머물러서 몸을 이완한 후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나에게 늘 지지해주고, 격려를 해주는 분을 생각해보세요. 그분과의 관계에서 내가 편안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나에 대한 인정, 수용, 격려, 지지, 문제 해결에 대한 도움, 의지 등 다양한 것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분이 자주 하는 말, “그럴 수 있어, 네 탓이 아니야, 넌 괜찮은 사람이야” 등을 녹음해두고 들어 보세요. 성경 말씀 중에서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문구가 있다면 크게 읽고 녹음해서 자주 듣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리는 청각에 예민합니다. 고함치는 소리, 비난하는 소리 등으로 청각이 발달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좋은 소리로 자신의 힐링을 위해 사용해보세요. 전 ‘물소리’가 정화되는 의미가 있어서 자주 듣습니다. 이렇게 내 안에 “안전한 장소, 안전한 대상 그리고 나의 삶 속에서 강화된 긍정적 자원들을 활용”하여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부정적 자기 평가도 심하죠?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 온 나의 노하우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들어서 시작했지만, 매일 아침 성찰을 한 지 20년가량 됩니다. 성경 말씀을 읽고, 말씀이 주는 의미를 실생활에서도 성찰해왔습니다. 그 습관이 저의 ‘성장’과 ‘상담’이란 업에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며,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를 키워주셨습니다’. 저 혼자서 하지 않았습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까지 이어집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1월 20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45) 트라우마 사건은 없습니다 (하)

 

 

3주에 걸쳐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대처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번 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심리적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트라우마는 우리를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 돌려놓아 불안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이미 끝난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현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과거의 공포심이 나를 자극하면 손을 꼬집어보세요. 그렇게 현재의 나를 자각하고 지금 시점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힘을 가하고 발꿈치에 힘을 주어보세요. 그다음에는 왼쪽 엄지발가락과 발꿈치에 힘을 주어보세요. 이러한 행동을 몇 번 반복해보는 겁니다. 이를 신체적 중심 잡기라고 하는데요. 신체의 움직임에 몰두하여 지금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신체적 중심 잡기만큼이나 심리적 중심 잡기도 중요합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아마 마음의 중심을 잡아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삶에 대한 희망’일 텐데요. 이는 상담 치료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희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행복한 가정, 잘 크는 아이, 경제적 안정, 가족의 건강 등 다양하게 있을 겁니다. 이는 다른 말로 현재에서, 또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어 지금을 견디고 앞날을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그 희망을 지금 여기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해보세요. 지금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이 칼럼도 보고 있고 기도도 하고 있는 내가 보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그렇게 노력하는 나한테 집중하면 됩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내가 모두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갑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만해집니다. 잘될지 말지 고민하지 마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세요. 결과는 하느님의 뜻이니까요.

 

이것은 건강한 경계선을 구축하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통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정해주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동동 구르며 상처받는 일을 줄여줍니다. 대개 문제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들까지 감싸 안으려 해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평소 이런 일이 반복될 때 자신의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예민도가 높아져서 멍해진다거나 손에 땀이 난다거나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하는 등의 반응입니다. 이를 알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깨닫고 재빨리 신체적 중심 잡기 등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단해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대인관계에서 변화, 특히 고통받는 사람과의 연결을 더 느낍니다. 삶 전반에 대한 더 큰 감사와 삶의 과업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증가합니다. 영성적 삶이 깊어집니다. 이것은 본인의 믿음 체계와 소명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심리학자 니라 크피르는 “진정한 변화는 종종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부터 시작이 된다”고 말합니다.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을 없앨 수는 없지만, 트라우마 사건은 이제 없습니다.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하느님 안에 살려고 노력하는 자신만이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나에게 ‘마음의 중심축’인 항구하고 변함없는 ‘하느님 사랑’이 현존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1월 27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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