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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 호스피스 현황과 실태, 활성화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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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10 ㅣ No.763

[위령성월] 호스피스 현황과 실태, 활성화 방안은?


존엄한 죽음, 100만 명 중 18명만 혜택 받아



“조카는 집에서보다 병원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하다고 해요. 같은 진통제를 먹어도 병원에서 먹을 때 더 안 아프다고 합니다. 의료진이 극진히 돌봐준 덕분인 것 같아요.”

10월 30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이하 호스피스 센터)에서 만난 유방암 말기 환자의 이모 오민진(가명, 57)씨는 “가족과 이별을 앞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서 호스피스 시설이 전국에 더 많이 세워지기를 희망했다.

통증이 완화돼 이날 퇴원하는 조카를 도우려 병원을 찾은 오씨는 “서울성모병원은 가정 호스피제도가 잘 돼 있어서 집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환자는 물론 오랜 병구완으로 지친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오씨 조카처럼,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호스피스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인간다운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구원의 손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오씨 조카처럼 생애 마지막 몇 달을 호스피스에서 보낼 수 있는 국민은 100만 명에 18명에 불과하다.

10월 12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호스피스 시설은 전국에 54개이며 병상 수는 883개다. 이는 인구 100만 명당 18개 병상으로, 100만 명당 30개 병상을 가진 대만과 50개 병상을 가진 영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호스피스 시설이 이처럼 부족하다 보니, 매년 국민 20만 명이 암과 만성질환 등으로 고통스럽게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다.

전국 54개 호스피스 시설 가운데 종교계 호스피스는 모두 22곳(40.7%). 이 가운데 천주교계 시설은 갈바리의원ㆍ대구가톨릭대병원 등 16곳(72.7%)에 이른다. 나머지는 모두 개신교계(6곳, 27.3%)다.

국내에 호스피스 시설이 부족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식 미흡’을 먼저 꼽았다. 호스피스가 말기 환자들을 위한 완화의료 시설이기에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장 라정란(헨리코) 수녀는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자식 된 도리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받게 하려는 국민 정서상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병원에서 호스피스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수익성 논리로 따져 ‘돈이 되지 않는’ 호스피스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를 예로 들면 일반 병동은 같은 면적에 44개 병상을 둘 수 있지만, 호스피스 병동의 병상은 23개에 그친다. 일반 병동과는 달리 호스피스 병동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원목자(사제 등)와 사회복지사, 봉사자가 팀을 이뤄 활동하기에 인적 구성원도 매우 많다. 게다가 환자 가족들을 위한 교육ㆍ휴식 공간도 별도로 둬야 한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인건비는 배로 드는데 반해 치료를 위한 처방이나 값비싼 검사를 받지 않으니 수익성이 떨어진다.

제도도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정부가 ‘호스피스 법제화 계획’을 내놓고 호스피스 의료 수가 체계(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병원비)를 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1년째 수가를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천주교가 호스피스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인간이 어느 생명보다도 존엄하다는 교회 가르침에 입각한 것이다.

가톨릭대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 교육 담당 전혜숙(미카엘라) 간사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 환영받은 것처럼 죽을 때 역시 환영받아야 한다”며 “인간이 죽음 앞에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품위 있는 죽음을 통해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일이 호스피스”라고 말했다.

호스피스 서비스(서울성모병원 기준)는 대개 독립된 병동에 입원해 호스피스팀이 24시간 돌보는 ‘병동형 호스피스’와 일반 병동에 입원한 대상자를 호스피스 팀이 방문하는 ‘분산형 호스피스’,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가정형 호스피스’로 나뉜다. 통증이 심하다거나 의료진 진료가 시급한 환자가 병동에서 머물다가 증세가 완화돼 가정으로 돌아가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호스피스 관련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봉사자 기초 교육이 있고, 호스피스 실무자를 위한 연수 교육, 간호사를 위한 보수 교육도 있다. 호스피스 가족을 위한 교육도 있다. 가톨릭대 간호대학은 1996년 국내 유일의 호스피스연구소(소장 용진선 수녀)를 설치, 교육 및 연구 사업과 국제 교류 등을 통해 호스피스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생명윤리 교구장 자문단(단장 구인회 교수)가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전담팀(TFT)을 구성했다. TFT는 격주 회의를 통해 호스피스 활성화 방안은 물론, 정부의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호스피스 약사

우리나라 호스피스 역사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1965년 강원도 강릉에 갈바리의원을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춘천교구장 박 토마(토마스 퀸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주교 초청으로 호주 성령관구에서 입국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은 진출 2년 만에 호주ㆍ독일ㆍ미국에서 후원을 받아 갈바리의원을 세운 것이다.

6ㆍ25전쟁 후 병들고 갈 곳이 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이 넘치던 시대였기에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세운 수녀들의 결정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본 선구자적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호스피스 시설은 1980년대에 들어 급속히 늘어난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역시 1987년 서울 답십리에 국내 첫 ‘가정 방문 호스피스’를 시작했고, 1991년 서울 도봉구(현 강북구) 미아동으로 거처를 옮겨 모현 호스피스로 발전시켰다. 2005년에는 국내 최초 독립형 호스피스 병동인 모현의료센터가 경기도 포천시에 문을 열었다.

앞서 1988년에는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 10개 병상이 생겼고, 세브란스병원도 같은 해 가정간호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이화여대 간호대학이 가정 호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지원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2010년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수가시범사업’이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이힘 기자]

 

 

[위령성월]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


안락사 불씨 가진 법안보다 호스피스 제도 확립이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대한 대안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가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연명의료결정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에 대해 가톨릭계는 큰 우려를 표하며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앞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왜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의 대안일까.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그 대안으로서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를 살펴본다.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대한 교회 입장

연명의료 결정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부착 등 고통만 연장할 뿐인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적이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논란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연명의료의 환자 결정권 제도화 권고안’을 발표하고, 보건복지부가 이 권고안을 토대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안을 발표하면서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는 급물살을 탔다.

사실 교회는 연명의료 결정 자체에는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교회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결정법을 시행했을 때 임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용 가능성과 안락사, 의사조력자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80년 ‘안락사에 관한 선언’을 통해 인간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안락사는 절대 허용할 수 없으나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할 때,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을 보호해줄 뿐인 치료법을 거부할 수 있는 결정은 양심 안에서 허용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 대신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를

교회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 대신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이 확충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안락사를 실질적으로 합법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지난 5월 생명주일 담화를 통해 임종 시기 환자가 준비하는 방법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꼽았다. 임종기 환자들이 인간적이고 그리스도교적 동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의 마지막 시기를 기쁘게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법안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 확립을 위한 노력에 대해 선언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또 환자들이 올바르게 연명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ㆍ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움직임 또한 미비한 상황이다.

정재우(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신부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제도가 확립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다면 임종기에 있는 환자는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환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임종을 맞도록 전인적으로 돕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와 사회 내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백슬기 기자]

 

 

[위령성월] 라정란 수녀(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팀장)


삶 마지막 순간까지 영적으로 돌봐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 돌봄입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팀장 라정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생명 존중 사상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현장은 그런 면에서 인간의 가장 고귀한 생명 가치를 마지막 순간까지 영적으로 돌보고 지키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곳 센터에는 환자를 위한 23병상이 있다. 완치가 어렵거나 임종의 순간을 앞둔 이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겨운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영적으로 심신 안정을 찾는다. 라 수녀는 “모든 이의 고통과 죽음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환자와 가족을 정성과 기도로 돌보며 임종을 맞는 가운데 죽음의 참뜻을 되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톨릭 교회는 정부가 무리하게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적 논리에 자칫 생명의 존엄함이 쉽게 훼손될 수 있어서다.

라 수녀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서 ‘무의미한’이란 의미도 매우 모호할뿐더러, 이 때문에 환자 생명이 자칫 경제 논리 속에 가볍게 치부될 우려가 크다”며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제도보다 필요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이라고 잘라 말했다.

라 수녀는 또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들 가운데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가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과 우리 병원이 유일하다”며 “국공립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호스피스 전문 기관 확충과 교육이 매우 절실하다”고 밝혔다.

“막말로 ‘산 사람도 치료하기 급급한데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돌보기 어렵다’는 안일한 인식부터 타파해야 합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마음까지 함께 총체적으로 돌보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교회는 교육과 홍보, 제도적 마련을 위해 꾸준히 힘쓸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이정훈 기자]

 

 

[위령성월] 그리스도인의 죽음


인위적 죽음 아닌 존엄한 죽음을



살아 있는 모든 것엔 죽음이 있다. 삶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삶은 축복과 희망, 기쁨으로, 죽음은 고통과 아픔, 두려움으로 여긴다. 삶은 시작이고, 죽음은 끝이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에서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사는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가톨릭 교회는 죽음을 거부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예수에게 죽음은 성부의 뜻에 순명하고(마르 14,36), 성부의 손에 자신을 내맡기며(루카 23,46), 자신의 사명을 완성하는(요한 19,30) 것이었다.

가톨릭 교회는 또한 말기 암 환자처럼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다가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도록 강조한다.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데도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에 의존해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자발적 의지가 아닌 기계에 의존해 유지하는 삶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가 호스피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용이 크게 들고 위험하며 특수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의료 기구의 사용 중단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지나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8항).

이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치료를 해도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할 수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을 단축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돌봄, 물과 음식물 공급, 기관지 분비물 제거, 욕창 관리와 위생 관리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하지만, 인위적으로 죽음의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삶과 죽음은 하느님의 영역이며, 인간은 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평화신문, 2014년 11월 9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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