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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기획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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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1 ㅣ No.920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 기획을 시작하며


신앙, 예술로 승화시킨 시대의 인물을 만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성찰하고 이를 높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품들은, 종교적 동기를 밑바탕에 둔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에서도 수많은 문인, 화가, 음악가들에 의해 이러한 종교 예술이 발전해왔다.

 

새로 연재하는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에서는 종교적 영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또한 예술을 영원한 초월의 품격으로 들어 올린 한국 가톨릭교회 거장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문학

 

조선시대, 학문적 동기에서 싹튼 서학에 대한 관심은 이내 신앙의 형태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신앙 전파 과정에서 한국 문학사의 한 장르를 차지할 만한 천주가사들이 탄생했다.

 

1900년대 초에는 일본을 통해 서구의 문예 장르와 기법들이 밀려들었고, 이에 따라 재래 한국 문학 장르들의 외형적 변화가 이뤄졌다. 경향신문과 경향잡지 등이 창간돼 천주가사 작품들을 계속 소개했고, 가톨릭 신앙을 주제로 한 현대적 기법의 작품들이 활발하게 창작됐다. 예를 들어 정지용 시인은 향토적 서정 시인에서 모더니즘, 특별히 종교적 성찰을 바탕에 깔고 있는 현대 시인으로 변모한 작가로 소개할 수 있다.

 

광복 이후 1980년대 초까지 한국 문단에서 가톨릭 신자 문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빼어난 작품들도 활발히 발표했다. 구상·김남조·홍윤숙·성찬경 시인 등을 비롯해 한무숙 소설가와 마해송·박홍근 등의 아동문학가들을 대표적 인물로 꼽을 수 있다.

 

 

미술

 

한국의 성미술 역시 한국 초대 교회의 신앙적 관행과 경배 의식에 근간을 둔다. 즉 시각적 경배 대상으로서 천주상과 상본 그림 등을 사실적인 서양화법으로 그리면서 한국교회 성미술은 시작됐다.

 

초기 상본화는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올 때 가져온 상본을 먹붓과 전통적 채색기법으로 모사한 것이었다.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되면서 한국의 성미술은 분명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가장 두각을 보인 분야는 건축이었다. 성당과 부속 건물들은 서양의 교회 건축 양식으로 세워지고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됐다. 192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가톨릭신자 작가들의 작품도 각 성당 등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인물은 화가 장발이다.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은 장발 학장을 중심으로 이순석, 윤승욱, 김종영 등으로 교수진을 구성함으로써 한 때 한국 성미술의 본거지가 되기도 했다.

 

 

음악

 

한국의 가톨릭성가는 1784년 명례방에서 집회가 시작되면서 불렸다. 하지만 보편적 교회음악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그 밖의 가톨릭 성가들은 1886년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뒤에 널리 알려졌다.

 

최초의 가톨릭성가집은 1924년 종현(현 명동) 성서인쇄소에서 발간된 「죠션어셩가집」이다. 대구교구에서는 1928년 대구 남산동 성당에서 「공교셩가집」이라는 프린트로 된 성가집을 처음 발간했다. 광복 이후에는 서울과 대구에서 「가톨릭성가집」이 발간됐다. 특히 서울에서 이문근 신부가 엮어 발간된 「가톨릭성가집」은 한국 가톨릭 성가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는 「정선가톨릭성가집」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정선가톨릭성가집에는 그레고리오 성가곡 외에도 128곡의 한국말 성가곡이 수록됐다. 최민순 신부가 작사하고 이문근 신부가 작곡한 한국 특유의 성가곡들을 이 성가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모국어 전례가 가능해지고, 주교회의 차원의 성가 대중화 보급 노력이 이뤄지면서 많은 성가집들이 출간되고 있다.

 

 

대중문화

 

전통적으로 가톨릭 문화는 좁게는 성시(聖詩)와 성극(聖劇)을 중심으로 하는 문학, 성화와 조각품, 성당 건축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성미술, 그리고 거룩한 전례의 필수적인 부분인 성음악을 지칭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가톨릭 문화는 신자생활 전반을 포괄한다. 특히 대중문화가 현대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대중문화에 대한 또한 대중문화를 활용한 복음화 노력도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다.

 

미국인 선교사 반예문 신부(Raymond F Sullivan)는 장애인 교육사업과 사회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한국 가요에 애착을 가지고 직접 한국어 노랫말에 작곡까지 한 음악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반 신부는 1982년 가톨릭 가요대상을 제정해 가요발전에 기여했고 한국가요를 영역해 해외에 알리는 K팝 한류문화의 전도에 앞장 서기도 했다.

 

독일인 선교사 임인덕 신부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출판·영상 등을 통한 문화선교에 앞장섰다. 전국 대학가와 각 본당의 노동자들을 찾아가 한국어로 더빙한 16㎜ 필름 영사기를 돌리기도 했던 그는 늘 ‘좋은 영화는 사람의 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베네딕도미디어를 설립, 운영하면서 한국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우수한 영화도 다채롭게 소개했던 임 신부는 한국교회 대중문화 복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10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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