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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삶: 변화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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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13 ㅣ No.1482

[영성의 삶] 변화된 삶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영성생활은 기쁘고 행복한 생활이지만 때로는 자신 안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둔 밤처럼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주님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편한 삶을 선택하고, 사회 속에 살다보니 남들과 비교하면서 더 좋은 것을 가꾸며 누리기를 원합니다. 명예, 권력, 재산과 같은 욕심은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틀고 앉아 버립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유혹 속에서 마음을 순수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듭니다. 자기도 모르게 점점 세속화되어 판단의 기준도 모호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윤리의식을 잘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 욕심이 자라고 있어 잘못된 판단을 하곤 합니다.

 

자신의 영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할 때는 더 큰 유혹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입니다. 교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합니다. 교만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더라도 깊은 곳에 자리한 교만은 조금씩 주님에게서 멀어지게 합니다. 영적 교만은 오히려 영성이 무엇인지 몰랐던 과거보다 더 자신을 망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선민의식이 하느님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 눈가리개였던 것처럼 말입니다.1)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삐뚤어진 신앙심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이러한 영적교만에 기인할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교만한 사람은 결코 그분을 올바로 맞이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은 자신을 정화시켜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주님 앞에서의 성찰은 윤리 도덕적인 부분이나 지키지 못했던 계명, 의무를 살펴보는 시간이기보다는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주님과 멀어진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다시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지는 시간입니다. 주님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했던 내면의 상태를 꾸준히 살펴볼 수만 있다면, 순수한 마음으로 영성생활을 해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일 자기 전 10분이라도 자신을 살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성찰이 영성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만 혼자서 자신을 알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이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것만 고집하게 되면 영성생활에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성숙된 영성은 결코 자신의 것을 절대시하지 않습니다. 크고 신비하신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성숙되기에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순수함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에만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나누는 영적 동반자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영성생활을 나누며 긴 영적 여정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 말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열어놓고 서로 나누다보면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성찰과 영적 동반자의 도움으로 순수함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영성을 성숙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올바른 영성생활을 지속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변화는 ‘관심’의 변화입니다. 세속적인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 정신적인 것, 영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물질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그것에서 만족을 얻었다면, 이젠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시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관심의 변화는 모든 것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삶의 근본적인 자세를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는 마음의 변화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모든 것에 마음을 기울이게 합니다. 특히 기도할 때 더욱 마음을 담게 됩니다. 성호경, 식사 전후 기도처럼 습관화된 짧은 기도까지도 마음으로 정성껏 하게 됩니다. 또한 봉사활동, 신심활동, 액션단체에서의 활동 등 지금까지 의례적으로 해왔던 성당 일들도 마음을 담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중요성을 두지 않고 본질적인 것에 의미를 두며, 항상 주님의 뜻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것은 큰 변화처럼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본인은 그것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가치를 찾고 추구하며 삶 속에서 실천하게 됩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이렇게 마음의 변화를 가져와 자발적으로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게 합니다. 어떠한 의무나 규칙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적극적으로 모든 일을 행하지만 의무와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 세상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고 단 한 분, 주님께만 매이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주님께 매이는 생활은 진정한 자유를 얻게 하면서 동시에 주님의 뜻 안에 머물게 합니다.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할 때, 그분의 뜻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중하게 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혼자 있든, 다른 이들과 함께 있든 상관없이 자신의 생활은 한결같게 됩니다.

 

주님 안에서의 자유는 죄에서 해방되는 참다운 자유입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죄가 자리할 곳이 없게 됩니다. 죄는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죄로부터의 해방은 진정한 자유의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참된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부터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기뻐할 것입니다.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러한 삶이 무르익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단시간에 이루기 위해 욕심을 내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삶입니다. 주님과 함께함으로써 천천히 마음으로 그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완성되는 삶입니다.

 

끝으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태 9,17)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봅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변화된 삶을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변화된 새 부대로 주님을 맞이할 때 그때서야 참다운 신앙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몇 회에 걸쳐 영성생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인 영성생활이 지식으로만 남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1)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선택했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 젖어 올바로 하느님의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월간빛, 2020년 10월호, 서보효 라이문도 신부(교구 성직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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