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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인터뷰: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 이판석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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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4

[사목 인터뷰]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 이판석 요셉 신부


길거리에서 하느님을 전하는 사제

 

 

자연재해로 쭉정이 수확을 걱정하는 염려도 크지만 그동안 논밭에 뿌린 피땀을 거두어들이는 농부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수확의 계절이다. 교회는 결실의 계절인 이 시월을 묵주기도 성월이자 전교의 달로 지내고 있다. 이 시기에 특별히 묵주기도를 권장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주어진 선교의 사명을 거듭 깨우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믿음을 이웃과 나누는 선교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내리신 지상 최대의 명령이다.

 

우리는 구원의 진리를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이 분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몸으로 실천하기보다는 그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마는 게 아닌가? 이러한 반성과 채찍의 잣대로, 길거리에서 그리고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데 진력하고 있는 한국 가두선교단의 지도신부이며 대구 범물본당의 주임신부이기도 한 이판석 요셉 지도신부(66세)를 만나 가두 선교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 한국교회는 1970년부터 해마다 전교의 달을 지내고 있습니다. 전교의 달인 시월에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선교 사명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선교는 교회의 심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심장이 박동을 멈추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선교를 하지 않으면 그 존재 가치가 없어요.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당신께서 세우신 교회의 존재 이유이지 않습니까? 선교, 곧 교회의 심장이 고동을 멎을 때 생명운동이라든가 환경운동, 가정운동 등 교회의 여러 부수적인 활동도 생명력을 잃게 되지요. 따라서 본당 공동체의 성패도 선교열에 달려있습니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빌려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교회는 선교한다. 고로 교회는 존재한다.” “나는 선교한다. 고로 나는 신자이다.” 

 

 

* 많은 사목자들과 신자들이 ‘가두 선교’ 하면 길거리에서 어깨띠를 두른 채 전교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얼른 떠올립니다. 


또한 가두 선교가 요즈음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본당에 일반화된 것도 기나긴 세월 동안 신부님의 식지 않는 열정이 큰 몫을 하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시면서도 이렇게 오랜동안 가두 선교에 투신하시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습니까?

 

꼭 15년 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곳 대구 번화가에 자리한 삼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었지요. 어느 날 성당 앞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사람이 나보고 “천주교는 어떤 종교입니까?” 하고 물었어요. 로만칼라를 한 내 모습을 보고 천주교 신부라는 걸 알았겠지요. 

 

“성당에 한번 와보시지요.”라는 한마디 말고는 ‘천주교는 바로 이런 것이다.’ 하며 딱 부러지게 대답할 말이 궁색했던 그 순간이 사제관에 돌아와서도 내내 뇌리에 맴돌았습니다.

 

그 길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 천주교를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책자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지요. 길거리는 물론 가가호호 방문할 때 누구를 만나더라도 인사를 나누며 건네줄 소책자를 만들고자 여러 자료를 구해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1990년 부활 대축일에 100명으로 구성된 가두선교단의 발족과 함께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라는 포켓용 책자를 펴냈지요. 이 소책자는 그동안 판을 거듭하며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해 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대략 600만 부가 전국 곳곳에 뿌려졌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로도 번역해 해외로도 보내주고 있습니다.

 

 

* 신부님께서 창립하신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의 활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전국의 본당에서 가두 선교를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가두선교단을 전국 규모로 조직하려고도 생각했으나 오히려 각 본당별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지요. 그래서 우리 선교단은 선교를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연수, 책자, 테이프 등 더 좋은 방법과 자료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 15년 동안 가두 선교를 위한 연수회를 지도하러 국내외 본당을 방문한 것이 대략 900개 본당에 1200회가 넘었습니다. 어떤 본당에서는 3년 주기로 연수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에 네 차례 선교대학을 열어 가두 선교사를 양성하고 있어요. 우리 가두선교단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것은 인터넷 홈페이지(www.catholic-sm.org)에 있습니다. 

 

 

* 신부님 말씀마따나 교회의 존재 이유인 선교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해 몸으로 직접 실천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리 천주교인들의 선교의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아요. 특히 개신교인들에 비해 선교의식이 떨어진다는 점은 확연한 사실입니다. 예배당에서 선교활동을 하면 당연한 것이라 여기면서도 우리가 거리에 나가서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아요. 믿지 않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천주교인들, 비단 일반 신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신부님들 가운데에도 길거리나 가정을 방문하며 선교하는 것은 개신교나 신흥종교에서 하는 점잖지 못한 행위라며 천주교 스타일을 구긴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렇게 불평하는 분들에게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과 사도들은 ‘점잖게’ 복음을 전했습니까?”

 

선교를 ‘좋은 광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최고의 상품을 어떻게 광고할 것인지 인간적인 기술을 총동원해야지요. 물론 신앙은 성령의 선물이고 그 신앙을 전하는 것도 성령의 은사이지만, 우리 인간의 협력 없이는 하느님께서 구원의 선물을 좀 더디게 내리실 것이라고 믿어요.

 

 

* 부족한 선교의식의 탓도 있겠지만 우리 교회의 일부에서는 가두 선교에 대한 거부반응도 드러나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신자들이 오랫동안 미사 전례를 비롯한 성사 배령 중심의 신앙생활을 해온 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생활은 기도생활이고 또한 선교생활입니다.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예수님의 일생이지 않았습니까?

 

본당신부님들 가운데서도 가두 선교에 대해 못마땅해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목자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사목자의 모습이 아니라 관리하고 다스리는 권위적인 면을 먼저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본당 사목자는 신자들에게 “열심히 선교하라.”는 자세에서 이제는 “함께 선교하러 나가자.”는 자세로 바뀌어야 합니다.

 

 

* 가두 선교를 하는 데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로는 어떤 점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네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리지요. 첫째는, 내가 만날 사람이 어떤 것을 질문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고 거기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대답할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공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선교는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교리는 물론이요 자신의 신앙 체험을 전하는 것인데, 만날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는 간략한 체험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을 꾸준히 읽는 습관이 필요해요. 불가능이 없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성서를 매일 조금씩 읽어내려 가면 자신의 신앙도 성숙해질 것입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하느님께서 정말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이웃을 찾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오늘도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하소서.” 하는 기도를 습관처럼 바치고 있습니다. 

 

셋째는,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서라는 것입니다. 좋은 인상,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자신들이 바로 우리의 마음에 새겨져있는 소개장이 아닙니까?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통하고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소개장입니다”(2고린 3,2). 예수님의 얼굴을 가지려면 순간순간 “주님의 모습을 드러내게 해주소서.” 하는 간절한 기도와 더불어 자신의 노력이 따라야겠지요. 마더 데레사께서도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해주소서.” 하고 늘 기도하셨답니다. 

 

넷째는, 함께 믿겠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공존의식을 가지고 이웃을 하늘나라로 초대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 지속적으로 가두 선교를 펼치는 신자들에게서 개인의 신앙 성숙도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신앙은 신앙을 전함으로써 더욱 굳건해진다.’는 점을 우리 선교단원들에게서 절감합니다. 저는 선교단원들에게 ‘당장 열매를 얻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열심히 씨를 뿌리다 보면 반드시 거둘 때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요. 앞에서 “본당 공동체의 성패도 선교열에 달려있다.”고 말했듯이, 가두 선교가 활성화되어 있는 본당은 활기가 넘쳐나요. 교회가 ‘하느님의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교활동이 세상 끝날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 더욱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구조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없겠습니까?

 

본당을 예배 중심의 공간만이 아니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 개방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성당에 들어오면서 보셨겠지만 지금 공사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육·문화시설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가두 선교는 본당과 본당 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해요. 1개 본당 단독으로 선교하기보다는 이웃 본당들과 연대하여 함께 펼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지난 5월에는 목포에서 9개 본당이 함께 가두 선교를 펼쳐 1천 명의 예비신자를 확보하였습니다. 또 요즈음 본당 공동체마다 소공동체 운동이 비교적 활발한데, 구역`·반으로 조직되어 있는 이 소공동체들이 기도하고 친목을 나누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지역의 선교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미래의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도 부탁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선교하는 사목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인지 더욱 연구하여 교과과정에 반영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대구대교구에서는 사제수품 뒤 3개월 동안 ‘새 사제 학교’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하루 종일 새 신부님들에게 선교에 대한 교육을 하고 또한 길거리로 나가서 가두 선교를 하고 있으나 일과성이지요.

 

 

* 신부님은 사제품을 받으신 지 올해로 39년이 된 것으로 압니다. 이제 취미생활도 좀 즐기면서 쉬엄쉬엄 활동하실 연세도 되셨다고 생각하는데요.

 

쉬엄쉬엄이라니요?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가두 선교 일을 하려니 시간을 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남보다 덜 쉬기로 한 것이지요. 그래서 여태껏 여가를 즐길 취미 하나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어요. 

 

저뿐 아니라 우리 사목자들은 신자들에게 ‘여가가 많아 노는 사제’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사목, 2004년 10월호, 인터뷰 · 사진 김진복(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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