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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몸은 늘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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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18 ㅣ No.1094

[박예진의 토닥토닥] (39) 몸은 늘 말을 합니다

 

 

우리는 늘 말을 해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요.

 

우영씨는 말 없는 딸이 늘 답답합니다. 그래서 딸의 이야기까지 대신하고는 이렇게 묻습니다. “내 말이 맞지 않아?” 그러면 딸은 “몰라” 해버립니다. 그런 딸이 우영씨는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많은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대답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엄마에 대한 거리두기일 수도 있고, 정말 몰라서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몰라’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꼭 말로만 하는 것이 소통일까요? 말로 하지 않아도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심리가 있습니다. 배가 아프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지끈거리다 등 이런 병적인 고통 말고도 동공이 불안정하거나 목소리와 발이 떨리는 등 행동의 불안정도 나타납니다. 어깨 근육이 뭉치거나 입이 열리지 않는 것 같이 긴장 상태가 나타나기도 하지요. 이 모두가 마음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말이 아닌 몸짓, 즉 신체적 언어를 통해서도 나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곤 합니다. 상대의 신체적 반응으로도 우린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의 말 없음이 불편하고 신경 쓰인다면 아이의 신체 언어가 어떤지 살펴보세요. 엄마와 시선을 맞추려 하지 않거나 다른 곳만 보고 있다면 이런 표현일 공산이 큽니다. “엄마는 왜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해?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 같아 불편해. 아 또 잔소리, 답답하다.”

 

입장 바꿔 생각해봅시다. 우리도 어릴 때 부모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하면 그러지 않았나요?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하면서 볼멘 목소리로 쏘아붙이고 자기 방문을 쾅 닫은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그건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입니다. 불필요한 관심사와 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몰라!” 하면서 도망가고 싶은 자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세요. 아이들은 엄마의 반응에 반항하면서도 내면은 불안해합니다.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비밀을 유지하고 싶지만, 가끔은 속내를 털어놓고 논의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너무 그 경계 안으로 무작정 들어오려는 게 문제이지요. 누구도 자기 영토를 침범당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된단 이유로 그렇다지만, 아이에게는 그건 자기 고유의 영역이 침해당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요.

 

따라서 아이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이 부모로서 관심인지 불안인지 먼저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아이가 걱정된다면 아이의 표정부터 살피고 스스로가 먼저 다가올 수 있게 충분히 시간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불안이 먼저라면 부모로서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기에 아이가 말하도록 다그치고 윽박지르겠지요. 나의 불안으로 아이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주면 고맙겠어. 당장 말하고 싶지 않으면, 좀 기다릴게.” 어릴수록 자신이 마음을 부모가 알아주길 원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럴 때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니까요. 그러니 자녀에게 요구 대신 부모의 솔직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가 너의 마음을 몰라서 좀 답답해. 너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겠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의 감정도 알아차려 주는 것입니다. 이는 서로의 감정을 상호작용하게 하여 아이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0월 16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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