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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은퇴 앞둔 가장… 취업 못한 자녀들 어떻게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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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8 ㅣ No.307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2)

 

 

질문) 은퇴 앞둔 가장… 취업 못한 자녀들 어떻게 할지

 

저는 이제 은퇴를 앞둔 가장입니다. 아내와 아들 하나, 딸 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들 녀석은 군 제대 이후에 공부도 열심히 해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학자금 대출받은 것이 꽤 많은 액수가 되더군요. 두 딸의 학자금 대출은 아들보다 훨씬 액수가 크고요. 문제는 아직 아무도 취직을 못 했다는 겁니다. 요즘 취업이 ‘힘들다 힘들다’ 하고 아이들 얼굴에서도 웃음이 사라진지도 꽤 되어서 보채고 있진 않습니다만, 제가 퇴직하기 전에 어서 취업을 했으면 좋겠는데요. 이런 제 마음을 표현해서 아이들에게 자극을 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끝까지 믿고 응원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답변) 노후대책 자녀와 공유하며 자립심 키우도록 격려

 

굳이 언어로 표현을 하지 않으셔도 이제 은퇴를 하시게 되면 생활비나 모든 것이 빡빡하기 때문에 자극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은퇴 전부터 장래를 미리 계산해서 병원비나 간병비 등을 포함해 어느 정도의 돈이 들 것인지에 대해 가족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자녀들이 아픈 부모들을 끝까지 모시거나 병원비를 대지 않는 시기가 옵니다. 내 은퇴비용으로 부부가 같이 품위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으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하는지 은행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 결과를 자녀들이나 배우자와 꼭 공유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은퇴 후에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만 얼마라도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조금은 단순한 일이 없는지 부부가 함께 찾아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이런 새로운 계획을 부부뿐 아니라 자녀들도 알도록 하는 것이 교육상 좋습니다. 자녀들도 미리미리 중년과 노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예습을 하는 것이지요. 다만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냉정하게 잘 살펴보셔야 할 것입니다.

 

일단 자녀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면 지금까지 매우 빠듯하게 사셨던 것 같습니다. 다른 집처럼 넉넉하게 유산은 못 남겨줄망정 빚만 남겨 준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대학 공부까지 시키셨다면 꼭 자녀들에게 죄의식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녀들을 잘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자신들의 학비를 마련하도록 한 것이 큰 교훈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 또 스스로 열심히 해야 돈이 벌린다는 것을 젊은 시절에 배우지 못한 부잣집 자녀들이 중년 이후에 많은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를 지금까지 살면서 주변에서 꽤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아무도 취직을 못 한 것은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겠지만, 그 와중에도 험한 일이라도 마다 않고 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아직 자녀들이 나이가 많지 않으므로, 험한 일이든, 외롭게 외국에서 일을 하든 각자 알아서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도록 격려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격려가 힘을 받으려면, 나 자신부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어떤 식으로든 일하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빈부 격차가 심해졌고, 부의 대물림 현상도 점점 더 공고해지면서 부모자식 관계가 뒤틀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부모들은 빌딩도 남겨준다는데…”하면서 따지는 자녀들은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줘도 때가 되면 또 더한 요구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은 유산이 아무리 많아도 떳떳한 어른이 아닙니다. 그러니, 더욱 당당하게 자식들이 스스로 자립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경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시는 것이 자녀들을 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교육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7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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