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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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내 부족함은 하느님께로 이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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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10 ㅣ No.1093

[박예진의 토닥토닥] (38) 내 부족함은 하느님께로 이르게 합니다

 

 

30대 초반의 은이씨는 남의 시선이 늘 신경 쓰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나 없는 데서 욕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왕이면 사람들한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런 은이씨의 사전엔 거절이란 없습니다. 이런 부탁 저런 부탁 다 들어주느라 늘 바쁩니다. 혼자 다 하느라 기운이 달려도 다 나에 대한 기대려니 생각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걱정이 올라옵니다. ‘이러다가 내 시간은 언제 갖지? 친구들 만난 지도 가족과 같이 놀러 간 적도 너무 오래됐는데, 이러다 더 혼자가 되는 거 아니야?’

 

이뿐만이 아닙니다. 은이씨는 매 순간 불안의 연속입니다. ‘저번에 그 미팅,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니겠지? 나를 일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어머나, 동창 모임 있다고 했는데 답변을 아직 못했네. 나를 무심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새로 등록한 학원 선생님이 이런 것도 못 하냐며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면?’

 

때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죽기야 하겠어?”라고 호기를 부려보지만, 채 5분도 못 가서 사라지고 맙니다. 결국, 지난번 모임의 대화를 떠올리며 실수한 게 없나 복기하고, ‘다음번 미팅 때는 이러저러한 걸 조심해야지’ 하면서 생기지도 않을 일을 상상하며 대비하곤 합니다. 이런 자신이 스스로도 한심하지만, 오래 그렇게 살아온 탓인지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너무 힘듭니다. 드라마를 보면 하나같이 자기 할 말 다하면서 멋지고 당당해 보이던데 나는 왜 이러는 걸까요? 그건 드라마라서, 주인공이라서 그런 걸까요? 은이씨는 오늘도 괴롭습니다.

 

어떤가요? 아, 저런 건 나도 있는 모습인데 싶은가요? 그런데 사람인 이상 우리는 모두 다 비슷합니다. 내 모습이 100% 다 마음에 든다는 사람은 아마 열에 하나둘 될까 말까입니다. 우리는 모두 보기 싫은 모습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것을 떼어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미운 모습만 더 크게 보이고 나를 불안하게 하지요.

 

우리는 저마다의 세상에서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주인공으로 살아야겠죠? 그런데 그건 내 인생에서일 뿐 세상은 또 다릅니다. 세상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모든 사람이 자기가 주인공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내 모습이 비친 거울만을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저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을 꿈꾸지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어도 이 세상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너무 허무하고 기운이 빠지나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중심으로 돌면 됩니다.

 

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데, 남이 나를 먼저 존중해주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때문에 발달한 나만의 노하우도 있습니다. 결국, 만족한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도 다 내 안에 있습니다. 나는 부족해서 더 하느님께 의탁하며,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부족한 나를 채워주시는 하느님께 나를 내어드리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으로 충만하다면 그게 과연 불행일까요?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부족한 나를 넘어 하느님께로 이르게 합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0월 9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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