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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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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0-05 ㅣ No.1092

[박예진의 토닥토닥] (37)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60대 중반인 숙자씨는 정든 고향을 떠나 외동딸이 사는 지역으로 이사했습니다. 홀로 사는 삶이 부질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딸의 반응이 냉랭해 숙자씨는 참으로 슬프고 외롭습니다.

 

젊은 시절, 숙자씨는 정말 고되게 살았습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고, 결혼 후에는 농사를 짓는 시댁으로 인해 논밭 일도 많이 했습니다. 까다로운 시어머니 비위를 맞추는 것도 여간 일이 아니었지요. 잘생긴 남편은 주위에 여자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딸이 열 살 되던 해에 다른 여자와 아이가 생겨 따로 살림도 차렸습니다. 속이 상했지만 숙자씨는 딸을 위해서 이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시댁과 남편의 갖가지 요구에 시달려야 했지만, 숙자씨는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도 알뜰살뜰 저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딸은 잘 자라주었고, 결혼도 했습니다. 숙자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와 손녀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만 사위의 사업 실패로 인해 숙자씨는 그간 모아둔 돈으로 딸에게 집을 한 채 얻어주고 본인도 그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문제는 숙자씨가 겉으로만 아무렇지 않았지, 속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숙자씨의 고된 삶은 그를 술에 의존하게 만들었고,, 어느 순간 딸은 그런 숙자씨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집을 얻었지만, 딸은 엄마가 자기 집에 자주 오는 게 싫고, 가까이 사는 것도 불편합니다. 남편 보기에 부끄럽고, 아이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으니까요.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에 이어 엄마의 초라한 모습까지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딸은 숙자씨에게 이사를 가달라고 합니다. 너무 씁쓸합니다. 대체 숙자씨의 삶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요?

 

심리학자 에릭슨에 의하면 “노년기는 인생의 성숙기로, 과거와 현재의 자신이 조화를 이루며 진실하고 지혜롭게 사는 시기”입니다. 자신 안의 못나고 잘난 점을 다 수용하고 그것이 내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60대 중반인 숙자씨도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노년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지금까지의 숙자씨 삶은 스스로는 없고 딸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숙자씨에게 남은 거라곤 술로 달래는 나날뿐입니다. 이제는 딸보다는 자기에게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겠지요. 과거만 바라보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보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일단 술로 공허함을 메꾸는 것을 줄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친구들과 수다도 좋고, 술을 마시는 대신 트로트를 들으며 걷거나 나를 위한 밥상을 정성스레 차려보는 것도 좋겠지요. 요즘 말로 ‘덕질’을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홀로 짊어졌던 책임감과 기대는 벗어던지고, ‘나를 위한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보세요. 한때 ‘죽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란 게 유행했는데, 이런 식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면 훨씬 수월할 겁니다. 리스트를 적고 실행해보는 것이지요. 실행했을 때 자기 자신에게 작은 보상도 해주고요.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집중할 때, 자녀도 부모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고, 딸과의 사이도 좋아질 것입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0월 2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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