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훈화3: 레지오 신심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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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8 ㅣ No.107

레지오 마리애 훈화 (3)


2. 레지오 신심의 개요(교본 제5장 1-7항:36-45면)
 
1)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교본 37-38면)
2)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성모 마리아(교본 38-39면)
 
레지오에서 중요시하는 성모 마리아의 특전은 모든 은총의 중재자, 원죄 없으신 잉태, 영적인 모성애이다.
 
레지오는 먼저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신 성모님을 한없이 신뢰한다. 사실 하느님과 인간의 중개자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1디모 2,5-6 참조). 다만 성모님의 중재는 예수님의 유일 중개성에 적극 협력하여 그리스도의 능력을 나타나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교회헌장, 60항 참조).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로(水路) 역할을 하신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모님을 '은총의 수로'라고 일컬어 왔다.
 
성모님은 은총의 수로일 뿐 아니라 당신 아드님께 전구하심으로써 은총을 힘써 얻어내시는 분이다. 성모님은 가나에서 있은 혼인 잔치 중에 술이 떨어진 것을 예수님께 알리고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이르셨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기적을 행할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의 간절한 전구를 거절하지 못하셨다. 여섯 항아리에 가득 찬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한 기적을 일으켜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하셨다. 바로 성모님의 중재 덕분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통하여 은총을 나누어 주시기를 바라신다. 레지오의 선서문에도 밝히고 있듯이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 주실 때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때에,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만큼,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방법으로 베풀고 계신다'(교본 제15장 141면).
 
레지오는 모든 은총의 중재자 마리아 축일(5월 8일) 기도문을 카테나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매일 의무적으로 바치도록 하고 있다. "기도합시다. 저희를 하느님 아버지께 이끄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저희의 전구자로 세우셨나이다. 비오니,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간구하는 모든 은혜를 받아 누리게 하소서. 아멘"(교본 205면).
 
'성모께 드리는 호소'에 "어머니 슬하에 달려들어 도움을 애원하고 전구를 청하고도 버림받았다함을 일찍이 듣지 못하였나이다."라는 말대로 9일 기도로써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은총을 얻는 이들도 많이 있다.
 
언젠가 이런 우스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 본당에 부임한 사제가 가정 방문을 다녔는데 어느 젊은 부부가 아직 아이가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하기에 루르드에 가서 촛불을 켜고 성모님께 기도해 보라고 권유했단다. 그 뒤 그 사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훗날 우연히 그 집 앞을 지나다가 아이들이 올망졸망 많이 있는 것을 보고 확인했더니 바로 그 부부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지금 어디 계시냐고 물었더니 루르드에 촛불을 끄러 갔다고 하더란다. 루르드 성모님께 촛불을 켜 놓은 것을 여태 끄지 않았더니 아이들이 너무 많이 생겨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루르드에 함께 성지 순례를 간 일행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그 중 아이가 없는 자매가 그 날 밤 촛불을 켜 놓고 밤샘 기도를 했단다. 한 달 후 전화를 받았는데 그 자매가 정말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그 후 그 자매는 아들을 낳았는데 아기 이름을 안드레아 루르드라고 지었단다.
 
과연 성모님은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시다.
 
3) 원죄 없으신 마리아(교본 39-40면)
 
레지오 신심에서 성모님의 두 번째 특전은 12월 8일을 대축일로 지내는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이다. 레지오 회합에서 모시는 성모상이 바로 원죄 없으신 마리아 성상이다. 최초의 레지오 단원들은 이 성모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회합을 가졌다.
 
원죄 없으신 마리아 성상은 기적의 메달에 새겨진 모습 그대로이다. 성모님께서 1830년 11월에 프랑스 파리의 자비의 딸 수녀회 예비 수녀인 카타리나 라부레에게 나타나시어 발현 모습 그대로를 메달로 만들도록 지시하심으로써 이루어졌다. 그 메달은 일명 '기적의 메달'이라고 불린다. 기적의 패에는 원죄 없으신 마리아께 대한 화살기도가 새겨져 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레지오 단원들은 카테나에 들어 있는 이 화살 기도를 매일 의무적으로 바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죄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없어지지만 성모님의 경우는 그 모친 안나에게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가 없었다.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12월 8일에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이란 회칙에서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신앙 교의로 선포하였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잉태의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견된 공로에 힘입어 원죄에 전혀 물들지 않도록 보호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계시해 주신 이 교의를 항구히 굳게 믿어야 한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18회에 걸쳐 성모님은 프랑스의 루르드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세 소녀 벨라뎃다에게 발현하셨다. 3월 25일의 발현 때에 성모님께서 당신 이름을 '원죄 없는 잉태'라고 알려 주심으로써 믿을 교의로 선포된 내용을 직접 확인해 주셨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 조금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교회헌장, 59항)라는 표현으로 믿을 교의를 재확인하셨다.
 
성서에서는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간접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또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인류의 첫 조상을 유혹하여 원죄를 짓게 한 사탄의 머리를 짓밟을 여자의 후손을 낳으신 분은 바로 원죄 없으신 마리아이시다. 레지오는 이 성서 구절을 죄악과의 싸움에서 확고한 신념과 힘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러면 왜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마리아에게 보내셨을까? 그것은 타락한 천사인 악마가 인류의 첫 여인인 하와를 유혹하여 멸망으로 이끌었으므로 이젠 새로운 하와인 마리아에게 타락하지 않은 천사를 보내시어 구원으로 이끌도록 하신 것이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루가 1,28). 이 말은 죄인에게는 해당될 수 없는 표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느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죄녀에게서 태어날 수는 없다.
 
원죄 없으신 마리아를 사령관으로 모신 레지오 단원들은 한평생 죄악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겠다.
 
4)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교본 40-41면)
 
성모님께 대한 레지오 신심의 세 번째 특징은 성모님을 우리의 참된 어머니로 특별히 공경하는 데 있다.
 
옛날 아프리카의 어느 가톨릭 신자 왕이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아름다운 성모상을 보고 돌아와 자기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조각가를 시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모상을 만들게 하였다. 그 조각가는 마침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성모상을 완성했다. 그런데 왕이 와서 보니까 자기 기대와는 전혀 다른 시커먼 흑인 성모상이었다. 왕은 화가 치밀어 당장 그 성모상을 강에다 던져 버리라고 명령했다. 왜냐하면 자기가 로마에서 본 성모상은 얼굴이 하얀 백인 성모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조각가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아프리카 민족은 모두가 흑인이고 흑인 외의 인종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왕의 명령대로 그 성모상을 강에다 버렸다. 그런데 그 날 밤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강에서 어떤 물체가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었고 왕도 나와서 그 물체를 건져내게 했더니 다름아닌 그 흑인 성모상이었다. 이후 왕은 그 성모상을 잘 모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낱 전설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성모님은 백인들만의 성모님이 아니라 흑인들의 성모님도 되고 나아가 모든 민족의 성모님, 바로 우리들의 성모님이라는 것이다. 성모님께서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루가1,48)라고 노래하신 대로 성모님은 과연 온 세상 사람들의 어머니이시다.
 
성모님께서 우리의 어머니로 선포되신 것은 십자가에서 구원 사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성모님과 사도 요한은 십자가상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돌아가시는 예수님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먼저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시고 그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때부터 그 제자는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혹독한 고통 가운데서도 자신의 고통보다도 어머니와 제자 걱정을 하시고 죽는 순간에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내어 주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마땅히 요한 사도처럼 마리아를 우리 집에 모셔야 한다. 우리가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해 사람이 되셨다는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고 예수님의 유언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 이 사람은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성모님은 외아들이 죽어가는 순간에 남긴 이 유언을 듣고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가브리엘 대천사의 주님 탄생 예고를 듣고 "주님의 종이오니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 하시며 받아들이셨듯이 이번에도 어머니로서 모든 사람을 자녀로 돌보아야 할 책임과 의무를 겸손과 순명으로 받아들이셨다. 그래서 성모님은 오늘날까지 발현을 통하여 자녀들을 자애로이 돌보고 계신다.
 
흔히 사람들은 놀라거나 다급할 때 아버지를 부르지 않고 어머니를 부른다. '아이고 어머니, 애그머니' 라고 부르지 '아이고 아버지, 애그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도 어린이들처럼 성모 어머니를 부르고 성모님께 온전히 의탁해야 한다. 그리고 성모 어머니께 감사하며 친근감을 가지고 특별히 공경해야 한다.
 
5) 레지오의 성모 신심은 레지오 사도직의 뿌리(교본 42-43면)
 
레지오의 신심은 성모 신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모 신심은 레지오 사도직의 뿌리이다. 나무는 뿌리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뿌리가 있어야 땅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자랄 수 있고 거센 바람도 견디어 낸다. 이처럼 레지오 단원들도 각자의 뿌리를 성모님 안으로 뻗어 내리고 성모 신심을 통해서 영양분을 흡수한다.
 
레지오는 성모 신심을 통해서 창설되었고 사도직을 실천하게 되었다. 프랭크 더프는 단주회(斷酒會) 회원들과 함께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을 연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연구한 결과가 레지오 교본에 수록된 성모 신심의 모태가 되었다. 이 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성모님의 위치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파악한 다음에야 비로소 레지오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레지오의 첫 번째 지단 이름을 '자비로운 성모회'로 지은 이유도 자비의 딸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구호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최초의 사도직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프랭크 더프는 전세계 레지오가 사도직을 수행할 때 성모 신심과 성모님께 대한 지식이 보편화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갓 태어난 레지오가 성모님에 대하여 아는 지식은 일반 신자들보다 훨씬 많았으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오는 그 지식을 모두에게 알리는 일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레지오는 사목에 관계되는 사도직 활동을 펴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로는 평신도들이 그러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때였다. 그들이 사도직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예수님을 모든 사람에게 모셔다 드리도록 성모님을 도와 드리는 데 있었다. 그 후로 레지오는 성모님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레지오 전체가 그랬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성모님에 대한 지식을 갖춘 단원이 소수에 불과하다면 레지오가 발전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레지오 창설자의 이러한 노파심을 알게 될 때 성모 신심에 대한 단원들의 일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모든 단원은 성모 신심을 레지오의 본질적 부분으로 삼아야 한다. 곧 모든 단원은 한마음으로 일치하여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일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일이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가르쳐 준 참된 성모 신심을 실천하는 일이다. 참된 성모 신심은 성모님을 위하여,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하여, 성모님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은 레지오 단원 개개인에게 내려지는 은총의 특별한 수로(水路)이다. 그러므로 단원들은 레지오 사도직의 뿌리인 참된 성모 신심을 일치된 마음으로 정성껏 실천해야 한다.

[
사목, 2001년 4월호, 최경용(부산교구 신선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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