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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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성당 대림특강2: 예수님 안에서 가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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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2-14 ㅣ No.178

명동성당 대림특강 (2) 예수님 안에서 가족 사랑


끈끈한 가족 사랑이 일생 좌우



서울시립 아동상담심리치료센터에서 25년간 지냈다. 이곳은 6~18세 아이 100여 명이 산다. 25년 전 개원하는 날이었다. 그날 KBS에서 생방송 인터뷰를 왔다. TV에 '전문가가 많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한국 최초의 아동상담소가 문을 연다'고 자막이 나갔다. 사실 그때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

한 아이가 있었다. 본드 중독자였다. 미대에 가고 싶어했는데, 본드를 마셔야 성모 마리아도 보이고 그림 착상이 떠오른다고 했다. 아이를 위해 센터 방 하나를 화실로 꾸며줬다. 하지만 중독이 심해져 센터에 입소시켰는데, 옥상에서 본드를 마시고 나자빠지는 생활을 반복했다. 아이가 죽을 것 같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러던 4월 어느 날, 그 아이 엄마가 병원 영안실이라며 울며 전화했다. 병원에 달려갔더니 부모가 자리를 3시간 동안 비운 사이 본드를 흡입하다 119에 실려 다른 병원에 갔다가 거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용인 공원묘원에 묻어줬는데, 연둣빛 새순들이 병풍처럼 아름다웠다. 작별인사를 하려니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주저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때 '너처럼 힘든 청소년이 오면 죽을 힘을 해서 일할게' 하고 다짐했다.

우리 센터에 오는 청소년들이 거의 다 그런 아이들이다. 담배는 하루 2~3갑이 기본이다. 상담은 물론 공부도 하지 않았다. 방에서 담요를 덮고 그 안에 촛불 켜놓고 고스톱을 치기도 했고, 감자탕을 먹으러 몰래 나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퍽퍽' 소리가 나는 방문을 열어보니, 때리는 아이와 맞고 있는 아이, 맞을 아이가 있었다. 본드와 부탄가스에 환각된 상태에서 한 아이가 아이들을 구타하고 있었다. 그냥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도 함께 울었다. '주님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하면서.

며칠 뒤 운동장을 뛰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옆 학교 축구부 아이들인가 했는데, 우리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상담도 받았다. 몸이 튼튼해지니, 마음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몇 개월간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녔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빠랑 아이스크림 장사 할래요', '미용사가 되고 싶어요' 하고 꿈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연극에도 도전했다. 한 달간 맹연습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부모가 집에 데려가고 싶어할 정도로 변화돼 있었다. 그 아이들이 이제 40대 초반이 됐다. 다들 잘 됐다.

아이들을 만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때다. 우리 선조가 매우 지혜로웠음을 깨닫는다. 시집갈 처녀는 혼수를 준비했다. 베갯잇과 이불에 수를 놓는 것이다. 그게 기도였다. 바늘을 꽂을 때마다 시댁이 잘 돼야 할 텐데, 아들을 낳아야 할 텐데 하면서 생면부지 남편을 떠올렸다. 첫날밤을 보낸 아내는 매일 새벽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산에 올랐다.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때가 15~16세다. 얼마나 건강한 때인가. 청소년기에 매일 등산하며 깨끗한 물을 떠놓고 100일 새벽기도를 했다. 수정이 될 때 어떤 사람이 될지 대부분 결정이 되기에 이러한 수행은 큰 도움이 된다.
 
아기는 엄마와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 젖을 빨며 엄마 얼굴을 마음에 새긴다. 젖을 충분히 먹이고 애정을 형성해야 결핍이 없다. 젖을 못 먹어 결핍인 사람은 부자라도 늘 돈이 없다고 한다. 아장아장 걸을 때면 배변교육을 한다. 아기가 똥을 잘 눌 때 엉덩이를 토닥이며 칭찬해주면,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늘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된다. 똥을 잘 못누었을 때 혼을 내면 수치심이 생겨 자신감 없는 사람이 된다.

집에 아기가 있을 때 기도 1순위는 아기여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격려를 많이 해줘야 한다. 칭찬받은 아이는 그런 부모 이미지를 마음에 새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엄마 아빠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겨낸다. 우리는 늙으신 부모님 모습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 하느님은 엄마 아빠의 원형적인 것을 선물로 주셨다. 부모가 어떻게 해줬느냐에 따라 사람 인생이 달라진다. 가족 안의 끈끈한 것이 일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 그다음 기도 1순위는 배우자여야 한다. 배우자는 영원한 벗이다. 남성은 내면의 여성성, 사랑의 감정을 잘 살려야 한다. 겉으로는 튼튼한 남성이면서 속으로는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한다. 여성들은 배우자를 존경해야 한다. 남성은 언제나 믿음과 인정을 받고 싶고, 여성은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결혼은 너무 다른 두 남녀의 만남이기에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그, 멋진 그녀가 평생의 동반자로 가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가 사는 것을 보고 배운다. 주님이 내 곁에 계시기에 우리는 행복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늘 곁에 함께 계시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주님은 우리 안의 사랑이시다. 그것을 아는 것은 큰 은총이다. 우리의 꿈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5일,
김보애 수녀(서울시립 아동상담심리치료센터),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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