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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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09 ㅣ No.1318

[복음살이]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

 

 

지난 4월13일 우리나라는 총선을 치룬 결과 집권당의 참패로 여소야대 정국과 함께 여러 가지 정치적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권이 대화하고 소통해야만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되었고, 따라서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적인 정책 운영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무조건 표를 던져주었던 텃밭의 지지를 맹신하여 안하무인격으로 행세하던 정당과 정치인들도 자중하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이 현실이지만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정치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교회는 꼭 투표에 참여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라고 권고해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가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며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도록 섭리하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가 대표적인 참여의 형태로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교회는 정치의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은 오직 도덕질서 안에서만 정당하게 그 권력을 행할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소위 ‘정교분리’란 교회와 정치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종교와 정치는 서로 구별되고 각각 고유한 영역이 있지만,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잘못 되어가고 있는 정치 질서에 대해 교회가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사목헌장 74-76항).

 

 

정치적 참여는 공동체 선을 위한 다양한 길들 중 하나

 

교회는 지속적으로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2013년 6월 어떤 교사가 정치참여 문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네,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고 말구요!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체적 선을 찾는, 보다 특성화된 사랑의 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대해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네 쉽지는 않습니다. 사제로 사는 것처럼 말이죠. 삶에는 쉬운 것이란 없습니다. 정치는 매우 타락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왜? 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정신으로 그것이 타락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을 ‘그들 탓’으로 돌리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했습니까? 공동체의 선을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의무입니다. 네, 많은 경우 그렇게 일하는 것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됩니다. 해서 다양한 길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대와 같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는 것도 그 중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참여가 공동체의 선을 위한 다양한 길들 중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교황님은 또한 몇 달 지난 9월16일 성녀 마르타의 집 미사 중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이 통치하니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더 잘 통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정치가 공공의 선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에게 사형을 내린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도 종교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갇혀 “국가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참된 신앙은 “언제나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전달하여 이 지구를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물려주려는 간절한 열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183항).

 

 

교회는 정치 영역에서 정의를 세우도록 기여해야

 

베네딕토 16세 교황님도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항에서 교회의 정치참여에 대해 분명한 가르침을 제시합니다. 교황님은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지만, 교회는 간접적으로 “이성의 정화와 윤리교육을 통하여” 정치 영역에서 정의를 세우도록 기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교회가 정치의 임무를 대신할 수 없지만, 정신적인 힘을 일으켜야하고, 따라서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평신도들은 직접적으로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위하여 일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즉 “국민으로서 평신도들은 개인 자격으로 공공 생활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경제, 사회, 입법, 행정, 문화 등 수없이 많은 여러 분야에서 조직적으로 제도적으로 공동선을 증진시켜야 하는’ 참여 의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의 사명은 사회생활의 정당한 자율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책임을 다하면서 다른 국민들과 협력하는 가운데 올바른 사회생활을 이루어 나가는 것입니다. 교회의 고유한 사랑 실천을 국가 활동과 혼동하여서는 안 되지만, 평신도들의 삶 전체와 ‘사회적 사랑’을 실천하는 그들의 정치 활동이 언제나 사랑에 젖어 들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사실입니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평신도가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으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국회의원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20대 총선 당선자 300명 중 천주교 신자는 77명으로 25.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 비율인 10.7%의 두 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과연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들이 복음의 가치관을 지니고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고 사회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할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무늬만 신자”인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르침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생명윤리 관련법 제정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도덕의 내용과 어긋난 정책이나 법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뿐 아니라 공공영역에서 책임을 맡은 신자들도 정의와 공동선을 비롯한 가톨릭 사회교리의 주요 원리들을 인식하고 자기소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신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하겠습니다. 일반인들도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정치인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각자 나름대로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이루는데 기여해야 하겠습니다. 정치참여는 그리스도 신자들의 타인에 대한 봉사 의무의 한 표현입니다(간추린사회교리 565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6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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