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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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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자꾸 싼 것들만 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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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05 ㅣ No.1090

[박예진의 토닥토닥] (34) 자꾸 싼 것들만 사게 됩니다

 

 

이번 주는 싼 물건만 골라 쇼핑하는 운서씨의 사례를 다뤄보겠습니다.

 

딸 하나를 둔 운서씨는 아내와 여러 가지로 잘 맞지 않습니다. 그중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큽니다. 아내는 이 정도 살게 되었으니, 이제 외식도 좀 하고 딸이 사달라는 것도 좀 사주면서 여유롭게 살자고 합니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아내는 모아둔 돈이 꽤 있으니 이제 좀 쉬겠다며 퇴직한 상황입니다. 운서씨는 회사를 그만둔 아내가 못마땅합니다. 아내는 운서씨에게 주말에 딸과 함께 밖에 나가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자고 권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운서씨는 큰소리를 지르면서 타박합니다.

 

“내가 얼마나 어렵게 직장 생활하는 줄 알아? 아껴야 나중에 편한 법이야. 그렇게 씀씀이가 커서 대체 어쩌려고 그래? 하~ 참!”

 

하도 그러니 아내는 운서씨와 같이 가는 걸 포기하고 딸만 데리고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운서씨만 혼자서 밥을 먹을 때가 종종 생깁니다. 제대로 차려 먹긴 귀찮으니 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씀씀이가 큰 아내를 원망합니다. 이런 운서씨를 달래주는 건 홈쇼핑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운서씨는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주로 싼 것들만요. 그런데 막상 사놓고는 풀어보지도 않은 채 창고에 처박기 일쑤입니다. 아내는 뭐 이런 쓸데없는 것을 사서 쟁여 두냐고 하지만, 운서씨는 “사두면 다 쓸 데가 있을 거”라면서 “비싼 것도 아니고 저렴할 때 사두면 절약도 되고 좋지 않으냐”며 자신이 이렇게 가족들을 위해 아끼고 희생하는 걸 몰라주는 아내가 야속할 지경입니다.

 

쇼핑 중독은 “단순히 쇼핑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욕구가 조절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의 부정적 감정이나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반복적이고 강박적 형태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Krueger, 1988)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의 성향을 보면, 대부분 자존감이 낮아 타인을 매우 의식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자신에 대한 보상 심리로 쇼핑에서 위안을 얻고자 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무가치함과 슬픈 감정을 감싸 안는 것이지요. 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이며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자신의 기준에서 비싸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 이건 ‘절약’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절약 정신을 남들이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 자신을 인정받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물건을 구매한 후 후회가 되어도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절약하며 우리 가계를 위해 힘쓰는데 왜 못 알아보는 거야. 제발 나를 인정해줘” 하면서요.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가족에게 무가치한지 돌아보는 과정과 실제 현재 가계 수준이 미래를 두려워할 만큼 심각한지 객관적으로 파악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본인의 욕구를 깨닫고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것이 꼭 물건일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친밀감, 안정감 및 자기 가치감(self-worth)이면 됩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서 사회적·경제적 안정도 이룬 나에 대한 가치와 의미, 외롭게 견디어 온 나만의 노하우를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 느끼는 소외감에서 차츰 멀어지지 않을까요?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9월 4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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