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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정 주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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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02 ㅣ No.894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핵심은 ‘자비와 포용’



“지금은 자비의 시대입니다! 고통과 갈등의 순간들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자비의 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5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를 마무리하는 폐막미사에서 전세계 120여개국에서 온 270여명의 교부들을 파견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창미사로 거행된 이날 폐막미사는 시스티나 대성당 합창단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 대의원 주교들을 포함한 수천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번 시노드는 지난 10월 4일 개막, 3주간의 회기를 마치고 24일 대의원 주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보고서를 확정,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황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를 발표하게 된다. 시노드의 논의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는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와 윤리적 가르침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는 사목적 전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두고, 최종적인 결정은 교황에게 맡겼다.

이에 따라 교황은 특히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자비’를 구체적으로 적용할 사목적 조치들을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에 담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가 예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친 내용을 언급하면서 예수는 “단지 도움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인격적인 만남을 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럼으로써 예수는 “우리들 각자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를 원하신다”며 “오직 예수님과의 만남만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이어 예수를 따르는 하느님 백성이 빠질 수 있는 두 가지 유혹을 지적했다. 교황은 먼저 ‘착각의 영성’(spirituality of illusion)을 지적하고 “우리는 종종 사막을 걸으면서 실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사람들의 삶에 뿌리내리지 않는 신앙은 메마르게 마련이고, 오아시스보다는 또 다른 사막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유혹은 “짜여진 신앙”(scheduled faith)으로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걸으면서도 우리만의 짜여진 여행 일정에 집착”하려는 유혹이다. 그래서 ‘짜여진 일정’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배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강론에서는 특히 예수가 모든 소외받은 이들을 빠짐없이 포용하려고 했다는 점이 강조됐고, 치유받은 바르티매오는 “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예수와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에 합류했다”고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시노드에서 자신과 “함께 걸었던” 주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복음이 우리 시대에 가르쳐주는 길을 찾아, 예수님과 형제자매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의 신비를 선포하자”고 권고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1일, 박영호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제14차 정기총회 결과 해설


3주간의 끝장 토론, ‘자비’와 연결된 어떤 문도 닫지 않았다



가정을 주제로 지난해에 이어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는 10월 24일 투표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통과시키고, 25일 교황이 집전하는 폐막미사로 3주간에 걸친 토론을 모두 마쳤다. 94개 항목으로 구성된 최종 보고서는 교황에게 제출됐고, 교황은 이를 고려하되, 교황 자신의 사목적 전망과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를 발표하게 된다.


진보와 보수?

이번 시노드 결과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시노드에서의 격렬한 토론의 장을 진보 대 보수의 힘겨루기로 여기는 듯했다. “교황 절반의 승리…”(한국일보), “보수파에 끝내 진 ‘교황의 파격’”(서울신문), “가톨릭 진보-보수 균열 드러낸 시노드…”(연합뉴스), “이혼 품고 동성애는 내친 시노드-보수 거대한 벽에 교황이 졌다”(중앙일보) 등등의 제목들은 이러한 시각을 반증한다.

더욱이 시노드 관련 언론 보도들은 대체로 이번 시노드 결과를 교황이 보수파에 밀린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이혼 후 사회 재혼한 이들이 혼인무효 판결을 거치지 않고도 영성체를 포함한 성사와 신앙생활, 교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절반이 승리’이다. 하지만 동성애 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교회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언론들은 교황이 ‘밀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들은 지난 3주 동안 로마에서 상당히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진행된 시노드의 토론들을 볼 때 타당한 점이 없지 않다. 13명의 고위 성직자가 교황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 시노드의 운영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대목에서는 힘겨루기와 로비의 분위기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시노드에 대한 평가는 시노드의 목적과 취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원의와 회의 진행 방식, 교회 안에 살아계신 성령의 움직임 등에 대한 이해와 고려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리 재확인, 자비의 문 열어 둬

분명히 이번 시노드는 예상된 대로,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와 윤리적인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 하지만 동시에, 비록 강력하고 완고한 반대가 있었지만, 하느님의 자비와 연결되는 어떠한 문도 닫지 않았다.

그리고 열려진 가능성들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 시노드에서 주어지지 않은 대답들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손에 맡겨졌다. 사실상 이번 주교시노드는 혼인과 가정의 현실 문제들에 대해서, 대답을 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많이 제기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완고한 입장에 대해서, 시노드 폐막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교황은 마지막 순간에 강하게 질타했다. 교황은 24일 투표 후 회기 마지막 자리에서 “복음을 다른 이들에게 팔매질 할 ‘죽은 돌’로 만들어버리려는 이들”을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교리와 전통의 수호라는 미명 아래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 완고한 성향의 주교와 추기경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반발과 저항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가 대의원들의 합의를 통해 확정됐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오스트리아 크리스토프 쉔보른 추기경은 “최종 보고서는 (주교들이) 합의한 문서”라며, 힘들고 어려운 토론의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3분의 2 이상의 다수결로) 의견의 일치를 본 합의의 성과물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합의는 극적이었다. 수많은 다른 이슈들은 거의 이론이 없었지만,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의 교회 생활에의 참여에 대한 3개 항목은 간신히 찬성 3분의 2를 넘었다. 특히 그 중 하나인 제80항은 참석 대의원주교 265명의 3분의 2(177표)를 단 한 표 넘어서는 178표로 통과됐다. 나머지 두 항목 역시 찬성 187표, 190표를 기록했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식별’

이혼 후 사회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의 문제를 다룬 세 번째 회기는 격렬했다. 교황청 최고위 성직자 3명을 포함한 상당수의 주교들은 그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최종 문헌에서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주교들은 합의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보고서에 포함시켰고, 공은 교황에게로 넘어갔다.

문제에 대한 시노드의 접근에서 핵심 단어는 ‘식별’(discernment)이라고 쇤보른 추기경은 설명했다. 시노드는 가정들의 구체적인 상황에 ‘엄청난 주의’를 기울였고, 상황은 너무나 다양해서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다. 결국 “각 사례를 식별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이 시노드의 결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원으로서, 식별이 강조되는 이냐시오의 영성 수련 방법에 익숙하다는 점은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혼을 한 가정들의 상황은 다양하며, 그 당사자들이 져야 할 비극에 대한 책임의 몫 역시 다양하다. 따라서, 사례별로 다른 상황을 정확하게 식별해 서로 다른 수준과 차원으로 영성체를 포함한 성사와 교회 생활에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노드는 이를 위해서 ‘내적 법정’(internal forum)을 제안했다. 이혼 후 사회 재혼한 이들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사제들은 이 내적 법정의 양심 성찰 과정을 돕도록 제안하고 있다.

특별히 세 번째 회기에서 독일어권 그룹이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의견 일치를 본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그룹에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최고의 신학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영성체 허용으로 가는 ‘참회의 여정’(penitential path)을 제안한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이를 강하게 반대했던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이 포함된다. 신앙과 교리에 대한 교황청 최고의 관리이자 카스퍼 추기경과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던 신앙교리성 장관이 이를 수용해 합의된 그룹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무게를 갖는다.


교황과 가정의 승리, 완고함의 패배

그러면 시노드에서의 승리자는 누구였을까? ‘인사이드 바티칸’의 저자로 미국 가톨릭 독립언론인 NCR의 바티칸 전문가인 예수회 토마스 리즈 신부는 일반 언론의 어법을 빌어, 첫 번째 승리자는 초안작성위원회이고 두 번째는 상대를 비난하기보다는 ‘끝장토론’을 벌여 합의에 도달한 독일어 그룹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세 번째 승리자는 완전한 개방성 위에서 끝없는 의견 교환을 지향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전 세계 주교들의 일치된 관심의 대상이 된 모든 가톨릭 신자 가정들이다.

누가 패배했는가? 그는 자비보다는 율법을 강조하고 아무것도 변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들이 시노드에서 분명히 패배했다고 말한다. 어떠한 변화의 가능성도 배제하려고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투표를 통해 문헌이 통과되면서 패배는 기정사실화됐다.

리즈 신부가 “애매한 합의”(consensus in ambiguity)라고 했듯이 시노드는 제기된 문제들의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교황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이번 시노드는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작동돼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성공적이다. 교회의 존재 양식을 드러내는 표지로서의 ‘공동 합의성’(synodality)의 모범을 이번 시노드는 3주 동안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1일, 박영호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폐막] 기고 - 한국교회, 사목자, 신자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혼 후 재혼자 거부하는 엄격한 시선부터 거둬야”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10월4~25일)가 막을 내렸다.

이번 시노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특히 한국교회와 가정의 현실,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등을 수원교구 사법대리 김길민 신부 특별기고를 통해 들어본다.


1. 시노드 전체와 결과에 대한 소감과 이번 시노드의 의미와 시사점

이번 시노드는 그동안의 시노드와는 달리 언론 접촉도 쉽게 하고 언어별 그룹 토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새로운 운영방식을 도입하였다.

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가 정착되며 다양성 안에서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었다. 전통과 변화를 경험하며 시노드는 듣는 교회, 경청하는 교회 모습을 제시한다.

가정이 느끼는 기쁨과 희망만이 아니라 슬픔과 고민까지도 계속해서 염두에 두며, 이러한 가정과 계속 동행할 것을 강조하며 자비로운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교회가 되고자 노력하였다.

총 94개 항목에 대해 말하는 시노드 보고서에 ‘자비’(misericordia)라는 단어가 30회 가까이 나오고 있음은 이러한 자비로운 교회에 대한 시노드의 관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교황을 중심으로 주교단이 연대하여 함께 사목적 식별을 하려고 노력한 것 자체가 은총의 결과인 것이다.


2. 특별히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에 대한 보편교회의 태도와 사목 방침의 변화

첫 혼인에 실패한 사람이 두 번째 혼인을 교회 안에서 할 수 있으려면 첫 번 혼인의 끈이 없거나 끊어져야 한다.

혼인의 유효성을 따지는 혼인 무효 소송을 통하여 무효로 선언되면 처음부터 혼인의 끈이 없던 것이다. 유효했던 혼인의 끈은 배우자가 사망을 하거나, 교회가 그리스도께로부터 받은 대리권한을 사용할 때에(혼인 해소) 끊어진다.

하지만, 현재 교회는 세례받은 사람끼리 성사혼을 하고 부부 관계를 맺은 혼인(성립된 완결혼)은 이러한 대리권한에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이 혼인만이 ‘한 번 잘 맺어진 혼인은 인간의 힘으로는 풀 수 없다’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관계된 혼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시주교시노드와 현 시노드 준비 과정에서 나타난 의견을 들어 혼인 무효 소송의 절차를 조금 더 간결하게 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2015년 9월 8일 자의교서 “다정한 재판관, 주 예수님”).

여기에서 교황은 1번 재판 후에 2심까지 가야만 하던 것을 단심으로만 확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교구장 자신이 더 빠르게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였다.

이혼하고 사회혼인만 한 사람들은 죄인이라는 관점을 바꾸어, 이들이 교회에서 내쫓겨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청하고 동행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들의 교회 내 활동과 영성체에 관련해서 그동안 카스퍼 추기경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요구하던 사항들을 받아들였다.

그동안은 가해자와 피해자, 자신은 전 혼인이 무효라고 생각하지만 교회법원에서 유효로 판결한 경우, 전 혼인이 유효임은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들이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영성체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정 공동체’ 회칙 Familiaris Consortio 84항).

다만 특별한 경우에는 두 번째 혼인이 중대한 사유로 인해 다시 헤어질 수 없고, 이들이 성행위를 하지 않고 오누이같이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성사의 허락이 다른 신자들에게 아무런 악한 표양이 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만 성사 생활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시노드는 여기에서 벗어나 각 경우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잘 준비된 사목자가 동행하여 사목적인 식별을 하여 영성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며 그동안의 조건을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려움 중에 있는 가정을 위해서 교구마다 상담센터를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물론 투표에 참가한 265명의 교부들 중에서 주로 10명 미만만이 반대했던 보통의 항목들과는 달리 이들의 영성체에 관계된 항목에서는 반대도 많았음도 생각해야 한다. (84항-187찬성 72반대 85항-178찬성 80반대 86항-191찬성 64반대) 또한 시노드에서는 혼인 해소 부분에서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3. 최종 보고서가 더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을 교황의 결정에 넘긴 이유

시노드는 보고서를 베드로 후계자의 손에 맡기며 잘 평가해주기를 요청한다. 그 이유는 교회 내에는 투표를 하지만 최종 결정은 결정권자에게 맡기는 건의 투표권과 투표 자체로 결정이 되는 결정 투표권이 있는데 시노드는 물론 교황과 함께 했어도 건의 투표권을 갖고 있다. 시노드는 교황에게 건의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이 제안을 기초로 해서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은 거부하거나 또 다른 것을 첨가하는 것은 교황만의 권한이다.


4. 한국교회와 사목에 있어서 이번 시노드 결과의 의미와 구체적인 영향

각 대륙이나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모두에게 한 가지 잣대만을 주는 것은 어렵다. 한국교회는 열심한 신자들이 위주인 엄격한 모습이 강하다. 그 결과 이혼하고 재혼한 신자들은 죄인으로 여겨졌고 일정한 규정도 없어서 이들은 교회 안에서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도 교회의 일원이라는 점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을 향한 시선이 부드러워져야 하고, 교회 안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어떻게 허용될 지가 주교회의를 통해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각 교구마다 교구장 주교들을 중심으로 혼인 무효 소송이 더욱 더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이들과 동행하여 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교구 차원의 센터가 준비되고, 이를 위해서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교황의 말을 빌어 보고서가 제안하듯이 가정 안에서 ‘해도 돼?, 고마워, 미안해’라는 표현을 많이 하도록 한국교회가 운동을 벌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 한국의 일반적인 언론 매체에서의 문제점

우리 신자들이 접하는 한국의 언론 가운데에는 목표를 정해놓고 교회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면 쇄신되었다고 하고, 자신들의 뜻과 다르면 보수적인 교회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시노드도 동성애 결합에 대해서 혼인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설정하고,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들이 아무 조치가 없이도 일반적으로 영성체를 할 수 있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기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복음에 따라서 바뀔 수 없는 본질적인 것들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한 가족이면서도 서로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을 사회 언론은 오해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교황은 이번 시노드가 단순히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를 허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혼인에 관한 전체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도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많은 매체들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을 보도록 유도하는 결과들도 나타났다.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1일, 김길민 신부(수원교구 사법대리, 광주본당 주임)]

 

 

세계주교시노드 참석한 강우일 주교 인터뷰


“혼인은 개인 간 결합 넘어선 거룩한 부르심”



가정을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접근에 있어서 큰 전환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회는 과거의 어느 시노드보다 더 솔직하고 겸허한 대화와 토론으로 그 최종 성과물의 풍성함과 함께,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의 참 면모를 보인 것으로도 평가된다.

지난해 제3차 임시총회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전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로부터 시노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듣는다.


▲ 우선 이번 시노드의 특징과 의미를 정리해주십시오.

- 강우일 주교(이하 강) : 지난해에 이어 가정을 주제로 두 번째로 열린 시노드입니다. 대개 4년에 한 번 정도 열리는데 임시총회에 연이어 재차 총회를 소집한 이유는 그만큼 가정 문제가 심각하고, 한 번의 회의로는 다루기가 버겁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해 임시총회는 현대 가정의 현실, 시련과 고통을 더 깊숙이 살펴보자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이어 올해 총회에서는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교회의 교리적 가르침과 보편교회의 통치 방향에 입각해 이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하는 사목적 차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의안집이나 보고서들은 모두 3부로 구성됐고 회의 진행도 세 차례의 세션으로 이뤄졌습니다. 이것은 전통적인 교회의 성찰과 논리의 전개, 문제 해결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즉, 보고 관찰하고 행동하는 세 단계를 거쳐서 당면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방식입니다.

이전의 시노드들과는 달리 전체 발표보다는 그룹 토의를 통해 주교들간의 심층적인 대화와 토론에 더 중점을 둔 것도 특징적입니다.


▲ 주교님께서는 어떤 내용의 발표를 하셨는지요?

- 강 : 전체 회의 발표가 8분에서 3분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저는 이혼 후 사회 재혼을 한 부부와 그 자녀들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혼이라는 상처를 겪은 신자들이 성사생활을 포함한 신앙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교회사 안에서 성체성사의 모습은 역사적인 발전을 해왔음을 지적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사실 성찬례의 적용이 유연했습니다. 지금은 죄인, 비영세자는 성찬례에 참석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미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영성체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성체를 받아서 집에 모셔 두고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영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성체성사는 의인에 대한 포상이 아니라, 죄인들에 대한 치유의 거룩한 약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성체성사에 대한 신학적 사고를 유연하게 한다면, 지금의 영성체 허용 규정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이번 시노드는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의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강 : 최종 보고서 84항과 85항의 관련 내용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사실은 주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의안집에는 분명하게 이분들의 영성체 허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담겨 있었는데, 이번 총회 보고서에서는 삭제된 점은 아쉬운 일입니다.

모든 이혼 후 재혼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일반적 원칙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자기 탓이 아닌 이혼, 혹은 도저히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이혼 후 자녀 양육 등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재혼을 한 분들에 대해서는 신중한 식별을 통해서 선별적으로, 혼인무효판결 없이도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 교구장의 결정으로 사례별로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기간을 거쳐서, 충분히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새로이 신앙생활을 하기 위한 기도의 시간을 거쳐서 영성체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찬반이 상당히 많이 엇갈렸습니다. 결국 최종 문서 작성 위원회에서는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보속의 과정을 거쳐서 영성체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취지와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교종께서는 주교들의 뜻을 충분히 고려하고 심사숙고해서 새로운 교회 공식 지침인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실 것이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실 것입니다.


▲ 주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많이 보였는데, 이른바 진보적 주교와 보수적 주교들 간의 긴장감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강 : 교종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여러 가지 서로 다른 많은 의견들이 있었는데, 모든 주교들의 논쟁과 토론이 반드시 선의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교종께서는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태도에 대해서 질책하기도 하셨지요.

시노드 개막 때에도 그러셨지만, 폐막에 즈음해서도 또 다시 참석 주교들에게, 아무리 의견과 생각이 달라도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대결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엄정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시노드에서는 자신의 모습, 의견,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안에서 교회의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나가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 이번 시노드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접근에 있어서 기조의 전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강 : 분명히 시노드는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혼인과 가정을 거룩한 부르심, 성소로 파악했습니다. 이번 시노드는 남녀간의 결합이라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혼인과 가정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혼인과 가정 안에서의 사랑은 영원한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고 인간 사이의 관계 안에서 그것을 체험하고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혼인과 가정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번 시노드의 핵심입니다.


▲ 그렇다면, 이번 시노드 결과가 특별히 한국교회의 가정과 가정사목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 강 : 많은 시사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히 소명으로서의 혼인을 위한 충분한 양성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10여 년의 양성 기간이 필요합니다. 결혼 생활은 사제 성소 못지 않은 거룩한 부르심, 성소입니다. 그만큼 준비와 양성이 필요합니다.

혼인 준비가 외국에서는 대개 3~6개월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불과 하루 이틀로 끝납니다. 이는 결혼을 성소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목적으로 거의 포기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혼인을 성소로 여긴다면 준비와 양성이 대폭 강화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혼이 초기 3~4년에 집중되기 때문에 혼인 후 수년 동안의 사목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모범적으로 오래 결혼 생활을 해온 부부가 이들 신혼 부부의 안내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 상대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강 :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입장 변화는 없습니다. 물론 동성애의 성향을 지닌 이들도 교회의 일원이고 교회 공동체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점은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동성애 자체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이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둔 가족 공동체의 맥락에 대해서 최종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도 가정의 구성원이고 따라서 이들을 함께 끌어안고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바뀌지 않는 입장입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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