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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화가 나면 늘 집을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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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23 ㅣ No.1089

[박예진의 토닥토닥] (32) 화가 나면 늘 집을 나갑니다 (상)

 

 

남편과의 갈등으로 자주 집을 나가는 영희씨의 이야기입니다. 영희씨는 남편과 싸우는 일이 빈번합니다. 남편의 과다한 음주와 잦은 폭력 때문입니다. 집안의 경제적 부분까지도 영희씨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일로 인해 귀가 시간이 늦고, 몸도 천근만근 지치고 피곤하다 보니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돌볼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매가 서로 의지하고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아들은 아빠를 닮아 그런지 화가 많고 소리를 자주 지르며, 동생에게 윽박지르곤 합니다. 딸은 손톱을 자주 깨물고 오빠를 무서워합니다.

 

영희씨는 남편이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찜질방에 가서 선잠을 자고 새벽녘에야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4년을 살다 보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6개월 전에는 집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었습니다. 영희씨는 현재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집에 남은 아이들을 남편이 잘 건사할 리 없지만, 영희씨는 자기 한 몸 돌보기에도 벅차 아이들 만나는 것도 힘이 듭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얼굴 보는 게 다입니다.

 

영희씨의 이러한 빈번한 가출은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은근히 오빠와 동생을 편애했습니다. 자신에게만 이런저런 일을 시켰고, 영희씨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상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깜깜한 밤이면 집을 나오곤 했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찾으러 오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밖에서 한참 울다가 지치고 무서워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침에 야단맞기 일쑤였지요. 그렇더라도 화가 나면 집을 나오고 보는 영희씨의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날로 들어갈 때도 있지만, 친구 집에서 며칠씩 자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집을 나오면 답답함이 덜했으니까요. 오래 집에 안 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이렇게 자신이 속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요.

 

일반 긴장이론을 내세운 로버트 애그뉴는 “일상생활에서 기대만큼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학업 스트레스, 부모 및 또래와의 불화 등의 부정적 자극으로 인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이를 해소할 방안의 하나로 가출을 선택한다”고 보았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가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불안정한 정신 건강과 일탈 경험 등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부모의 양육 태도, 가족의 갈등, 주변의 무시, 우울 불안 등이 있지요.

 

영희씨의 경우 빈번한 가출에도 가족의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돌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외롭고 소외된 감정을 느낍니다. 이러한 감정은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끼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게 됩니다. 자연히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관계를 회피하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낮아져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더 노출시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억울하고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있나요? 순간적으로 마음의 평안은 얻을지언정 본질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제 영희씨는 성인입니다. 자기뿐만 아니라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행동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부분은 다음 주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8월 21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33) 화가 나면 늘 집을 나갑니다 (하)

 

 

지난 주에 이어서 남편과의 갈등으로 자주 집을 나가는 영희씨의 사례를 다뤄보겠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있음에도 영희씨는 현재 혼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의 과다한 음주와 잦은 폭력으로 싸우는 일이 빈번했던 영희씨는 그럴 때마다 집을 나왔고, 이제는 아예 집을 나와 따로 사는 것을 택했습니다. 영희씨는 어릴 때에도 엄마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답답하고 서러우면 집을 나오곤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 뒤에는 누군가 나의 아프고 서러운 마음을 봐주길 원하는 욕구가 숨어 있습니다. 집에서 나왔을 때 누군가 찾으러 와주길 바라거나, 집에 돌아갔을 때 “어디 갔었어? 힘들 텐데 밥부터 먹어”와 같은 따뜻한 말을 듣고 싶은 것이지요. 즉 영희씨의 빈번한 가출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저항 표현입니다. 억압된 감정이 쌓이면서 행동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억울하고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있나요? 순간적으로 마음의 평안은 얻을지언정 본질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희씨의 이러한 행동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들은 빈번하게 소리를 지르고, 딸은 손톱을 자주 깨무는 행동을 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제공받지 못한 나머지 불안하고 긴장하여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부모의 가출’을 경험한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부모의 가출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을까 봐 거절을 잘 못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어느 정도까지만 관계를 유지하고, 깊은 사이가 될 것 같으면 관계를 끊는 것이지요. 영희씨의 자녀들도 자주 가출하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 느끼고 ‘좌절’을 느끼고 있을지 모릅니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힘들고,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생은 영희씨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발달단계에 따라서 부모의 존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과 성장에 도움을 받습니다. 영희씨에게 그렇게 가출을 하면서도 결국 왜 집으로 돌아왔는지를 물었더니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고 가정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엄마로서의 역할 때문에 자신과 다소 건강하지 못한 형태의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위해서도 자녀들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영희씨에게 적절한 자기돌봄을 할 것을 권유합니다. 현재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자신이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남편의 폭력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영희씨도 자녀도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합니다. 영희씨가 집을 나온 후, 남편이 자녀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폭력과 빈번한 가출은 더 해로운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앞으로 우리 가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함께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한계를 이해시키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러한 솔직함이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은 어떠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함께 고통을 넘어 행복을 짓는 공동체이니까요.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8월 28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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