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겸손] 내가 더 낫다? 아니, 내가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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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26 ㅣ No.538

[오늘의 말씀] “내가 더 낫다? 아니, 내가 더 낮다!”

 

 

오래전 TV에서 한 실험을 보았습니다. ‘신호대기 후 출발 신호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차가 출발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기다렸다가 경적을 울리는가?’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과연 앞차가 대형차인가, 소형차인가에 따라 기다려주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였습니다. 결과는 대형차를 앞에 두고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기다리는 반면, 소형차의 경우 신호와 함께 출발하지 않으면 바로 경적을 빵빵거리며 울려대는 것이었습니다. 차의 크기를 통해서 저 사람은 나보다 경제적으로 못하다는 판단과 함께 쉽게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거침없이 경적을 울리게 한 것입니다. 외적인 차 크기를 가지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모습이 보기 민망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야기하시는 바리사이는 자신보다 하느님 계명에 충실하지 못한 이들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득히 담아서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그들을 밟고 올라가 하느님 앞에 자리 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합니다. 그것이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렇게 비교해서 너와 나의 차이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로 타인을 쉽게 업신여기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속된 우리와는 전혀 다른 하느님의 모습을 알려줍니다. 

 

“주님께서는 심판자이시고 차별대우를 하지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 그분께서는 고아의 간청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과부가 쏟아 놓는 하소연을 들어주신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차별 없이 우리 모두를 받아주시는데 그 아래 너무나 작은 인간들이 서로 내가 잘났다며 조금이라도 못한 이들을 업신여긴다면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닮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차별 없이 모든 이를 대하신다면, 우리 역시 어떤 형제가 돈이 없다고, 학식이 부족하다고, 성덕이 얕다고 그 어떤 누구도 업신여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오늘 복음의 세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자비를 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 

 

[2013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인천주보 2면, 백순기 힐라리오 신부(김포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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