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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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아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성공하는 삶 강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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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30 ㅣ No.313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7)

 

 

[질문] 아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성공하는 삶 강조했는데…

 

최근 50대에 접어들었는데, 새삼 삶을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우리 아들이 착하게 살길 바라지만, 각박하고 경쟁률이 치열한 사회 안에서 이웃을 위해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살라는 말이 도대체 나오질 않습니다. 저는 청년 시절엔 민주화 투쟁 등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실제는 정작 사회적 성공을 향해 달리는데 더욱 빠져 있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진 못했습니다. 이후 이른바 잘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해 꽤 괜찮다고 평가하는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면서 살아왔고, 외아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그러한 성공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는 아들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사회적인 성공이 필요하다고, 물질적 안정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인지, 아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조언을 해야 할지 저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 나이에,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하지요?

 

 

[답변]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 행동으로 보여주길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라마가 그의 ‘행복론’에서 한 말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늘 행복과 불행의 어느 지점에 서 있습니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 완전한 행복에는 이를 수 없다는 뜻이지요. 청년 시절에는 민주화 투쟁 등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온 것 같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하나뿐인 아들이 돈과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메마른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닌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성장해 갑니다. 그래서 의사 아버지의 아들은 ‘의사놀이’를 많이 하면서 놀고, 장군의 아들은 ‘군인놀이’를 잘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요. 그만큼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한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질문자는 사회적 성공만을 향해 달려오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이 살아온 세월 동안, 아들도 은연중에 경쟁에 이기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물질적인 것에 행복이 있다는 가르침을 받아온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해도 아들만은 바르게 살기를 원해온 부모로서, 아들이 너무나 메말라 간다는 느낌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라 여겨집니다.

 

아들이 현재 몇 살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제는 조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을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교황께서는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죄와 슬픔, 내적 공허와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기쁨이 끊임없이 새로 생겨납니다.”(「복음의 기쁨」, 1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현대인이 직면한 여러 가지 도전들을 말씀하시면서,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하셨지요. 이것이 바로 사회적 불평등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삶의 목표를 다시 조정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시작해 보십시오. 그렇게 되면, 아들도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에서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신앙인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길인지를 다시 찾고, 그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들의 삶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먼저 지금까지 나 혼자만을 위해서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는데서 오는 행복과 기쁨을 자신이 먼저 체험해야만 합니다. 성탄 때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양로원이나 독거노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남을 짓밟고 경쟁 위주의 삶, 물질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서, 아들에게 말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십시오. 그것이 아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이 되리라 믿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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