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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어렵게 얻은 정규직인데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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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9 ㅣ No.317

[신앙과 심리] 어렵게 얻은 정규직인데 떠나고 싶어요

 

 

사회초년생인 그녀는 매우 지쳐보였다. 힘없는 목소리와 피곤한 얼굴. 눈에 생기도 없고 톡 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어렵게 얻은 기회라 생각하고 인턴과 비정규 직원으로 2년간 열심히 근무하였으나 결과로 주어진 정규직 입사가 기쁘기는커녕 떠나고 싶고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상담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프로이드는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일과 사랑으로 이 두 가지를 갖게 되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했다. 사랑과 일은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도 한다. 인기작가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이렇게 힘든 까닭은 일과 사랑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고 인류 역사상 이렇게 기대가 큰 적은 없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생존을 위하여 일을 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오며 일로 생계수단인 돈도 벌고, 창의적이고 재미도 있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인정받으려 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다수 부모들이 자녀들의 직업으로 권하는 것이 모두 자랑할 만한 직업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힘 있는 직업을 가지려는 것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로 볼 수 있다.

 

현재 꾸준히 증가하는 고학력자 수에 비해 원하는 일자리 수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이른바 ‘9포 세대’라고 불리는 한국의 청년들. 소위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취업은 힘든 현실이고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들어간 소수의 청년들도 그냥 안정적이고, 대기업이라서, 전망 좋은 직종으로 인정한다는 이유 등으로 열심히 준비하지만 막상 일하면서 회의감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실에 온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는 취업자들에게 인기 있는 직장 순위 안에 들어있는, 많은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그녀는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순간을 위하여 2년간 열심히 근무했으나 그간의 스트레스로 좌절과 무기력 그리고 우울증이 심해지고, 정작 정규직 사원증을 받게 된 때는 근무의욕을 상실한 소진(burnout)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녀를 돕기 위해 그녀가 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 혹은 역기능적인 사고를 자각하도록 도왔다. 자신이 인정받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실수와 지적에 민감하고 스스로 심한 실망감을 느끼며 만회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며 살았다. 평가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준다는 생각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여 소진상태가 되었다. 감수성 훈련을 하며 실수해도 괜찮고 거부해도 괜찮은 것을 경험하는 시간이 지나자 타인 중심의, 주체성 없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되었고 서서히 주도적으로 변화해 갔다. 자신에 대한 긍정성을 회복하는데 장점 찾기와 감사 찾기를 하였고 그것이 회복탄력성의 요인인 자기조절 능력과 대인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긍정심리학에서는 역경을 딛고 일어나 더욱 크게 성장하는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경제 최우선의 정책과 가치관 그리고 경쟁에 밀려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회복탄력성이 빛을 잃어가고 마음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 작은 일에 대한 감사 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이다. 뉴스에서 접하는 인기 연예인이나 지도층 인사의 일탈행위도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오는 감정적 붕괴 또는 탈진상태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의 만성적인 스트레스,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 학부모, 주부, 직장인, 취업자, 생계형 노인의 스트레스는 높은 자살률과 낮은 행복도로 나타난다.

 

가족상담 전문가 최성애 박사는 우리 모두 말과 글을 배우듯 어려서부터 회복탄력성을 배운다면(회복한다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물론 뜻밖의 시련이나 역경도 이겨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아니라 활력 있고 생동감 있고 즐겁고 진정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능력,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다. 가난과 신체적 · 성적 학대 경험을 딛고 토크쇼의 여왕으로 성공한 오프라 윈프리, 교통사고로 몸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많은 연구와 활동을 하는 이상묵 서울대학교 교수, 화상을 극복한 이지선, 행복 전도사 닉 부이지치 등 그들의 삶에서 공통적인 특징은 높은 회복탄력성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근력, 회복탄력성은 시련이나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이 건강하도록 도와주는 기초 체력과 같다.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감사하는 생활과 운동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시켜준다. 잠들기 전에 그날의 감사할 일을 다섯 가지 이상 쓰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신체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메일 uli9942@hanmail.net

 

[외침, 2016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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