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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직면해서 조율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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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25 ㅣ No.1086

[박예진의 토닥토닥] (29) 직면해서 조율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이번 주에는 고부간의 갈등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던 은희씨는 아들이 결혼하면서 분가하려는 것이 섭섭합니다. “층층시하에서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때가 되었다고 집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는 걸까? 예비 며느리가 원한 건가?” 은희씨는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40년 넘게 삼시세끼를 차리며, 시댁의 모든 제사와 크고 작은 행사를 도맡아 하느라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아들을 낳고서는 “어멈이 고생한다. 이제 밥은 하루에 한 끼만 차리거라” 해서 혼자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어머니가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은희씨를 “애쓴다”며 인정해주고, 은희씨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은근히 자랑도 해주며 시부모와 사는 삶이 고돼도 참을 만했답니다. 다만 이제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요양원에 모실까 싶은데, 남편의 눈치도 보이고 그간 시어머니가 보여준 정도 있어서 ‘조금만 참자’ 하면서 버티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가하려는 아들이 곱게 보일 리는 없겠지요.

 

전통 가족에서는 이런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 각자의 역할과 의무가 강조되었다면, 현대 가족에서는 부부 중심적인 생활을 원합니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역할에 반발하고 저항하기도 하죠. 그런 만큼 고부 관계도 무척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은희씨와 같은 삶을 며느리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고부간 갈등은 당사자 간 문제, 성격 차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차지하는 이혼 사유이기도 합니다.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여성의 경제적인 여건 및 자기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맞벌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대한다면 남는 것은 갈등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딸자식에게 “시집살이해라” 하고 말하는 부모는 하나도 없습니다. 부모로서 새로운 인격체를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내와 존중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만큼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도 변해야 합니다. 아들은 아들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입니다. 내 손으로 키운 자식 속도 모를 때가 많은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며느리는 오죽할까요? 이제 ‘우리 집으로 시집온다’는 생각은 버리고, 아들의 동반자로 인정해주고 다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들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도록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동안의 살아온 관성이 있는 만큼 며느리가 일한다는 이유로 집안 살림을 잘 못 한다거나 집안 행사에 참여를 못 한다거나 아이 양육에 소홀한 것처럼 느껴지면 불만이 생기고 한소리 보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아들 가족의 마음과 물리적 경계를 잘 유지하고, 그들의 선택을 수용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필요합니다.

 

가족 치료의 선구자인 머레이 보웬에 의하면 “인간관계는 서로 독립적으로 개별화를 원하면서도 의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루는가”(1976)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개별적이면서도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에도 공감적으로 반응하고, 자율적이고 객관적이며, 타인과 자신의 심리적·정서적·물리적 경계를 잘 유지합니다. 이를 위해 갈등을 멀리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직접 반응하면서 조율해야 합니다. 조화롭게 어울리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며느리로서 내가 살아온 삶을 나의 며느리에게 투영하고 보상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며느리로서 이해받고 싶었던 지점을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것이 변화할 것입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24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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