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연중 23 주일-가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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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2-09-06 ㅣ No.368

연중 제 23 주일 (가해)

  에제키엘 33,7-9  로마 13,8-10   마태 18,15-20

 2002. 9. 8.

주제 : 이웃에 대한 내 책임의 한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9월 순교자 성월의 두 번째 주일입니다.  이제는 가을을 향해서 바쁘게 가는 때가 되었습니다.  서울을 출발해서 논과 밭을 가까운 데서 볼 수 있는 이곳으로 오면서 느낀 것의 하나는 ‘사람이 애쓴 만큼 자연은 사람에게 보답’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에 통하는 불변의 법칙이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당연한 말도 한참을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아는 ‘발전(發展)’이라는 말은 참 좋은 것입니다.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옛날에 교육받았고 그렇게 발전해야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리는 알아왔습니다.  힘든 일도 그 힘을 덜 들이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기계를 이용할 줄 알게 되는 것도 발전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느껴보니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던 ‘발전(發展)’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발달한 문명의 발명품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으면 힘은 덜 들이고 생산량이 많게 할 수도 있고 먼 거리를 움직이는 때도 힘을 덜 들이고 시간을 절약하기에 삶에 여유는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좋은 결실을 누리는 일에 우리가 원하지 않던 공해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내가 편리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생긴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 내게 혹은 내 이웃이나 후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옳게 살아가는 삶의 방법은 어떤 일일까 생각하게 하는 것이 오늘 하느님 말씀의 주제입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와 복음에는 나 혼자 잘 살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내 이웃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모습에 내 책임도 함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이웃들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세상에서 오늘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과 그 뜻은 부담스러운 내용입니다.  이웃이 잘못하는 것을 보고도 그냥 내버려둬도 내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새기려는 우리 신앙인들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웃들의 잘못을 보고 지적하는 일이 때때로 내 목숨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의 모습인데 하느님은 그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시겠습니까?

 

세상은 개인들이 모여서 사는 것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삶을 한 곳에 모은다고 해서 공동체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 혼자 잘 산다고 나 혼자 행복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내 움직임이 내가 아는 사이 혹은 모르는 사이에 이웃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니, 결국 세상은 단순히 개인이 모인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공동체라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은 요즘 시대에 이기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으로 봐야 할 일입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세상, 내가 하는 일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누군가가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때 내가 반응하는 방법이 곧 나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별하여 삶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만물(萬物)’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하느님이 생명을 불어넣어주신 모든 것을 가리키는 낱말이고, ‘영장(靈長)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람’을 이르는 말

’이라는 말은 최고의 존재 즉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특별하게 보고 싶어 사용하는 말이고, 그 말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가치를 높이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세상의 사람들이 그 말에 합당하게 살고 있는지는 따로 판단해봐야 합니다.

 

사람이 진정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좋은 길로 이끌도록 나서야 하기도,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삶의 지침에 대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아량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때때로 우리 삶을 잘못 이끄는 욕심을 올바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뜻을 이용하여 표현한다면, ‘남에게 해야 할 의무인 사랑’을 실천하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화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서는 때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때가 모든 사람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듣는 하느님 말씀의 의도에 따라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때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나는 그 행복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지내며, 우리의 성인들이 보여주셨던 삶의 모습을 기억하고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성인들이 살아있는 공경을 받는 것은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열매를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잠시 마음을 모아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한 성인들의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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