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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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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9 ㅣ No.1085

[박예진의 토닥토닥] (28)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요

 

 

이번 주는 화장실 가는 문제 때문에 고민인 영희씨의 이야기입니다. 영희씨의 고민은 이렇습니다.

 

“저는 성인이 된 지금도 밖에 나가면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요. 꼭 화장실에 가야 할 때면 잘 아는 장소나 깨끗한 곳을 먼저 찾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갈 계획이 있으면 화장실 위치를 먼저 파악해두기도 해요. 밖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고, 신경을 써서 집에 올 때까지 참아요. 그러다 보니 외출하는 것이 힘들어요. 웬만하면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면 신경이 매우 곤두섭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집 밖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아이는 보통 생후 1~3년쯤에 쑥쑥 성장하고 발달합니다. 뒤뚱거리며 걷는 것부터 시작해 능숙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몸짓으로 의사 표현하던 것을 언어로 할 수 있게 되지요. 이때 부모는 아이가 제때 변을 가릴 수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좋은 배변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무척이나 신경을 씁니다. 그로 인해 자율성이나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되니까요. 아이가 스스로 배변을 하는 것은 “아이의 모든 것이 부모의 책임에서 아이에게로 옮겨 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Freud, 1963) 그러면서 아이는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도 키우게 됩니다. 이때의 충동 조절에 대한 성취감은 향후 발달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영희씨는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영희씨는 부모님이 모두 직장 생활을 해서 조부모님과 같이 살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시부모님에게 아이로 인한 폐를 덜 끼치기 위해서 퇴근 후에는 항상 아이가 변을 보았는지 점검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습관을 들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변을 본 후에는 꼭 비누로 뒤처리를 해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지요. 이는 집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반복되는 생활방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희씨는 학교에서도 화장실에 줄이 길거나 지저분하면 집에 올 때까지 꾹 참았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집에 오는 중에 실례라도 하면 친구들이 봤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뛰어왔습니다. 이러한 습관은 단순히 외출을 자제하는 것 말고도, 자신감과 친구 관계에서 심리적 부담이 되고 활동 반경까지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영희씨의 신체·심리적 부담감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맡은 일은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고, 항상 깨끗하고 완벽하게 처리를 해야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주어진 일을 제때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뭔가 잘못하고 실수한 것 같아서 불안한 것이지요. 영희씨의 일상은 늘 긴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어릴 때의 혹독한 배변훈련은 이제 없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자신에 의한 배변훈련, 이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대안도 있습니다. 실수해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혹독하게 자신을 훈련하면서 이룬 일을 헤아려보세요. 그리고 부모와 나로부터 훈련을 견디고 버텨 온 자신을 격려해보세요. 그저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살아온 ‘나’이니까요.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17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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