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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드리는 글: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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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999-07-02 ㅣ No.26

김수환 추기경은 1999년 6월 29일 오후 6시 30분 여전도회관에서 있은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 3주년 행사에서, 축사를 통하여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셨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 최근에 들어와 남북간에는 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서해에서 일어난 해군함정 무력충돌로 남과 북은 모두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북경에서의 남북 차관급 회담은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이 억류되고, 급기야는 관광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지금까지 너무 오랫동안 남북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하며 지내왔고,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교류가 부족한 것에 이유가 있겠습니다. 남북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민간차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종교계와 사회단체에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을 따듯한 동포애로 도와주고 더 나아가 교류와 협력을 활발히 이루어 나간다면 남·북간의 불신과 증오를 없애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2. 아직도 북한 땅에서는 동포들이 굶주리며 고통스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먹을 것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은 우리 민족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북한 동포들은 일제시대 때에도 한국전쟁의 시기에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유엔 人道지원국의 보고에 의하면 함경남북도와 같이 산악지대가 많은 지역은 특히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렵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식량난이 계속되다 보니 북한의 어린이는 성장이 정지되고 정신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합니다.

 

한 민간단체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중국을 떠돌고있는 북한 식량난민은 최소한 14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단지 굶지 않고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와 남의 나라 땅에서 유랑걸식을 하는가 하면, 여성의 경우는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에 인신매매까지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합니다.

 

3.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핏줄에 대한 정이 매우 강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어린 자식들의 배를 조금이라도 채워주려고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주다 보니 노약자들부터 먼저 굶어 죽어가고 있다합니다. 우리는 이런 참상 앞에 속수무책인양 가만히 있는 것입니까? 최근의 북쪽 지도자들의 所行이 밉다하여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할 것입니가? 그러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참으로 암담합니다. 먹을 것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사랑을 나눌 때 희망이 생겨나고 생명이 살아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는 나라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경제, 정치, 남북관계 모두가 참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나누려고 하지 않으니까 정신이 메말라가고 사회공동체가 무너지고 민족공동체가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은 우리가 이웃과 특별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녘 동포와 함께 사랑을 나눌 때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어떤 전제조건이 있을 수 없습니다. 북녘 동포는 우리 핏줄입니다. 통일이 되면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동포입니다. 굶주리는 북녘 동포를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바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남과 북을 화해시키고 협력케 하여, 한반도가 21세기에는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 다시 북한동포돕기운동을 통해 7천만 동포를 하나되게 하는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1999년 6월 29일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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