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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자비의 특별 희년 (3) 순례와 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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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0 ㅣ No.334

[자비의 특별 희년] (3) 순례와 전대사


순례길 걸음마다 자비와 은총이



“성년에 하는 순례는 특별한 표징입니다.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길을 가는 순례자입니다. 모든 이는 로마나 세상의 다른 곳에 있는 성문을 향하여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를 하여야 합니다. … 순례는 회개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문을 지나가면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싸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하시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힘써 노력할 것입니다” (「자비의 얼굴」 14항).


순례는 성년의 ‘특별한 표징’

자비의 희년을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순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성년의 ‘특별한 표징’이라며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의 길에 나서라고 권한다.

어떤 사람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있는 자비의 문을 지나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순례하기 위해 로마로 순례를 떠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다지 멀지 않은 주교좌성당이나 교구장이 지정한 순례지 성당에 찾아가 전대사의 은혜를 청할 것이다. 로마든 자신이 속한 주교좌성당이든 중요한 것은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순례는 세속을 떠나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 회심하고, 마침내 변화된 모습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번 희년뿐 아니라 2000년 교회 전통 안에서 자리 잡은 모든 형태의 순례가 모두 그렇다.

순례는 세속적 삶의 안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원의가 있어야 한다. 또 농부가 봄 농사를 위해 겨우내 얼었던 땅을 갈아엎듯이, 돌같이 굳은 마음을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에제 36,25-27)으로 바꾸고자 하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주님 말씀과 신앙의 진리가 살아 숨 쉬는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이 참다운 순례다.

교황은 자비의 희년 순례가 특별히 회개의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고, 나아가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면 회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순례 사목에 종사했던 이탈리아의 카를로 마차 신부는 저서 「순례 영성」에서 “순례를 떠나는 이는 깊은 영적 변화와 내적인 악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며 순례를 회개 여정을 가르쳐주는 길이라고 정의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는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가는 탕자의 마음으로 희년 순례길에 오를 것을 권한다. “탕자가 아버지 집을 향해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걸으며 인생이라는 나그넷길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성지에 이르면 헐벗은 거지꼴로 돌아온 탕자를 향해 달려가서 목을 끌어안고 반가워하시는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사(大赦), 곧 그동안 지은 죄에 따른 벌을 완전히 벗겨주는 은총을 받게 될 것이다”(10월 16일 자비의 희년 맞이 대강연).

순교 성지가 많은 서울대교구와 수원교구, 대전교구 등은 이런 취지로 성지 여러 곳에 희년 순례지 성당을 지정했다. 순교 성지에는 되도록 천천히 걸어서 가는 게 좋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는 순례자들처럼 말이다. 그래야 신앙 선조들의 죽음과 아울러 이 땅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히브 13,14)이 없다는 진리를 묵상할 수 있다. 이 진리 앞에서 자신의 길든 습관, 소유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벗어 내려놓으려면 느리게 걸어야 한다.


전대사의 은총을 얻으려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희년의 은총 중 하나다. 대사는 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아도 지은 죄에 따르는 벌은 남아 있는데, 그 잠시적 벌(잠벌, 暫罰)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번 희년에 대사를 받으려면 교황 권고대로 회개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의 표시로 주교좌성당이나 교구장 주교가 지정한 성당들, 또는 로마의 4대 대성전에 있는 성문으로 순례해야 한다.

자비의 문이 열려 있는 순례지와 전통적으로 대사를 얻도록 지정된 희년 성당에서도 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때 고해성사를 보고 성찬례에 참여하며 자비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사 거행과 더불어 반드시 신앙 고백을 해야 한다.

교황은 병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성문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도 대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하느님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기에 감옥에 갇혀 있는 수인조차도 하느님 자비에서 제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질병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 안에서 주님께서 가까이 계시다는 체험을 한다면 그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라도 미사 성제와 공동 기도에 참여하면서 믿음과 희망으로 이 시련의 때를 살아가는 것도 그들이 희년 대사를 얻는 방법이 됩니다. 수인은 감방 문지방을 넘어갈 때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기도를 드린다면, 그 또한 성문을 지나가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대사에 관한 교황 서한).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김원철 기자]

 

 

교구별 희년살이와 희년 순례성당 및 성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聖門)을 열어 자비의 특별 희년 개막을 선포했다. 한국 교회 대다수 교구도 13일 주교좌 성당의 성문을 열고 본격적인 희년 살이에 들어갔다.

전국 교구는 희년 기간 신자들이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고 전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먼저 신자들이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상설 고해소를 개설하는 한편 자비의 특별 희년 순례 성당 및 성지를 지정했다. (표 참조)


또 교황청이 준비한 주요 행사 일정에 맞춰 다채로운 희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교구별로 눈에 띄는 희년 일정을 모아봤다.

참고로 주교회의 누리집(www.cbck.or.kr) 초기 화면에 있는 ‘자비의 희년’ 소개 방에 들어가면 교구별 순례 성당 위치와 상설 고해소 현황을 비롯해 자비의 특별 희년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18일 명동대성당 마당에 특별 고해소 30개를 설치하고 젊은이를 대상으로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또 별도로 제작한 ‘자비의 희년 기도문’과 함께 본당에서 강론이나 공지사항 시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황 칙서 「자비의 얼굴」 요약본을 배포했다. 병인박해 포고령의 날인 2월 23일에는 병인박해 관련 성지인 서소문ㆍ새남터ㆍ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성문 개방 예식을 거행한다.

대구대교구는 ‘생명사랑 장려금’(가칭)을 신설하고 다자녀 가정을 지원한다. 또 본당의 교구 납부금도 탕감해주기로 했다. 본당 사제들에게는 신자들의 밀린 교무금을 탕감해 줄 것을 권고했다.

광주대교구는 희년 전반에 걸쳐 ‘자비의 희년 공소 순회 피정’을 실시한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희년 기간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매월 한 명씩 도움이 필요한 이의 사례를 소개한 뒤 신자들의 자선과 봉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인천교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전대사를 얻기 위한 9일 기도’ 책자를 발간하는 한편 신자들에게는 판공성사와 참회예절을 위한 자비의 특별 희년 자료를 제공한다. 또 지구별로 고해성사의 날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전교구는 교구 자비의 특별 희년을 시작하면서 8일 교구 시노드에 돌입했다.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 3년간 교구 공동체의 쇄신과 변화를 위해 교구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함께하는 여정’(시노드)에 들어간 것이다.

청주교구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자비의 특별 희년 특강팀을 꾸려 1일 피정이나 특강 방식으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신학적으로 설명하고 하느님 자비의 체험을 들려줄 계획이다.

춘천교구는 교구 성당과 사적지 순례를 돕는 ‘본당 순례 수첩’을 펴냈다. 수첩은 춘천교구 60개 성당과 5개 사적지 소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한 자비의 실천 방안과 기도문, 춘천교구 순교자 시복시성 기원 기도문, 선교를 위한 기도문 등을 담았다. 순례 소감을 적고 확인 도장을 적는 난도 마련했다.

원주교구는 원동주교좌성당에서 매달 첫 목요일 저녁 미사 후 성체현시와 성체강복을 한다. 또 매주 금요일 오후 3∼5시 상설 고해소를 연다.

전주교구는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성음악제’를 11월 20일과 29일 전주 중앙성당과 익산 솜리 예술회관에서 각각 열었다. 일반 신자들을 위한 「자비의 얼굴」 강독 자료를 냈으며, 교황청에서 발표한 자비의 희년 공식 성가를 한국어로 녹음한 MP3 음원을 배포하는 등 사목 일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공급하고 있다.

안동교구는 희년 과제로 ‘아버지 품을 떠난 작은아들 찾기 운동’에 나선다. 신자들이 먼저 하느님 자비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교회를 떠나 이산가족처럼 살고 있는 냉담교우들이 자비를 체험하고 돌아오게 하자는 취지다.

군종교구는 희년 기간 신자들이 미사 전후에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자비의 특별 희년 기도문 상본을 제작해 본당에 배포한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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