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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살레시오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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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24 ㅣ No.644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살레시오 수녀회 (상)


전 세계 소녀들 향한 교육 사명 닻 올려

 

 

- 1864년 요한 보스코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의 첫 만남을 담은 벽화. 살레시오수녀회 제공.

 

 

1872년 8월 5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인근 모르네세(Mornese)에서는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Maria D. Mazzarello, 1837~1881)를 포함한 11명 젊은 여성들의 수도 서원식이 거행됐다. 살레시오 수녀회(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의 탄생이었다.

 

당시 공업도시 토리노는 산업화로 도시 집중 현상이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요한 보스코(Giovanni Bosco, 1815~1888)는 1859년 창립한 살레시오회를 통해 산업 현장에 내몰리는 어린 노동자들과 수많은 소년을 위해 폭넓은 사도직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비오 9세 교황 등 각계 인사들은 사도직을 어려운 소녀들 대상으로도 넓힐 것을 권유했고, 성인은 소녀들을 위한 수녀회 창립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를 위한 동반자를 필요로 하던 그에게 하느님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를 준비시키시는 섭리를 드러내신다.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모르네세에서 요한 보스코 성인을 만나기 전에 이미 친구와 함께 마을 소녀들을 위한 양재소를 열어 바느질을 가르치고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교육했다.

 

그러던 중 1864년 모르네세를 방문한 성인을 만나게 된다. 이때 성녀는 요한 보스코 성인이 지닌 성덕을 직감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성인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대열에 들어섰다.

 

살레시오 수녀회의 출범은 전 세계 소녀들을 향한 교육 사명의 닻을 올리는 계기였다. “청소년들을 위하여 한 모든 일이 성모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한 성인은 새로 탄생한 수도회를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로 지었다. 성모님께 드리는 ‘살아있는 감사의 기념비’라는 의미였다.

 

수녀회 초대 총장을 맡았던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이로써 공동 창립자로 불리게 된다. 성녀는 청소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을 여성 고유의 스타일로 충실하게 창의적으로 재해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살레시오 여성 수도자를 키워내는 훌륭한 어머니로 자리매김했다.

 

수녀회는 창립 2년 후인 1874년 첫 분원을 개설했고 5년 후인 1877년에는 우루과이에 첫 선교사를 파견하는 등 초창기부터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청소년 교육 사명의 행보를 보였다. 급속한 수도회의 발전은 하느님만을 선택하려는 성녀의 노력과 소녀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의 한 알의 밀알과도 같은 삶은 아메리카로 파견된 수도자들에게 전수됐고, 라우라 비꾸냐 복녀 선포는 그들 활동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대표한다.

 

수녀회는 2019년 현재 5대륙, 96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회원 수는 1만1791명에 달한다. 성 요한 보스코와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의 마음으로 청소년 전인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들은 특별히 현대에 들어오면서 아동과 여성, 난민 미성년자와 이주민 자녀 등 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최전선에서 교육 사명 실천에 헌신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0년 5월 24일, 이주연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살레시오 수녀회 (중)


하느님께 받은 자질 발휘하도록 교육

 

 

살레시오 수녀회를 세운 성 요한 보스코. 살레시오 수녀회 제공.

 

 

살레시오 수녀회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그 영성과 교육 철학은 요한 보스코 성인의 예방 교육으로 정리된다.

 

예방 교육은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마태 11,29)하며, 착한 목자(요한 10,7)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도움이신 마리아의 모성적 배려를 모델로 하는 사목적 사랑으로, 청소년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질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고 그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 교육 영성이다.

 

아홉 살 때 꿈속에서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요한 보스코 성인은 사제가 되자 ‘나에게 영혼을 주고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Da mihi animas cetera tolle)는 구절을 삶의 모토로 선택했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를 주보로 한 오라토리오를 세우고 가난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도직을 시작한 성인은 이런 정신 아래 살레시오 수녀회를 설립했다. 또 자신이 창립한 오라토리오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협조자들을 찾아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회를 세웠다. 선량하고 열심한 남녀 평신도들과 함께하는 살레시오 협력자회도 만들었다.

 

수녀회 공동 창립자인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비록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가정과 본당에서 받은 신앙 교육을 바탕 삼아 견실한 신심, 지칠 줄 모르는 활동, 탁월한 상식, 깊은 판단력을 길렀다. 이미 열다섯 살 때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딸 신심 단체에 들어갔으며 마을 소녀들을 대상으로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다.

 

- 성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젤로. 살레시오 수녀회 제공.

 

 

스물세 살 되던 해 장티푸스를 앓았던 경험을 통해 그녀는 연약한 피조물로서의 현실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새로운 지평에 도달했다. 하느님께 더욱 의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재소(洋裁所)를 열어 일과 기도, 그리고 하느님 사랑 속에서 소녀들을 교육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을 만나기 전이었다. 성인을 알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성인과 같은 사도직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요한 보스코 성인과의 만남, 그리고 수녀회 설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녀는 수도자이자 지도자로서 영적 생활을 위한 유능한 양성자 겸 교육자임을 드러냈다.

 

쾌활한 동시에 침착한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평화를 퍼트렸다. 기쁨을 발산했고 자신의 여성 교육에 다른 젊은이들을 동참시켰다.

 

늘 바른 판단과 의지로 수도회를 이끌었던 성녀는 1881년 선종 후 1951년 시성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0년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 성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성녀의 면모와 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성녀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는 거의 쓸 줄도 몰랐고 읽기도 서툴렀습니다. 그렇지만 덕에 관한 이야기는 성령에 힘입어 말한다고 보일 만큼 분명하고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성녀는 하느님께 대한 헌신을 겸손과 극기, 기쁨으로 살아 그녀의 ‘사랑의 모성’을 많은 소녀들을 위해 실현했습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0년 5월 31일, 이주연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살레시오 수녀회 (하)


시대가 요청하는 청소년 교육에 응답

 

 

- 살레시오수녀회는 매년 관구의 모든 수녀가 모여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감사축일을 지낸다. 사진은 2019년 10월 관구 감사축일 모습. 살레시오 수녀회 제공.

 

 

살레시오 수녀회의 한국 진출은 한국전쟁 휴전 후 정치·경제적으로 어렵고 외국의 원조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한국교회는 외국교회 도움으로 구호 활동을 펴면서 교세 확장에 전력하는 때이기도 했다. 1954년 살레시오회를 초대해 1956년 살레시오중학교를 개교했던 광주대목구장 해롤드 헨리 주교는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이런 교육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살레시오 수녀회 일본관구장 데레사 메를로 수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1957년 4월 24일 다섯 명의 수녀가 한국 땅을 밟았고 서울 도림동본당에 정착했다. 살레시오 수녀회 한국관구의 기반이 된 이들은 1958년 4월 8일 광주에서 살레시오여자중학교를 설립하고 1961년에는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를, 이듬해에는 살레시오초등학교를 설립했다. 이처럼 초창기 활동은 학교와 주일학교 중심으로 전개됐다.

 

1970년부터는 사회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서울 마자렐로센터, 마산 아욱실리움센터 등 근로 여성 기숙사를 열어 도움이 필요한 젊은 여성들의 교육장이 됐다.

 

요한 보스코 성인의 선종 100주년이 되는 1988년에는 결손가정 소녀들을 위한 ‘나자렛집’을 열었다. 현재 광주, 대전, 수원, 서울 지역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 나자렛집은 사회복지사업 진출 30주년을 기해 북한 이탈주민 자녀 대상으로 중심이 옮겨졌다.

 

1990년대 들어 청소년 문제가 부상하면서 수녀회는 가출 소녀나 학교생활 부적응 소녀들을 위한 사도직에 나섰다. 학업 및 직업 교육을 위한 직업 보도 시설이었던 ‘마자렐로센터’를 청소년 보호법 6호 처분 시설로 전환하여 운영 중이고, 지난 5월 초 1호 처분 시설인 ‘청소년회복지원센터 빛고을 마인’을 광주에 개소했다. 제주에도 올해 7월 문을 열 예정이다. 이외 청소년 자원봉사센터, 복지관, 종합사회교육 시설 등을 마련해 시대가 요청하는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교육에 응답하고 있다.

 

수녀회는 또 비신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살레시오청소년영성운동(Salesian Youth Spirituality Movements, SYM)을 통해 Study, Smile, Service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이는 진리를 찾는 정신과 기쁨의 정신, 나눔의 정신으로 풀이된다. SYM의 대표적인 단체는 청년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국제자원봉사 ‘VIDES KOREA’이다.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VIDES는 국제적인 조직으로 한국에서는 2008년 활동을 시작, 현재 전국 서울·수원·창원·광주·부산·제주 등 10개 지부에서 180여 명 회원이 국내외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창기 역사에서부터 현존하는 수녀회 신원의 본질적 요소이자 세계적 성격의 표현인 선교 활동을 위해 살레시오 수녀회 한국관구는 1983년 에티오피아 선교사 파견을 시작으로 만민 선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17명의 수녀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몽골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07년에는 몽골에 새 분원을 열고 가난한 청소년 안에서 살레시오 교육을 시작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0년 6월 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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