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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럽의 도시와 교회사 이야기: 독일 트리어(T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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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10 ㅣ No.1226

[유럽의 도시와 교회사 이야기] 걸어서 세계 교회사 속으로

 

 

이 코너는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유럽의 도시와 그 도시에 얽힌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리스도교회의 역사 안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졌던 곳, 곧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도시들을 연대별로 나열하여 안내하고자 한다.

 

 

1. 독일 트리어(Trier)

 

첫 번째 여행지는 독일의 트리어1)이다.

 

초기 교회사적으로 주연은 아니었지만, 조연 역할을 충실히 한 곳이 바로 트리어이다. 트리어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도시이지만, 독일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지로 유명한 곳인데, 그 이유는 2000년이 넘는 오래된 도시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며, 가장 오래된 주교좌 성당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루카복음 2장 1절에 나오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기원전 17,8년에 이곳에 도시를 건설한 것으로 여겨지며, 후에 황제의 이름을 따서 ‘트레베리(Treveri)족들의 아우구스투스의 도시’라는 뜻으로 아우구스타 트레베로룸(Augusta Treverorum)이라 불렀다. 그러나 1684년 지어진, 트리어 중앙시장에 있는 로테스 하우스(Rotes Haus) 정면 벽에 다음과 같은 비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더 오래전에 생겼음을 미루어 짐작게 한다.

 

“ANTE ROMAM TREVERIS STETIT ANNIS MILLE TRECENTIS. PERSTET ET AETERNA PACE FRUATUR.”

“로마 이전 1300년 전에 트리어가 세워졌다. 계속 지속되며 영원한 평화를 누리리라.”

 

초세기 사도들의 선교가 주로 동방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트리어에도 3세기 이전에 이미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원 후 250년경, 성 에우카리우스 주교가 트리어 교구 초대 주교로 알려져 있으며, 2009년 주교품에 오른, 현재 교구장 슈테판 아커만 주교는 트리어 교구 제103대 주교이다. 대성당 벽에 걸려있는 트리어 주교 목록이 그 긴 역사의 증거이다.

 

트리어가 세계의 역사 안에서 특별히 중요성을 가지게 된 것은 기원 후 3~4세기부터이다. 게르만족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245~316년)의 개혁으로, 게르만족과 라인강을 두고 맞서는, 최전선 총사령부가 있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293~392년까지는 갈리아 총독 관할구 소재지이며 갈리아 행정구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나중에는 로마 황제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그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재위 306~337년)가 황제의 지위에 올려진 후 머문 곳이 바로 트리어였으며, 그는 이곳에 왕궁(Konstantinbasilika)과 황제 온천(Kaiserthermen)을 세웠다. 오늘날에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전승에 따르면 트리어 교구 제4대 주교 성 아그리티우스 주교(재위 314~329년)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헬레나로부터 주교로 임명되었고, 327년 혹은 328년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다녀온 그녀로부터 사도 마티아의 유해와, 요한 복음 19장 23절에 나오는 ‘솔기가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로마 군사들 중, 제비뽑기로 가지고 간, 예수님의 옷, 이른바 ‘성의’(聖衣, Heiliger Rock)를 넘겨받아 트리어로 가져왔다. 이 후 이 성의(聖衣)는 310년과 320년 사이에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으로 세워진 주교좌성당(Hohe Domkirche St, Peter zu Trier)에 모셔졌고, 16세기부터 성의를 위한 성지순례가 처음에는 7년마다 그 이후에는 비정기적으로 행해졌다.

 

- 성의가 있는 경당(위), 성 마티아 성당의 사도 마티아 무덤(아래).

 

 

1996년 이후부터 매년 열흘 동안 ‘성의의 날’ 행사가 열리지만, 성의는 전시되지 않고 방문객들은 성의가 있는 경당과 유리진열장까지 갈 수 있다. 내년에는 4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성의의 날’이 트리어에서 열린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성의가 전시되었고 언제 다시 전시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2000년이 되는 해인 2033년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 성의가 실제로 그리스도의 옷인지의 여부는 역사적인 방법이나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다.

 

트리어와 관련된 교회사의 중요한 인물은 알렉산드리아의 성 아타나시우스 주교이다. 325년 니케아 공의회의 정통신앙의 대변자인 그가 모함을 사서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335년부터 337년까지 귀양간 곳이 바로 트리어이다. 또 트리어는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우스(339~397)의 출생지이며, 그 유명한 ‘마르크스주의’의 장본인인 카알 마르크스(Karl Marx)도 트리어 출신이다.

 

이러한 교회의 역사를 알고 트리어에 도착한다면, 제일 먼저 어디를 방문할 것인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성의가 있는 주교좌 성당과 그 옆의 성모 성당일 것이다.

 

또한 성 마티아 사도의 유해와 석관이 있는 성 마티아 성당, 중앙시장(Hauptmarkt)과 고대 로마시대에 도시로 통하던 관문이었던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온천(Kaiserthermen), 왕궁(Konstantinbasilika), 로마다리(Römerbrücke), 원형극장(Amphitheater),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저장고 등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도 찾아가 볼만 하다. 그리고 라인 주립 박물관(Rheinisches Landesmuseum), 교구 박물관(Bischofliches Domund Diozesanmuseum), 도시박물관(Stadtmuseum Simeonstift), 카알 마르크스 생가(Karl Marx Haus)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트리어에는 1773년 클레멘스 벤젤스라우스 주교가 세운 “세미나리움 클레멘티눔”(Seminarium Clementinum)이라는 가톨릭 신학교가 있는데, 수원교구의 이성효 주교님이 이 학교를 다니시며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신학교를 방문하여 이성효 주교님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1) 트리어 : 독일 남서부, 라인란트팔츠(Rhineland-Palatinate) 주에 있는 도시.

 

[외침, 2020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황치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세계교회사, 라틴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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