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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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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13-14) 부부 대화에서 존경과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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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1 ㅣ No.1083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13) 부부 대화에서 존경과 연민 (1)

 

 

ME는 혼인한 부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졌다. 수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해서 잘 알겠지만, ME는 부부간의 대화를 공부하고 실습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특이점은 ‘느낌 대화’다. 우리는 대화 중에 자기 생각과 느낌, 감정을 나누게 되는데, 친밀한 관계일수록 생각보다는 정서와 느낌에 관한 대화를 주로 나눈다. 서로의 생각이 주된 대화의 내용이 될수록 결말은 논쟁과 분열로 끝난다. 어지간히 토론에 숙련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생각’을 중심으로 한 대화는 많은 경우 갈등을 만든다.

 

어떤 사람들이 부부가 될까? 그들은 어떻게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걸까? 정략적인 결혼이 아닌 경우 대부분 부부에게는 서로에 대해 이끌림이 있다. 이 이끌림은 순수한 느낌이며 어떤 세속적인 계산이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은 ‘느낌’만으로 살 수 없기에 느낌에서 감정과 생각을 함께 나누며 공유하는 대화의 장으로 나가지 않으면 부부의 깊은 인격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많은 부부가 로맨스에서 환멸까지 도달하는데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 관리하고 돌봐야 한다.

 

부부 대화는 부부 사이에 존재했던 로맨스 ‘이끌림’을 관리하고 돌보는 일이다. 많은 부부가 이 일을 가볍게 여기고 소홀히 여기다가 삶과 에너지를 허비한다. 부부뿐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대인 관계에서 대화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기본자세인 것 같다.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일 뿐만이 아니라, 특히 ‘자아’가 비대해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상대방이 존중받을 만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이 ‘연민’이다.

 

성숙한 사람은 ‘존중’ 받을 만한 모습을 가진다. 존중하면 존중할 줄 안다. 하지만 미숙한 사람은 내면의 상처와 같은 것으로 인해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에 존중해도 존중을 받지 못하고 존중할 줄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대부분 ‘갈등’이 시작되고 갈등은 ‘환멸’로 치닫는다. 다른 길이 없다. 연민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상호작용(언어적, 비언어적 대화)하는 것뿐이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마태 18,22) 대화하고 또 대화하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하는 대화는 ‘동등성의 원칙’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연민의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치료적인 원칙’에서 진행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것도 우리에게 그 자비를 입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비의 힘으로 우리의 상처가 나아 보다 성숙해지도록 ‘치유하시는 하느님’이신 것이다. 부부 사이든 어떤 인간관계든 서로에게 ‘치유적’ 일 수 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인 ‘사랑’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존경과 연민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는 사랑이다. 이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 세상에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하늘나라를 세우는 원동력이 된다. 부부 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그리고 나와 너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악의 세력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는가? 말씀이신 하느님께서는 본질적으로 대화하시는 분이시다. 우리의 대화도 우리의 본질을 더욱 실현하도록 해줄 것이다.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대화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 없이 사는 사람이다. 사람은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통해서 살아간다. 무조건 존중받다 보면 누구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간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새 계명인 사랑이 가르치는 바다. [2022년 7월 10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유익한 심리학] 성격과 신앙생활 (14) 부부 대화에서 존경과 연민 (2)

 

 

존경과 연민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는 사랑이고,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과학적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랑’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배우자를 ‘사랑’으로 대한다며 실제로는 자기 욕구와 소망을 투사한다. 순수하게 ‘배우자’를 위한 사랑이라기보다 자기에게 되돌아올 어떤 것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대한다. 이러한 태도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에서도 나타나는데, 어찌 됐든 그것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진솔성이 부족하다’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대화의 방법이나 기술을 배우려 하는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진솔성’이다. 봉사나 희생의 형태를 지녔다 해도 ‘진솔성’이 부족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봉사나 희생이라 할 수 없다. 우리의 몸은 그러한 ‘진솔성’에 민감하다. 인지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일수록 더 민감하다. 부부 대화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의 대화에서 ‘진솔성’은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다.

 

부부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배우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느냐고 호소한다. 자신의 태도에서 ‘진솔성’의 부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진솔성의 특징은 한결같다는 것이다. 진솔성은 어떤 의도나 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솔함’ 그 자체가 목적이다. 상대방의 태도 여하와 별개로 그 자체가 목적이다. 많은 사람이 실패하고 실망하는 까닭을 헤아리지 못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기에 이른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환멸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먼저 자신의 진솔함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진솔하지 못하다면 상대방의 태도에서 실망해서는 안 된다. 관계는 상호적이기에 내 진솔함이 부족했다면 그만큼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태도도 존중하고 인정해줘야 한다. 이것이 상호호혜적 태도다. 적어도 이렇게 공평하고 정당한 자세라도 갖추고 있으면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인 진솔성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려고 할 때 사람들은 부당함을 느낀다.

 

한편, 내가 진솔하게 대해도 상대가 그다지 변하지 않을 때, 우리는 갈등을 느끼며 내적 확신이 약해진다. 그러나 의기소침해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내적 상처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변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노력이 허사인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나의 부족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이다. 평소에는 진솔한 만큼으로 서로 나눌 수 있지만, 내적 문제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우리의 진솔성이 매우 취약해지는 느낌이다. 이때 대등한 관계로서 상호호혜적인 태도는 별 의미가 없다. 건강한 쪽이 내적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때다.

 

그러나 조건 없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상이 뭐라 해도 자신의 진솔성 안에서 만족할 수 있는 사람,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진솔함 만으로 충족한 사람, 스스로 자기 안에서 충만하고 자기완성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조건 없는 사랑이다. 우리는 아직 그러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내가 내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은 무리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아라!’ ‘잘 따져보아라!’ ‘내가 조건 없는 사랑을 감당할 수 있을지, 도중에 포기하게 되면 사람들이 비웃을 텐데, 가진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를 수 있겠느냐?’”(루카 14,25 이하 참조)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진실성을 과대평가한다. 그래서 문제는 ‘너’인 것이다. 이런 태도로는 어떤 누구도 만날 수 없다. 남이 나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진솔할 수 있는 만큼만 바라고 거기에 만족하여라. [2022년 9월 25일(다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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