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선택] 두 사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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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4 ㅣ No.532

두 사람의 선택

 

 

도시로 나가 큰돈을 번 두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한 노인이 마을 어귀에서 징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징을 쳐 주는 사람이오. 당신들의 남은 생은 사흘뿐이오. 사흘째 되는 날, 해가 지면 내가 징을 치며 나타날 것이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당신들은 세상을 떠난다오.”

 

두 사람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고생 끝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사흘밖에 못 산다니…. 그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그동안 번 돈을 세며 망연자실했습니다. “곧 죽을 텐데 다 무슨 소용이람?” 그는 돈을 쓰기도 전에 죽는 것이 억울해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먹지도 자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 죽을 날만 기다렸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노인이 찾아왔고, 그는 징 소리와 함께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은 달랐습니다. ‘어렸을 때 혼자 된 나를 고향 어르신들이 보살펴 주셨지. 그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떠나야겠어.’ 그는 마을에 다리를 놓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바쁘게 공사를 진행하느라 노인의 말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잔치를 벌였습니다. 풍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던 그때,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노인은 몇 번이나 징을 쳤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노인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3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대구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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