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르트루바이 주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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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03 ㅣ No.860

[가정 - 사랑의 공동체] 르트루바이 주말 프로그램


‘위기의 가정’을 살리자

 

 

프랑스어로 혼인의 ‘재발견’이라는 뜻의 르트루바이(Retrouvaille) 주말은 혼인생활에 실망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부들이 배우자와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고 갈등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2박 3일의 국제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 이하 ME)의 특수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르트루바이 주말은 1977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었다. 갈등과 위기에 놓인 부부들을 위해 서로 깊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혼인생활이 건강하게 회복되었다.

혼인생활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경청하는 방법, 용서하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7년 12월에 우리 부부는 서울대교구의 허락을 받아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전 요한 신부님의 지도 아래 몇몇 부부들과 함께 한국에서 첫 주말을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21차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지난해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 단체에 ‘르트루바이 서울협의회’로 등록하였다.


위기에 놓인 부부들

르트루바이 프로그램은 부부간의 깊은 대화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며, ‘신뢰’와 ‘용서’ 영역에 가장 큰 무게 중심을 둔다. 바닥까지 내려간 부부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혼인생활에서 겪은 아픔과 갈등에 대해 발표를 한다. 결론은 위기는 있었지만 헤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참여 부부들은 자신들과 똑같은 문제로 고민했고 갈등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한 발표 부부들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르트루바이 주말이 정신치료나 감수성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렇다고 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문제를 배우자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이야기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과정은 참여적이며,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분위기 속에서 부부가 함께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 부부도 여기 오기 전까지 대화를 많이 했지만 속마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고 살았다. 더구나 결혼준비부터 시작된 주변의 심한 반대와 성격 차이로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속은 스산한 바람이 부는 11월의 여느 쓸쓸한 날처럼 늘 시리고 외로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주님에 대한 열망 하나로 버티며 서로 착한 사람의 얼굴을 하며 살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가 힘드니 얼굴색도 점점 어두워지고 큰 병까지 도져 늘 벼랑 끝에 매달린 듯 아슬아슬하게 살아왔다. 어떤 때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인 상처와 분노, 그리고 답답한 속내를 르트루바이 주말 봉사 안에서 나누다보니 조금씩 마음속에 자리하던 돌이 치워지고 가슴이 뻥 뚫리며 내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성격과 결혼 전 가족의 영향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부부 사이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고, 측은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하다 보니 용서의 마음이 생겼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참가한 여러 부부들 가운데서도 날 선 면도칼 같은 날카로운 감정이 누그러지며 편안한 틈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르트루바이 주말에 들어올 때는 ‘우리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진 부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칠 즈음에는 ‘우리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슴속 엉킨 실타래를 풀고

부부간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개운하고 봄날같이 따뜻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이 복잡해지고 그 어지러운 느낌은 자녀의 인생에까지 오랜 세월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 봉사를 하여 주위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사실 부부 사이의 진정한 소통이 부족하여 집안에는 늘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뒤 약 9년 동안 르트루바이 주말 봉사를 통하여 이제 우리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지금은 분위기가 한결 진솔하고 따뜻하게 풀어진 모습이다.

부부관계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싸워 넘어졌다가도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일어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르트루바이를 통해 깨달았다.

지금 상처와 갈등으로 혼인생활에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가 있다면 협조자들이 던져주는 르트루바이라는 구명선을 붙잡고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제안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프로그램

르트루바이 주말은 파탄의 위기를 겪고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진솔하고 깊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일반 부부들의 참여도 기대한다. 곧 가정생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모든 부부를 비롯하여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아울러 다른 종교나 또는 종교가 없는 부부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톨릭 신학과 심리학, 성사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혼인생활의 가치를 재발견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둔다.

· 2박 3일의 주말 - 2박 3일의 주말은 주로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주일 오후 6시까지 이루어진다. 위기에 놓인 부부들이 부부생활에서 겪은 체험(13가지 주제)을 발표하며 참가 부부들이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 후속 프로그램 - 그 뒤 6주간에 걸쳐 주일마다 위기의 혼인생활을 새로 구축하는데 필요한 열두 가지의 주제로 네 시간 정도씩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C.O.R.E.(Continuing Our Retrouvaille Experience) - 후속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C.O.R.E.라는 단계로 한 달에 한 번 네 시간가량 지속적인 부부대화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다.

· 전국으로 확산하는 과정 - 르트루바이 주말은 전국으로 확산해야 하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방에서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올해는 그 첫 결실로 광주대교구에서 첫 르트루바이 주말 프로그램(10월 30일 - 11월 1일,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 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르트루바이 서울협의회에서는 현재 제22차 주말(2015년 11월 4-6일, 장충동 성 베네딕도 피정의 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1차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부들은 소감을 이렇게 나누었다.

“자기를 표현하고 돌아보면서 배우자의 존재를 통하여 하느님의 실존을 체험했다.”

“그동안 셋방을 전전하다 드디어 내 집을 계약한 듯 뿌듯한 기분이다.”

“그동안 하느님과도, 그 누구와도 단절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믿는 하느님이 정말 맞는지 의심했는데 내게 다가오시는 그분을 뵙게 되었다.”

“마음의 깊은 대화를 했다는 것이 막힌 하수구를 뚫은 듯 속이 시원했다.”

“자신이 힘들었을 때 구해준 많은 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으로서, 사목자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보며 그 모든 관계성의 뿌리는 하느님과의 관계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르트루바이 주말 프로그램 안내 ☎ 02)929-2141

* 전대현 시몬 · 이혜미 로사 부부 - 인재발견 르트루바이 대표부부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9년여에 걸쳐 봉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7월호, 글 · 사진 전대현, 이혜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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