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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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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재능나눔,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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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3 ㅣ No.587

[경향 돋보기 - 새로운 기부, 재능나눔] 재능나눔, 누구나 할 수 있다

 

 

재능나눔, 재능기부, 재능봉사, 이제는 그리 생소하지 않은 말들이다. 올해 초 어느 종합오락채널에서 ‘재능나눔 프로젝트 드림’이라는 제목으로, 11명 아이들의 창작 뮤지컬 도전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3회에 걸쳐 다룬 적이 있다. 감추어져 있던 아이들의 재능과 꿈을 찾아내 일으켜 세워주고, ‘재능’을 매개로 한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기획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재능기부는 있어왔다. 지난해 5월 작가 노희경은 네이버 블로그에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연재하면서 시작한 재능기부를 통하여 1,0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노 작가는 “나눔은 실천입니다. 버는 돈의 1%만 나눠도 세상은 달라지죠. 지금 나누지 않는 자, 모두 유죄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어떤 제빵회사 임직원들이 재능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경기도 안성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 40여 명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인근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리는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는 일은 기부자에게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재능나눔은 더 이상 전문지식인들만의 몫이 아니며, 누구나 크고 작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하느님과 이웃에 봉사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개인, 단체, 더 나아가 본당 단위의 재능나눔 사례를 소개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재능나눔의 세계를 활짝 열어보고자 한다.

 

 

사례 1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도서 녹음 봉사

 

서울 옥수동본당 신자이고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편집부 직원이기도 한 손혜선 미카엘라 씨는 하상장애인복지관(www.hasang.org) 점자도서관에서 음성도서 녹음 봉사를 2007년부터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2-3시간 정도 하고 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햇수로는 벌써 5년째네요!”

 

점자도서관에는 사무실과 함께 7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온라인 카페를 이용하여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미리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그 시간에 가서 녹음을 한다. 스튜디오에는 혼자 들어가서 직접 프로그램을 조작하며 녹음하기 때문에 사용법과 녹음 시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녹음할 수 있다.

 

“저는 이런 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원래 소리 내서 책 읽는 것, 실감나게 표현하는 걸 좋아했고요. 그런데 우연히 주보에 녹음 봉사자 모집 공고가 뜬 것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바로 다음날 전화를 걸어 지원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들뜬 마음으로 참석해 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육과 연습을 거쳐 합격해야 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꼭 하고 싶은 봉사였기에 한 달 동안 열심히 교육에 참석하고 노력한 결과, 테스트에 합격해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처럼 어렵사리 시작한 봉사활동이기에, 더 큰 애착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으리라!

 

손 미카엘라 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하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은 문학, 사회과학, 철학, 역사, 종교 분야의 8,000여 음성도서를 소장하고 대출도 해주고 있다.

 

 

사례 2 본당신문 편집 봉사

 

의정부교구 덕정본당의 박준철 베네딕토, 장희숙 미카엘라 부부는 본당신문 편집 봉사를 하고 있다. 현재 본당주임인 김성길 마르티노 신부가 부임하며 본당 신문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사목협의회 홍보분과장이던 베네딕토 씨가 편집위원들을 모으고 신문 구성을 이모저모로 짜보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하였다.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으로 본당 행사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의 봉사를 하고 있던 터라 사진 취재를 담당하였다. 그의 아내 장 미카엘라 씨는 결혼 전 인천교구 홍보부에서 인천주보 편집을 했던 경험과 재능을 살려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 4월 창간되어 매월 첫째 주에 발행되는 본당신문 “덕정사람살이”는 소식지가 아니라 본당 신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글을 싣고 서로 아는 얼굴들의 이야기가 나오므로 신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창간 1주년을 맞이하여 설문지를 통해 만족도와 바라는 점 등을 조사하였는데,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으며 특히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가족 소개 그리고 어려운 분들의 신앙체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참사랑’ 코너의 평이 좋았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더 실었으면 하는 코너’로 제안된 ‘기도해주세요’, ‘칭찬 릴레이’, ‘깔깔깔’ 등을 새로 만들어 구성하고 있다.

 

편집장 박 베네딕토 씨는 “매주 한 차례씩 편집위원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만남”을 참으로 흐뭇해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의 기사를 싣고 나서 그분들의 건강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거나 밝은 모습으로 성당에서 마주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례 3 목욕 봉사와 주방 봉사

 

서울 창5동본당 레지오 마리애 ‘성실하신 어머니’ 쁘레시디움은 일부 다른 봉사자들과 더불어 중계노인복지관(www.sgwc.or.kr)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치매 할머니 목욕 봉사를 한다.

 

몸이 불편한 분들에 대한 목욕 봉사는 일의 성격상 혼자 하기가 어렵다. 몸을 들어 옮겨야 하고 살이 직접 닿는 활동이라 개인이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쁘레시디움 같은 단체가 함께 결심하여 움직이는 것이 매우 적합하다.

 

‘성실하신 어머니’ 쁘레시디움이 목욕 봉사를 시작한 해는 1995년, 처음에는 개별 가정을 방문하여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씻겨드리고 집안일도 도와드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인근 복지시설에 목욕 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평균 4-5명이 팀을 이루어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시작할 때에는 ‘너무너무 하기 싫다.’, ‘거리가 멀다.’, ‘힘들다.’, ‘냄새가 난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10년 이상 봉사한 사람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한 분은 내년이면 칠순이지만 젊은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신다.

 

할머니들에게 실제 도움을 드리고 있다는 보람 때문일까, 내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더 고생을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쨌든 이처럼 남을 돕는 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힘든 일이지만 쉽게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 쁘레시디움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 삼선교에 있는 ‘사랑의 선교수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하여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식사 봉사를 한다. 미리 반찬거리를 구매하여 당일 오전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드린다. 매번 약 20만 원에 달하는 음식 재료비도 본인들이 추렴하거나 모금한다. 이들의 봉사활동에 감동하여, 자신이 직접 몸으로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금전적인 후원을 하는 분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이 쁘레시디움이 봉사를 시작하던 10여 년 전과 견주어볼 때, 지금은 시설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고 한다. 이들처럼 마음과 정성, 힘과 시간과 돈을 모아 봉사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가장 작은 이들을 배불리시는가 보다. “주님께서는 이방인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돌보신다”(시편 146,9).

 

 

사례 4 색소폰 동호회의 연주 봉사, 지도 봉사

 

취미로 색소폰을 연주하던 여덟 명이 2010년 1월 동호회를 만들었다. 서울 역촌동본당 교우로 구성된 이 동호회의 이름은 ‘셀라 색소폰 앙상블’(회장 남기선 다니엘, 60세). 1년 반 남짓 지난 현재 회원은 열 명으로, 주력 구성원 평균연령은 40-50대이다.

 

‘셀라 색소폰 앙상블’은 단순히 색소폰을 연주하는 팀이라기보다는,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통해 주님을 찬양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색소폰과는 약간 다른 ‘클래식 색소폰’으로 연주를 한다. 그래서 교우들이 셀라 색소폰의 소리를 접했을 때 교회음악과 색소폰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요나 팝을 주로 하던 이들로 시작된 ‘셀라 색소폰 앙상블’이 지금은 아름다운 소리로 서울특별시립 ‘은평의 마을’(www.은평의마을.kr)에서 매월 둘째 주일 9시와 11시 미사 때에 반주봉사를 한다. 바자회 같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도 연주를 해준다.

 

“우리의 연주를 듣고 환우들이 좋아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남 다니엘 회장은 말한다. 역시 ‘나눔’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나누어주는 사람에게도 기쁨을 선사하며, ‘줌으로써 받는다.’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는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이분들의 연습을 지도하는 한기원 프란치스코 교수 또한 재능나눔 봉사자이다. 색소폰 전공자이며, 현재 명지대학교와 계원여고에 출강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단원이기도 하다. 한 프란치스코 교수는 1년 10개월 전, 역촌동으로 이사 온 첫 주에 주보에서 색소폰 동호회 멤버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한 것이 인연이 되어 색소폰 지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항상 ‘셀라 색소폰 앙상블’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멤버 모두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평균 40-50대에 악기를 시작해서 지금의 앙상블 멤버가 되셨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감동입니다. 또 날로 좋아지고 있는 소리는 저와 앙상블 단원, 그리고 음악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례 5 본당 단위의 재능나눔 봉사

 

서울 역촌동본당은 2011년 5월 29일 ‘재능나눔은행’ 발족식을 하였다. 초대교회의 본질인 섬김과 나눔, 사랑의 실천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김민수 이냐시오 주임신부의 사목방침에 따라(사목표어 : ‘섬기고 나누며 봉사하는 교회’), 모든 신자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희생 봉사에 동참하게 하고 돈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전인적으로 나눌 수 있는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성환 프란치스코 신부)와 역촌동본당은 ‘본당사회사목 시범본당’ 협약식을 갖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본당사회사목 활성화를 위한 협력과 본격적 활동에 들어갔다.

 

본당 신자들의 재능나눔 봉사를 장려 촉진하고자, 지난 3-4월에는 “가톨릭 영성과 자원봉사”(이상원 사도 요한 신부), “봉사와 나눔”(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베드로 씨), “자원봉사의 올바른 이해와 활동 방법”(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 윤석인 소장), 그리고 “가톨릭 사회복지란 무엇인가?”(정성환 신부)라는 주제로 네 차례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교육을 한 뒤에, 신자들에게 ‘재능나눔은행’에 등록하도록 권유하여 지금까지 200여 명의 신청을 받았다.

 

또한 신청된 재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본당 관할 내의 어려운 가정과 복지시설에 수요를 파악하고, 은평종합노인복지관과 봉사 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재능나눔은행’에 참여할 봉사자 모집은 계속된다. 지난 6월 19일 삼위일체대축일 주보에도 차량봉사, 프로그램 강의(원예, 미술치료, 노래교실 등), 인터폰 설치 및 전기설비, 도배 전문가 및 보조, 이 · 미용 봉사, 세무상담, 법무상담 봉사자를 찾는 광고가 실렸다.

 

역촌동본당 기획분과장이며 ‘재능나눔은행’ 위원회 수석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임춘성 프란치스코 씨는 “하느님께서 각 인간에게 주신 재능을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합니다. 본당신부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신자들의 참여로 ‘1신자 1봉사’를 실천하는 본당으로 발전하리라 기대하고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본당에서도 전문인력의 참여, 충분한 준비와 홍보, 지속적 교육으로 신자들의 재능 나눔을 적극 장려하고 촉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재능 있는 이는 모두 와서 …

 

서울 역촌동본당에서 제작하여 배부한 ‘재능나눔은행 봉사 신청서’에 실린 ‘내가 나눌 수 있는 재능’ 본보기들이 흥미롭다. “이 · 미용, 전기 배선, 청소년 상담”처럼 다소 전문적인 분야도 있지만, “식사 수발, 산책 동행, 청소, 안마” 같은 일상적 분야도 있고, 심지어 “아무거나 봉사”라는 표현도 있다.

 

재능에는 전문적이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가 하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재능도 있다. 아무런 재능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아무런 재능나눔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개인으로든 단체로든 재능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도 신자들의 재능나눔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체계적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라며, 역촌동본당의 ‘재능나눔은행’이 본당사회사목 활성화의 훌륭한 사례가 되기를 기원한다.

 

“너희 가운데 재능 있는 이는 모두 와서, 주님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만들어라”(탈출 35,10).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노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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