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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힐링의 시대, 음악을 통한 내 삶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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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68

[힐링! 힐링!] 힐링의 시대, 음악을 통한 내 삶의 치유

 

 

지난해, 한국 천주교회를 말해주는 키워드들 가운데 하나로 ‘힐링(healing)’이 선정됐으며,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키워드 가운데 하나도 ‘힐링’이었습니다. ‘힐링캠프’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힐링 푸드, 힐링 콘서트, 힐링 카페, 힐링 토크 등 다양한 상황에서 ‘힐링’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세계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현대의 고급문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치유’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뜻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는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생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음악치료사이자, 심리학을 전공한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음악이 가진 치유적 기능과 일상생활에서 음악을 쉽게 활용하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음악 : 우리 주변의 강력한 힘

 

음악은 우리 삶의 전반에서 나타나는 예술이자 소리의 한 형태입니다. 우리는 태어나기도 전에 배속에서 태교음악을 듣고 자라며, 무덤에 이르기 전에는 죽음을 애도하는 신자들의 연도와 성가 소리를 접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 보십시오. TV 소리, 라디오 소리, 길가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핸드폰의 음악 벨소리와 같은 다양한 음악적 소리들이 늘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와 더더욱 가까워진 음악은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음악, 곧 소리 자극은 귀를 통해 뇌의 변연계를 거쳐 청각피질로 정보를 전달하여 다양한 신경생리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이를 통해 음악은 생각과 기억, 호르몬 변화, 신체적 움직임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음악이 지닌 강력한 힘은 일차적으로 또한 직접적으로 감정에 다가갑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다양하게 음악을 대하고 있습니다.

 

상업광고 음악은 짧은 시간에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강력하게 주입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레스토랑의 배경음악은 여유로운 식사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아름답게 완성시킵니다.

 

한편, 놀이동산에서는 즐거운 기분과 왕성한 활동력을 유지하도록 행진곡 풍의 신나는 음악을 계속해서 들려줍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각자 삶의 영역에서 음악을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힐링 : 느림의 미학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음악치료사들은, 음악이나 음악과 관련한 경험을 통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돕는 사람들입니다.

 

대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사회 공동체도 될 수 있는데, 대상자에 따라 음악활동의 종류와 목표가 달라집니다. 곧, 신체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음악적 자극과 활동을 통한 신체 재활을, 행동적인 부적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심리적 지지와 심리치료적 도움을 주고자 음악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힐링을 필요로 하는 이 사회의 문화와 개개인을 대상으로 문제를 진단해 본다면, 힐링을 찾는 이유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생활을 영유하고자 하는 무한 경쟁과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획일화되고 맹목적인 방향을 설정한 채, 주변을 바라보지 못하고, 쉼 없이 달려가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조금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열심히 생활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과, 경쟁에 뒤처지거나 남들보다 덜 소유하는 패배자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합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주요한 힐링 문화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올레길, 명상, 숲과 자연, 건강식, 슬로우 시티 등 모든 것이 공통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합니다. 참된 힐링의 삶은 ‘평화로운 몸과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과 자신의 경험을 수용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정서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힐링 :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

 

음악은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의 삶에서 ‘감정’을 통해 쉬어 가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바쁘게 길을 지나다가, 또는 일하는 도중에 음악소리를 듣고는, 불현듯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거나 지난 기억이 떠오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생활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음악에 집중할 때에 음악의 힘은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한편, 음악은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예술활동입니다. 녹음을 하거나 파일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들을 수도 있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그 이후에 다시 들었을 때의 반응은 분명히 다릅니다. 음악은 그때그때의 나의 생각이나 기분, 상황과 만나서 바로 그 순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심리상태에 대한 이론들과 명상과 같은 방법론은 모두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것을 강조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의 생각은 늘 과거 또는 미래, 아니면 다른 장소, 공상의 세계에 머물기 쉬우며,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 마음의 영향을 받아 몸 또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 호르몬 등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명상에서는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몸의 감각이나 자극에 집중하는 훈련을 강조하는데, 음악감상 역시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소리자극을 통해 일어나는 내 몸과 마음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쉽고 유쾌한 방법입니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럼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까요? 누구에게나 좋은 음악, 또는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처방전 같은 음악은 없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더 효과적인 음악활동을 계획하고 시도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라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선호하는 음악을 들으십시오. 그리고 그 순간을 충분히 음미하십시오. 그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간단한 치유적 음악경험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소리 내어 부르는 한 곡의 노래가 감정의 변화는 물론이고 신체 면역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치료 사례 중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우울증을 겪어왔던 중년 여성분이 거의 15년 만에 치료실에서 저와 함께 노래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극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노래를 부를 때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특히 가사에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며, 조절하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이렇게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설거지할 때, 더 당당하게 큰 소리로 노래 부르십시오. 힐링을 위해!”

 

 

신앙인에게 진정한 힐링은?

 

마지막을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이들의 진정한 힐링, 곧 치유는 오로지 하느님 안에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에는 어떠한 조건도 판단도 없는 크신 사랑의 구원 선포와, 있는 그대로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놓을 때 그분과 일치를 이루게 된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내 것이라 여기고, 잃지 않으려 애써왔던 모든 노력과 집착, 욕심을 그분 앞에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과 소통하며 치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 순간을 살아갈 수 있다면, 힐링이라는 이름의 치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정을 담아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가입니다. 당장 오늘부터 미사 중에 성가를 불러보십시오. 그냥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사를 음미하며 그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나의 마음과 감정을 담아서 노래하십시오. 어느새 그분의 따스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심교린 프란치스코 -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생활연구소 운영실장. 숙명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주대학교에서 건강심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있다. 가톨릭 신앙과 심리치료, 신자 재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영성생활연구소를 통해 2009년부터 꾸준히 음악치유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심교린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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