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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공동체 갈등 상담: 종교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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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4 ㅣ No.148

[공동체 갈등 상담] 종교 사기꾼


어느 성당을 가든지 유난히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지방 교구 초짜 본당 신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분은 보좌 생활을 하다가 처음 본당 신부로 발령을 받아서 갔는데, 첫날 저녁 느닷없이 웬 신자 세 사람이 예고도 없이 사제관에 들어오더랍니다. 그리고는 다리를 벌리고 앉더니 자기들은 전임 사목위원인데 새로 오신 신부님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왔다며 앞으로 본당의 모든 사목을 자기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랍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목위원도 아니고 또 오라고 청한 적도 없는데 불쑥 찾아와서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것이 불쾌하였지만 모두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서 “아, 나중에 같이 이야기를 하지요.” 하고 보냈답니다. 나중에 다른 이들이 해준 말에 따르면 그들은 전임 신부님 속을 엔간히 썩인 사람들로, 본당 신부를 제쳐놓고 자기들끼리 사목을 하려고 한 무뢰한이었다는 것입니다. 본당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들 패거리를 다 데리고 사목회를 나가 버리더니, 새 신부가 오니까 다시 전처럼 하려고 든다는 것이지요.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새 본당 신부가 더 이상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자,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뒷전에서 욕을 해대고 심지어는 예비 신자들이 세례를 받으면 다시 자기들이 데려가서 재교육을 시키며 자기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도 있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인데 안하무인으로 성당 터줏대감 노릇을 하려 해서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떠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병적인 콤플렉스, 그 중에서도 성전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성전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해도 자신은 살아있는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뻔뻔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고,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 모두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성찰이나 회개 같은 신앙적 행위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또 자신들은 모든 도덕률을 초월해서 사는 사람들이기에 규범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면 마치 동네 양아치들처럼 자기 세력을 동원하여 정신적인 압력을 가합니다. 물론 새로 온 본당 신부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본당 신부가 자기들 말을 들으면 졸개처럼 부리려고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세력을 동원하여 심리적·물질적 상처를 주는 파렴치한 행위를 합니다. 이들에게는 자기가 가진 종교가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는 셈입니다. 마치 성전 안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처럼, 종교를 자기치부를 가리는 방어막처럼 사용하면서 그 뒷전에서 벌이는 모든 일들은 마치 신성한 행위인 것처럼 사람들을 속입니다.

이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병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짐짓 겸손한 척하면서 자신이 모든 고상함의 바람직한 모델인양 연기를 합니다. 또 아첨이나 공공연한 존경 행위들을 거부하는 척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거부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인데 면전에서 무시를 당하면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여서 주위 사람들을 당혹케 합니다. 이들이 건강한 성격이 아니라 연극성 성격장애,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이기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들은 누가 보는 곳에서만 선행을 하고 늘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심리적인 걸인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본당에서 한 일들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자랑을 하고 그런 것들이 본당사에 기록되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합니다. 또 성전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전혀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종교 사기꾼이지요. 본당에 이런 종교 사기꾼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으면 본당 신부들은 물론 마음 약한 신자들은 휘둘림을 당하고 상처입고 그러면서도 심리적인 노예 생활을 하는 고약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일까요? 병적인 우월감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말하기를, 사람은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살며, 그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우월감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우월감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동기라고 말하지요. 그런데 자기열등감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병적인 우월감이 생겨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를 높이는 변태적 우월감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면 종교를 자기방어막으로 생각하고 병적인 자기우월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터주대감 노릇을 하면서 사람들을 자신의 심리적 노예로 만들려 하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병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곤 합니다. 또 이들의 내면에는 심한 열등감이 숨어있어서 자기열등감을 건드리는 사람은 상대가 성직자이건 수도자이건 신자이건 상관없이 적개심을 드러내고 심리적 살인행위를 저지르지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교회의 암적 존재라 하고, 오염의 근원인 종교 사기꾼들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 여린 많은 이들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양의 탈을 쓴 늑대’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4월호,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가좌동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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