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응급피임약은 낙태약: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찬성 VS 반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7 ㅣ No.954

[커버스토리] 응급피임약은 낙태약 -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찬성 VS 반대

응급피임약 ‘일반화’ … 오 · 남용 등 부작용 심각



- 6월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 모습.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려 한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전문의의 진단과 지시에 따라 처방되고 있는 응급피임약이, 누구나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하 일반약)으로 바뀔 상황이다.

정부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6월 7일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 이달 말 재분류안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 분류안은 응급피임약은 기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식약청은 이번 분류안을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등을 고려한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식약청은 청소년들의 오·남용을 막을 대안 조차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분류안에 대한 각계 반발이 거세게 밀려들자, “피임약의 경우 과학적 판단은 물론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긴 하다.

현재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한 찬반양론은 팽팽하게 맞서,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 교구 관련 기관단체 등도 교회 안팎의 연대를 통해 일반약 분류를 막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교계는 물론 일부 여성계와 학계 등도 “피임 정책은 여성 건강과 배아, 태아에게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찬성

대표적으로 대한약사회와 한국여성민우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일반약 전환을 환영한다.

약사회 측은 “여성의 성적 결정권과 의료비로 인한 피임 부담을 고려해” 일반약 전환을 주장한다. 또 “응급피임약은 약사의 복약지도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으며,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율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여성민우회 측은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이용을 불편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약으로 분류한다면 피임 실천율은 더 떨어지고, 결국 낙태율만 더 높아질 것”을, 녹색소비자연대 측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등을 각각 이유로 내세워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의약품 재분류안을 통해 반대로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될 예정인 사전피임약도 일반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반대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그리스도교는 응급피임약이 사실상 낙태약이라는 이유로 일반약 전환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여대생 등 일부 여성계와 학계 등도 여성 및 청소년의 건강과 약의 오남용 방지 등을 대표적인 이유로 내세운다. 다만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일반약 전환 반대 측은 의약선진국의 다양한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계획 임신과 낙태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됐을 때 우려되는 청소년의 건강 훼손과 성문란의 가속화도 빼놓을 수 없는 반대 이유다. 지금도 피임에 대한 의식과 지식이 부족한 10~20대는 응급피임약을 최선의 대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임신 공포보다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을 택하겠다는 인식도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1980년대 후반 응급피임약이 보급되자, 간편하고 획기적인 피임약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게다가 임신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여성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순된 칭찬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1992년 응급피임약 사용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면 낙태율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보급한 이후 나타난 결과는 예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낙태율이 줄 것이라는 추정은 단지 가설일 뿐이었다.

우리나라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의약선진외국 8개 중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에서 이 약을 일반약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성교육 체계가 탄탄히 자리 잡았으며, 응급피임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오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논의를 거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의약선진국에서 실시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발상으로 지적받는다.

1998년~2006년 미국, 영국, 스웨덴 등 10개국 23개 연구기관 모두 “응급피임약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낙태율을 감소시키지 못했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는 미국 프린스턴대 제임스 트러셀 교수조차 지난해 발표한 응급피임약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확대가 비계획 임신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그 이유는 무방비 성교 빈도가 증가하고, 응급피임약의 효과도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02년 스웨덴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낙태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의 낙태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 2005년,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여성 1만8000명에게 응급피임약을 미리 나눠주고 결과를 살펴봤지만 “응급피임약을 미리 준비시켜도 낙태율에는 영향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0년 영국에서 실시된 ‘응급피임약이 10대 임신과 성병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처방전 없이 무료로 응급피임약을 구할 수 있게 했을 때 성병 감염률이 5%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6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성병 감염률은 12%까지 올라갔다.

노르웨이의 경우, 1995년부터 응급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판매됐다. 이후 2000년에 일반약으로 전환, 응급피임약 판매량은 기존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작 낙태율 감소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식약청이 현재 가장 간과하는 상황은 응급피임약의 복용 실태다. 식약청은 일반약 전환 근거의 하나로 “응급피임약은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 걱정이 없고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최근 전문의로서의 입장을 표명하고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에게 ‘응급피임약’은 이미 응급할 때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성관계 후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매우 심각할 수 있지만,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상당수의 미혼 여성들이 이러한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된다.

응급피임약 효과에 대해 과신하는 실태는 물론, 선진국과 다른 피임 현실도 적극 고려돼야할 대상이다. 의사회는 “성관계 연령은 빨라지지만 결혼 및 임신 연령은 늦어지는 우리 사회 변화 추세로 볼 때, 응급피임약은 10~20대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10대 청소년이 받을 악영향도 심각하다. 의사회는 “예를 들어 청소년 음주를 법으로 금지해도 음주 청소년들이 많은 것처럼, 응급피임약이 일단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10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오남용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 이현숙 상임대표는 “청소년들이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면 무분별한 성관계와 낙태를 예방한다는 생각은 순전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예방은 청소년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성적 주체로 성장하도록 교육과 캠페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형성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신을 경험한 청소년들 대부분이 실제 낙태를 선택하며,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2년 7월 8일, 주정아 기자]



3,86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