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철학은 인간의 본능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39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철학은 인간의 본능


“부엉 부엉이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부엉이가 우는 추운 겨울밤, 할머니 곁에 모여 앉은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가.

구약성서를 보면 유목민들의 삶이 그려진다. 그들은 낮 동안의 유목생활을 마치고 모닥불 앞에 모여 어른들을 통해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이 겪은 이야기는 물론, 노아의 방주 이야기도, 모세의 영웅담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인류의 모든 공동체에는 이 이야기를 일정한 형태로 기술한 신화와 전설, 민담이 전해진다. 그 신화가 전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느끼는 근원적 문제는 물론 우리 공동체의 체험이 담겨있음을 보게 된다.

신화와 전설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명과 역사적 체험은 물론, 그들이 바라는 미래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 형태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만의 신화와 전설, 이야기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나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모든 인간과 공동체는 나름대로의 이야기와 신화를 간직한 것일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세계와 존재에서 당면하는 문제를 해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접하는 세계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물론, 자신의 기원과 역사,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것, 나아가 나란 존재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해명하고자 하는 의미론적 존재이다.

철학은 바로 이런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시작됐다. 신화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외적인 힘에 의지해서 설명하려 했다면, 철학은 이것을 스스로의 관점에서, 자신의 지성적 능력으로 합리적인 형태로 해명해보려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학문적으로는 신화적 세계에서 이성적 세계로, 인간의 지성에 따라 이해하고 해명하려는 시도에서 철학의 기원을 찾는다.

철학이란 말의 어원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 단어는 근원적인 지혜(sophia)를 사랑하는(philos) 행위란 말이 합쳐진 것이다. 즉 철학이란 인간이 당면하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진리를 찾으려는 열정과 그 행위를 일컫는 말인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답은 물론, 근본적인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넓은 의미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철학하고 있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통해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나려 한다. 수많은 인간적 주제를 좁은 의미에서의 학문적 철학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내가 함께 우리의 근원적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그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해보려는 것이다. 우리 함께 이 짧은 철학 산책을 떠나기로 하자.

[가톨릭신문, 2012년 4월 22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1,60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