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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도전] 새우깡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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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6-18 ㅣ No.518

새우깡 갈매기

 

 

보문사 닿는 뱃길에 갈매기 떼가 끼룩대며 먼저 반긴다. 선착장에서부터 줄곧 따라온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받아먹는 진풍경을 펼친다. 주위에서 내남없이 ‘새우깡 갈매기’라 불렀다. 섬에 이를 때까지 한참을 구경하고 있자니 바닷새에 대해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어느 바닷가에 사는 펠리컨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갖가지 먹이만을 먹으며 편안히 살아갔다. 당국에서는 이 먹이로 인해 바닷물이 오염되기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논의 끝에 새들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 구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바닷물로 돌진하여 물고기를 잡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데도 그들은 점차 굶어 죽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냈다. 야생의 펠리컨들을 잡아다가 그들과 함께 섞어 놓자는 것이었다. 그제야 받아먹는 먹이에 길들었던 그들이 야생의 펠리컨들과 같이 스스로 고기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대학 새내기를 둔 학부모가 교수를 찾아가는 현실이다. 일부 아이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부모만을 의지하고 부모의 뜻대로 움직인다. 이는 마치 던져주는 먹이만을 받아먹고 사는 바닷새나 무엇 다를 바 있겠는가. 아니면 충분한 생활력이 있는 데도 부모의 관심이 지나쳐 그 능력조차 가로막는 건 아닐까.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걸까. 눈썹바위에서 낙조가 물든 서해를 바라보며 돌이켜본다. 진정한 새우깡 갈매기를 위하여.

 

[조성문, 조선일보, 2006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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