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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가톨릭 문화산책: 영화 (4) 늑대아이 - 하느님의 모성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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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25 ㅣ No.682

[가톨릭 문화산책] <18> 영화 (4) 늑대아이 - 하느님의 모성성에 대하여

하느님 사랑 닮은 엄마 하나의 숭고한 자기희생적 모성 그려


늑대아이(2012)
감독 : 호소다 마모루
상영시간 : 117분
장르 : 판타지,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멜로ㆍ로맨스, 드라마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서


어머니라는 단어는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머니라는 단어에는 그리움이 배어나온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얼굴이 엄마이고, 처음 듣는 것도 엄마 목소리다. 첫 마디도 엄마라는 말이다. 산고를 겪으며 '나'를 있게 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절대적 대상이자 모든 것이다. 문학엔 그래선지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이 수없이 많다.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의인화한 메타포(Metaphor, 은유와 상징, 비유, 함축적 내포 등의 의미)가 뛰어난 영화다.


줄거리

대학생이던 하나는 우연히 들판에서 인간 모습으로 변한 '늑대 인간'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결실로 두 아이를 낳는데, 눈이 내리던 날에 태어난 누나는 '유키', 비가 내리던 날에 태어난 남동생은 '아메'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들 남매에게는 절대 비밀이 있었다. 인간이면서도 늑대인 두 모습이 내재된 생명을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유키와 아메는 '늑대 아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엄마, 아빠와 함께 도시 변두리에서 조용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그 행복은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에 엄마는 유키, 아메 남매가 인간들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 늑대와 인간, 두 갈래 길에서 유키와 아메는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한다.

 

 

너니까!(받아들이는 마음)

엄마가 운명적 사랑에 빠진 남자는 늑대 인간이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늑대 남편을 "너니까"하며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러나 두 남매를 남겨놓은 채 늑대 아빠는 세상을 떠난다. 죽음은 그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한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딸 유키와 아들 아메가 늑대 아이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복잡하고 곤란한 상황에 부딪힌다. 딸 유키는 왕성한 식욕과 활달한 행동이 왈가닥이고, 남동생 아메는 적게 먹고 유약하다. 두 아이는 툭하면 늑대로 변해 집안 가구를 물어뜯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사고뭉치다. 아메의 끊이지 않는 울음소리에 이웃집에서는 불만이 커진다. 한밤중 아이들이 울어대는 늑대 소리에 이웃집 사람들은 이상한 애완용 동물 키운다며 아우성이다. 하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심하던 끝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성장할 장소를 찾아 도시를 떠난다. 여기서 우리는 '받아들이는 마음'을 통해 하느님 섭리를 느껴볼 수 있겠다.

 

 

인간 할래, 늑대 할래?

엄마 하나는 유키와 아메가 자유롭게 자신들의 길을 선택하기를 바랐기에 첩첩산중 산골로 이사한다. 두 아이는 동물적 기질을 더 많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는 늑대 아이라는 존재를 숨길 필요가 없기에 더 많은 자유를 만끽한다. 유키는 자주 늑대로 변해 거침없는 행동을 한다. 반면 아메는 여자아이처럼 유약하고 소심하다. 하나는 자주 아들 아메를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아"라는 말을 되뇐다. 반복되는 엄마의 말은 구강기의 유아적 욕망을 만족시키는 기제로 작용, 아메에게 안정감과 용기를 준다. 하느님의 모성성은 인간을 위로하는 원천(이사 66,11 참조)이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 새 널빤지를 가져다 마루를 고치는 엄마 하나 곁에서 뛰어노는 유키와 아메 남매.

 

 

그러나 결국 유키와 아메는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학교를 가기 위해 마당을 나서면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유키는 오른쪽 길로 가자고 당기고, 아메는 왼쪽 길로 가려 한다. 이 장면은 이분화된 자아상을 하나로 확립해야 하는 긴장감과 심리적 갈등을 보여주는 연영(Sequence)이다. 늑대가 되느냐, 인간이 되느냐 하는 결정의 장면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유키와 아메를 교차 편집해 그 갈등을 고조시킨다.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날, 아메는 뿔 호반 새를 잡으려다 죽을 뻔한 체험을 한 뒤 늑대로서의 삶을 갈망한다. 그는 엄마가 자신의 길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일하는 자연관찰원에서 처음으로 실물 늑대를 봤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 안에 있던 늑대 본성이 살아나자 숲으로 들어가 늑대 선생에게 훈련을 받는다. 하나는 아메가 가는 길을 존중한다. 아이가 택한 삶을 믿어준 것이다. 활달했던 유키와 연약했던 아메는 이 과정을 거치며 상반된 길을 선택한다. 여기서 자녀의 가능성을 발견하면 기꺼이 그 길을 밀어주는 진정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어머니인 하느님은 인간을 키우고 성장시키고 양육한다. 그 본질은 사랑 자체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로 줬고 그 선택을 언제나 존중했다는 깨우침을 우리에게 안긴다.


난 아직 너한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어!

아이들 성장을 위해 선택했던 숲속의 집을 생각해 보자. 그 집은 낡고 척박하기 그지없다. 그런 집을 쓸고 닦고, 빗물이 새는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고치며 노동의 가치를 가르친다. 모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성장이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듯 보일 때에도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의 발단이 된 태풍의 밤, 새롭게 전학 온 남학생 후지 소헤이는 유키의 심상치 않는 비밀 냄새를 맡는다.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낀 유키는 방어와 함께 공격적 태도를 보인다. 유키는 자신도 모르게 늑대 손톱을 세워 소헤이에게 상처를 입힌다. 이 일로 유키는 소헤이에게 자신이 늑대임을 고백하고, 소헤이는 이미 그 사실을 알면서도 비밀로 지켜왔음을 알게 된다. 긴장과 위기를 극복한 유키는 인간으로 살아갈 희망을 품는다. 같은 밤에 아메는 늑대 선생이 다쳐 죽게 되자 누군가 대장 역할을 해야 한다며 폭우를 뚫고 산속으로 달려간다. 아메가 걱정돼 아들을 찾아 산속으로 간 하나의 처절한 모습은 십자가 위의 예수님과 겹쳐지는 듯하다. "난 아직 너한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어 아무것도…. 기다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 마음은 하느님의 아가페적 사랑을 닮았다. 무상적 사랑, 돌려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하느님의 순결한 사랑의 반영이다.

 

- "아메에게 아무것도 해 준것이 없다"고 말하며 눈물 짓는 엄마 하나.

 

 

서로 돕고 살아야지

모성성은 원래 자기희생적이다. 옹졸하거나 이기적이지 않고 자기 세계에 갇혀 있지 않다. 하나는 언제나 무뚝뚝하고 엄격하다고 생각한 할아버지에게서 삶의 진수를 배운다. 이제 내면으로 깊어지고 성숙해진 하나는 엄격하고 무섭다고 생각한 할아버지와도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찾아온 나라사키 할머니 마음도 맞아들이고, 젊은 엄마들과 만나 어울리며 소통한다. 공동체성을 각인시키는 강인한 어머니로, 조화롭고 성숙한 어머니로 변모돼 간다.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수려한 수채화의 이미지로 펼쳐놓은 아름다운 영화다. 줄거리는 다소 느리고 진부하지만, 동물이 의인화되는 구성이 돋보인다. 어린이 세계에서 어른 세계로 넘어가는 영화다. 늑대는 일본 문화에서 외로움과 고독한 인간 내면의 상징이라고 한다. 인간 내면의 가장 자연스런 사랑을 말하라면 그것은 모성일 터이다. 하느님 사랑을 닮은 그 원천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는 이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순수한 영화가 바로 '늑대아이'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26일,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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